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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k끄적쟁이 Feb 28. 2023

뇌 허락 없인 치유 못해!

씨줄과 날줄, 사유의 확장 19. 고통의 비밀, 나이듦에 관하여  1부

씨줄과 날줄, 사유의 확장 19. 고통의 비밀, 나이듦에 관하여 1부

(연관성이 있는 2권 이상의 책을 엮어 사유의 폭을 확장하는 이야깃거리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남모를 고통

의사: 다행히 신체 상에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환자: 선생님 말씀은 제가 아픈 게 그냥 제 기분 탓이라는 건가요?


세상에 허리 아픈 사람은 많지만 실제 요통 환자의 90퍼센트는 특별한 조직 손상이 발견되지 않는다. '비특이성 요통'이라고도 하는데 특별한 신체적 요인 때문이 아니라 심리적, 감정적 이유로 인해 발생하는 통증이라는 뜻이다. 나는 정말 아파 죽겠는데 다른 사람들 눈에는 '꾀병'으로 의심받기도 한다. 정말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왜 이런 '남모를 고통'이 발생하는 것일까?


고통의 비밀


통증은 몸에 상처가 났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몸을 보호하려는 신체의 반응이다. 불쾌한 감정을 일으켜 몸을 보호하게 하는 현상이다. 우리는 그 통증을 통해 위험이 될 만한 상황에서 벗어나고, 신체를 보호할 방법을 찾게 되며, 특정 행동이나 행위를 피하게 된다. 통증은 손상의 정도가 아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상처가 있어야 통증을 느낄 수 있다는 논리에 사로잡혀 살았다. 신체에 이상이 없는데도 아프다는 것은 환자 정신이 무언가 잘못된 것이라 생각했다. 몸과 마음이 완전히 독립된 실체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통증에 대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는 틀린 생각이다.


현대 통증 과학은 2가지 중요한 사실을 발견하였다.

첫 번째, 통증은 뇌에서 '감지'되는 것이 아나라 뇌가 통증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전신 마취를  받을 때 통각은 우리에게 의식이 있을 때처럼 똑같이 일어나지만 절대 통증 자체는 생성되지 않는다.

두 번째, 뇌에는 통증을 느끼는 통증 감각 기관이 아예 없다. 통증을 느끼는 사람의 뇌를 촬영하면 사람마다 통증에 대한 경험에 따라 서로 다른 부위가 '밝게' 표현된다.


쉽게 말해, 통증은 뇌가 만드는 것이며, 사람에 따라 아픔을 느끼는 시기, 정도가 다르다. (뇌가 만든 통증, 개별화된 통증) 우리의 심신은 분리된 것이 아니다. 마음 상태에 따라 몸이 아플 수도, 몸을 다친 것이 마음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 정도로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첫 번째 단계다.


치유에는 뇌의 허락이 필요하다


통증이 뇌에서 만들어진다고 해서 마음먹기에 따라 쉽게 사라질 수 있는 건 절대 아니다. 사실 통증의 대부분은 우리의 통제 밖에 있는 뇌(무의식)가, 우리가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것을 의식적 마음에 알리기 위해 내리는 결정이다. 이 무의식의 뇌는 살아남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에 매우 보수적이다.


심각한 사고나 부상을 겪은 사람들이 과민반응, 불안증, 회피적 성향을 보이는 것은 '무의식의 뇌'가 재발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한 결과다. 뇌가 과잉 반응을 더 많이 보일수록 통증을 더 잘 '학습'하고, 뇌는 통증을 기억한다. 오랫동안 계속되는 통증은 그 자체로 질병이 되어 더 고통스럽고 실제처럼 느껴지겠지만, 그로 인해 몸에 위험한 행동을 자제할 것이라고 판단한 '무의식'은 기꺼이 그렇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만성 통증에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증거 기반 치료법이다. 뇌에 위협이 되는 증거는 줄이고 안심할 수 있는 증거를 계속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제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라고 '무의식의 뇌'에게 허락을 구하는 것이다.


예비 시어머니 파악하기

국민 시어머니 서권순


결혼을 반대하는 꼬장꼬장한 예비 시어머니스러운 무의식의 뇌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사전지식이 필요하다. 

우선 뇌는 외부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최대한 정확히 예측하기 위해 세상에 대한 기대, 생각, 믿음(즉, '기존 정보들')을 토대로 새로 들어오는 감각 입력들과 균형을 이루려 한다. 간단히 말해 뇌는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본다. 하지만 뇌는 놀랄 만큼 적응력이 뛰어나다. 학문적인 용어로는 '신경 가소성'이 뛰어나다고 한다. 아주 완고해 보이지만 변하는 것이 가능하다. 다만 급격한 변화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신뢰할 만한 증거를 꾸준히 제공하여 우리에 대한 불신을 믿음으로 업데이트할 때까지 기다려 줘야 한다.(베이즈 정리)


인내심으로 얻어낸 뇌의 믿음과 기대감은 매우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가짜약이 뇌를 변화시켜 질병과 증상을 고칠 수 있다. 또한 놀랍게도 플라세보 수술은 진짜 수술만큼 효과가 있었다. '플라세보 효과'가 순진한 사람들에게 병이 나았다고 속이는 방식으로 통증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강력한 천연 진통제를 뇌에서 분비하게 만들고, 진짜 약이 작용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이런 플라세보 치료에도 위아래가 있다.

식염수 주사는 포도당 알약보다 효과가 좋은 편이고, 이 둘보다는 가짜 수술이 훨씬 더 효과가 좋다. 또한 비용이 많이 드는 위약이 그렇지 않은 위약보다 효과가 좋다. 개입이 더 극적일수록 환자가 그 치료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환자와 치료 제공자 사이에 신뢰감이 높을수록 통증 완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져서 효과가 커진다. 따라서 만성통증의 치유를 위해서는 이러한 뇌의 힘을 잘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비 시어머니 설득하기


배우자, 자식의 재력이나 능력에 따라 사회적 평판이 갈리는 세계에 속한 시어머니일수록 예비 며느리를 보는 잣대가 깐깐하다. 마찬가지로 만성 통증도 여러모로 '학습된 통증'이다. 허리를 삐끗했을 때 초기 손상이 완전히 회복된 뒤에도 척수에는 '통증 기억'이 남아 있다. 통증이 반복되고 뇌가 통증을 더 쉽게 인식할수록 통증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데, 이를 '통증 가중'이라 한다. 모두 위협이 되는 상황에 대한 뇌의 과잉 반응이다. 


다치고 나서 짧게 휴식을 취하는 것은 바람직한 행동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오히려 통증을 증가시키고 인체시스템을 더 무너뜨린다. 만성 통증에 가장 좋은 진통제는 활동적으로 지내는 것이다. 하지만 불안감이 과잉 경계심을 낳고, 그 경계심이 통증을 더 악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져 움직임을 더욱 회피하게 된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통증을 느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즉, 움직임을 회피하는 경향은 통증이 아니라 통증에 대한 예측에서 시작된다. 그러므로 운동을 재개하더라도 걸음마 단계에서부터 아주 천천히 시작해야 하고, 점진적으로 강도와 가동 범위를 넓혀나가야 한다.


만성 통증 완화에 효과가 좋은 치료법 3가지

첫째, 개인에게 통증의 본질이 무엇인지 교육함으로써 자신의 몸에 대해 통제권을 갖게 하고, 

둘째, 불안, 두려움, 긴장감을 낮춰주며, 

셋째, 감정을 건강하게 처리하도록 돕는다.


통증은 우리 편


통증은 모든 면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하다. 무통각증 환자에게는 통증을 느끼게 해주는 치료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그 가치를 가장 확실히 보여주는 증거이다.(고통을 못 느끼게 태어난 사람들 대부분은 20대 이전에 사고로 사망한다는 통계가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우리의 몸과 마음을 파괴하고 인생을 송두리째 집어삼키기도 한다. 


대부분의 만성 통증은 통증을 일으키는 특정 원인을 찾기보다 개인이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치료가 훨씬 효과적이다. 생활 방식과 관련된 요인들을 하나씩 변화시키려고 노력하다 보면 통증의 악순환에서 조금씩 벗어나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2부에서 계속...)

그녀를 웃게 만드는 생활 방식을 가져보자, 출처: 유퀴즈


통증을 우리 편으로 만드는 건강한 생활 방식

1. 최대한 호흡을 천천히 깊게 하도록 노력하기

2. 니코틴, 알코올, 카페인 줄이기

3. 과민해진 뇌를 진정시키고 스트레스에 지친 몸을 안정시키기(휴식, 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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