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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k끄적쟁이 Oct 21. 2022

초대박을 향한 찌질한 실패담

씨줄과 날줄, 사유의 확장 9. 리프트오프, 크래프톤 웨이 part 1

씨줄과 날줄, 사유의 확장 9. 리프트오프, 크래프톤 웨이(일론 머스크 3부작 첫 번째 이야기) part 1

(연관성이 있는 2권 이상의 책을 엮어 사유의 폭을 확장하는 이야깃거리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세계 최초의 상용 우주선 발사, 세계 최초의 궤도 발사체 수직 이착륙 및 재활용 성공, 세계 최초의 민간 우주 비행사의 국제 우주 정거장 도킹 등 혁신적인 업적들을 달성하였고 21세기 인류의 우주개발을 주도


-공개 첫날 동시접속자 수 26만 명을 기록한 MMORPG '테라' 개발, 2018년 전 세계 유료 게임 1위 및 매출 10억 달러 서바이벌 게임 '배틀그라운드' 개발


스페이스X와 크래프톤은 미국과 한국을 대표하는 '초대박'을 터뜨린 회사들이다. 우리는 여러 매체에 대문짝만 하게 실린 그들의 성공을 기억한다. 하지만 그들의 성공 이면에는 수많은 실패의 역사가 존재한다. 어쩌면 두 회사의 이름이 사라져 버린 것이 더 자연스러웠을 절체절명의 위기도 넘겼다. 오늘의 이야기는 꿈을 향해 도전한 괴짜들의 처절하다 못해 찌질하기까지한 생존기이다.


일론의 꿈: 인류의 타행성 이주


2002년 5월 6일, 일론 머스크는 스페이스 익스플로레이션 테크놀로지를 설립했다. 몇 달이 지나 입에 더 잘 붙는 스페이스X라는 별칭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인류의 다행성 종족화'라는 자신의 꿈을 향한 도전을 시작했다. 

춥고 삭막하며 공기도 거의 없다곤 하지만, 화성은 인류가 지구 밖으로 뻗어 나가기에 가장 좋은 장소이다. 화성에는 극지방의 빙원, 희박한 공기 속 유용한 화학물질, 긁어모아 수익을 낼 만한 자원이 있다. 또 행성치고는 상대적으로 가까운 편이다. 

여러 행성으로 진출하기 위한 첫걸음은 발사 비용을 줄이는 것이었다. 발사 비용이 줄어든다는 것은 여러 국가, 회사의 통신위성 발사 등으로 이윤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있다는 의미이고, 이는 화성 이주계획 추진에 필요한 자금 확보를 위한 자체 동력이 생긴다는 뜻이다.


화성 이주계획 1단계 : 자체 로켓(엔진) 개발


비용 절감을 위해 자체 개발을 시도한 로켓의 이름은 펠컨1이었다. 펠컨이라는 이름은 영화 <스타워즈>에서 나오는 전설적인 우주선의 이름을 딴 것이고, 숫자 1은 이 로켓에 주 엔진이 한 개 있다는 뜻이다. (이 엔진의 이름은 '멀린'으로 스페이스X 1호 직원 톰 뮬러가 개발한 첫 번째 엔진이다.)

로켓 같은 복잡한 시스템을 만드는 데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 접근 방식이 있다. 첫째는 선형적 접근 방식으로, 먼저 목표를 정한 다음 그것을 충족하는 데 필요한 항목들을 개발하면서 진행해 나가는 것이다. 둘째는 반복적 접근 방식으로, 빨리 만들고 시험해서 결함을 발견하고 수정하는 것이 이 방식의 핵심이다. 이 방식을 적용하려면 실패하는 걸 숨기지 않아야 한다. 빠른 실패를 통한 개선을 강조한 일론 머스크가 원한 것은 단 하나, 일을 완수하는 것뿐이었다. 미션 달성을 위해 필요하다면 불필요한 절차 등은 무시할 수 있는 유연함을 지닌 리더였다.

그걸 하려면 뭐가 필요할까요?

- 일론 머스크의 말( 직원들이 불가능하다고 항변할 때) 

화성 이주계획  2단계 : 지상 연소시험 성공


연료탱크가 가득 찬 로켓은 본질적으로 폭발을 기다리는 폭탄이다. 따라서 다루는 데 엄격한 규칙이 존재한다. 연료로 사용되는 산소는 매우 낮은 온도인 영하 183씨에서 액체로 응결한다. 극저온 연료를 다루는 일은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대신 다루기 어려운 만큼 가치가 있다. 물질은 기체보다 액체 상태일 때 공간을 덜 차지하므로 극저온 산소를 사용하면 로켓 연료탱크는 좀 더 작고 가벼워도 된다 그리고 액체산소는 강력한 산화제로, 로켓 연료와 결합하여 빠르고 강하게 연소한다. 2003년 5월 27일 스페이스X는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지상 연소시험을 성공하게 된다.

오늘 우리는 발사하기 전에 남은 가장 큰 이정표를 완성했습니다.

 - 일론 머스크의 말(지상 연소시험을 성공한 후)

화성 이주계획  3단계 : 로켓 발사 성공

펠컨1, 출처: 나무위키

신생 회사의 한계로 인해 미국 본토 공군기지 내 발사 허가를 얻는 것이 힘겨웠던 스페이스X는 태평양 한복판의 작은 섬 콰절레인으로 향했다. 미국으로부터 8,000km 떨어진 머나먼 곳이었다.  그들은 머뭇거리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 뭔가를 해야 한다는 걸 알면 곧바로 실행했다. 스타트업이 시간을 끈다는 건 파산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탑재물을 우주로 발사해서 이윤을 내는 것이 회사의 설립 이유였던 만큼, 어느 시점부터는 화물을 안전하게 궤도에 올려야만 했다.


펠컨1 1차 발사 실패(2006년 6월): 첫 이륙 30여 초 후 로켓은 상승을 멈췄고, 엔진이 불붙은 채 바다로 추락


첫 실패 후, 두 번째를 준비하면서 그들은 완전히 다른 회사로 변모해 갔다. 사업이 커지면서 모든 일을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처리하던 초기 스타트업에서 성숙함과 규율을 갖춰 전문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정신은 그대로 살아있어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몇 달간 연구만 하고 망설이는 것이 아니라 리스크를 감수하고 로켓을 날려 보내는 것을 택했다. 그것이 문제점을 확인하여 개선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펠컨1 2차 발사 실패(2007년 3월): 발사 몇 분 후 1단 로켓이 2단과 분리되어 떨어졌고 2단은 계속 비상. 100km를 지나 솟구치며 우주 경계를 넘어섰으나, 2단이 진로를 벗어나 엔진에 불길이 치솟으며 안정적인 궤도 도달에 실패하고 추락


스페이스X는 발사 전에 11가지 위험 요소 목록을 작성한다. 펠컨1의 두 번의 실패가 남긴 첫 번째 교훈이다. 두 번째는 로켓의 무게, 로켓이 궤도로 올릴 수 있는 탑재물의 양, 로켓이 실패할 위험 간의 밸런스 유지이다. 궤도는 단지 첫걸음일 뿐이었다. 더 멀리, 더 오래 머무는 건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중량, 성능, 비용, 위험성 사이에서 계속해서 절묘하게 저글링을 해나가야 했다.


펠컨1 3차 발사 실패(2008년 8월): 우주로 진입 후 분리된 1단이 별안간 위쪽으로 반등하여 2단의 아래쪽과 충돌. 이후 1단과 2단이 함께 지상으로 추락


3차 발사는 너무나 충격적이었어요. 초창기에 일론이 처음 세 번은 자기가 비용을 감당할 거라고 말했어요. 하지만 그라고 얼마나 오래 이런 게임에 머물 수 있겠어요? 항공우주 업계에서 그런 실패를 이겨 낸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앤 치너리(당시 스페이스X 발사운영 관리자 ~2013년 말까지 근무)

날거나 죽거나


T-0(로켓 발사 카운트다운의 끝) 직후에 인간은 로켓에 대한 모든 통제권을 잃는다. 발사하고 나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저 지켜보는 수밖에...


펠컨1의 4차 발사가 있었던 2008년 9월은 미국발 금융위기가 시작된 시기였다. 이는 스타트업에 해당하던 일론의 두 회사, 스페이스X와 테슬라에 극심한 재정난이 닥쳤음을 의미한다. 적자를 내고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할 여유를 가진 회사들은 사라졌고, 그들 스스로 생존할 방법도 아직 실현시키기 전이었다. 인류의 화석연료 중독 치료 및 기후 위기극복에 필요한 테슬라, 인류를 다행성 종으로 만들어서 핵전쟁, 빙하기 같은 블랙스완 사태에 대한 대안을 제공할 스페이스X, 두 회사 모두를 포기할 수 없었던 일론은 자신의 남은 재산을 양쪽에 고르게 분배했다. 그마저도 몇 개월간 간신히 버틸 정도였다. 그런 절체절명의 순간에 발사대를 떠난 펠컨1을 바라보는 일론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눈가리개를 한 채로 총살형 집행대에 끌려간 느낌이었습니다. 그런 다음 찰칵 소리가 났고 집행관들이 총을 발사했어요. 총알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러고 나선 풀어준 거죠. 분명 기분이 좋아요. 하지만 꽤나 긴장됩니다.

-  일론 머스크의 말(두 회사의 파산을 코앞에 두고 투자금을 유치했을 때)

펠컨1 4차 발사 성공(2008년 9월 28일): 2단 로켓 엔진(케스트럴 엔진)이 로켓 상단을 지구 주위 안정 궤도에 밀어 올린 뒤 멈춤. 랫샛과 연결된 2단은 그날 이후로 계속해서 평균 644km 상공에서 우주를 돌고 있음.


6년이라는 시간과 1억 달러라는 돈을 스페이스X에 투자하고 나서 일론 머스크는 마침내 진짜 로켓을 손에 쥐었다. 2008년 12월 22일 월요일 아침, 스페이스X는 NASA로부터 CRS(상업 수송서비스) 프로그램 계약을 따냈다. 이틀 후인 크리스마스이브 저녁 6시에는 자금이 바닥났던 테슬라가 자금 조달 협의를 마무리해 향후 6개월 간 자금을 지원받게 되었다. 죽음을 눈앞에 둔 것만 같았던 머스크의 두 회사가 단번에 살아난 것이다.


화성 이주계획  4단계 : 재사용 가능 로켓 제작


2015년, 스페이스X는 펠컨 9(로켓 엔진 9개 탑재를 의미)의 스물한 번째 비행에서 발사장으로부터 단 몇 마일 떨어진 플로리다 공군기지 발사대에 1단 로켓을 착륙시켰다. 인간이 알고 있는 몹시 까다로운 공학적 문제인 재사용 가능한 궤도 로켓을 초음속 역추진 기술을 이용해서 성공한 것이다.

그로부터 1년쯤 뒤엔, 펠컨9이 태국의 통신 위성을 지구 주위 고궤도로 쏘아 올린 후, 마치 마법이라도 부린 듯, 그 1단을 무인 선박에 착륙시켰다. 바다에서 위아래로 출렁거리는 배 위로 로켓을 착륙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려면 엄청나게 훌륭한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 로켓과 자동 무인 선박을 매우 정확한 위치로 통제해야 하는데, 스페이스X 이전, 아무도 그렇게 해 본 적이 없었다. 그 후 지금까지도...



장병규의 꿈: 세계시장에 통하는 게임 회사


장병규: 성공한 1세대 벤처기업인

카이스트 전산학과 출신

1997년 '네오위즈' 공동창업

1999년 온라인 채팅 서비스 '세이클럽' 출시

2000년 '네오위즈' 코스닥 상장

2005년 온라인 검색 서비스 업체 '첫눈' 창업(이듬해 포털업체 '네이버'에 350억에 매각)


2007년 3월  26일, 세계를 무대로 성공 이야기를 쓰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큰 꿈을 품은 장병규를 중심으로 6인의 창업자가 뭉쳐 게임회사를 설립했다. 설립 당시의 이름은 블루홀 스튜디오, 지금의 크래프톤이다. 2007년의 한국 게임 제작사들은 만들고 싶은 게임 제작에 몰두하는 크리에이터라기보다는, 시장에 먹히는 게임을 찍어내는 기능인에 가까웠다. 이러한 문화를 혁신하기 위해 제작 중심의 게임회사 만들고자 하였다. 경영과 제작 분야의 고수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능력을 발휘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MMORPG(대규모 다중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를 만들고자 했던 것이다.


세계적 흥행 게임 1단계: 프로토 타입 시연

게임은 감성적인 부분이 주요하게 작동하는 흥행 비즈니스였다.
게임은 당연히 재미있어야 흥행한다. 그런데 사람마다 느끼는 재미가 다르다는 게 문제였다. 게임의 흥행이란 저마다 품고 있는 재미의 파편 속에서
공통의 재미 감각을 엮어 올리는 예술이었다.

'크래프톤 웨이' 중에서

NC소프트에서 초대박 게임 '리니지2'를 만들었던 블루홀 공동창업자 박용현 게임제작팀은 '프로젝트 S1' 개발 1년 만에 프로토타입(시제품)을 내놓았다. '3년 동안 300억을 투자해주면 최고의 게임을 만들어 내겠다.'라고 호언장담했기에 압박감이 컸지만 결과는 대박이었다. 기술상 난제로 여겨지던 논타기팅 기술을 구현한 혁신적인 시제품을 만들어 낸 것이다. 단번에 몰입하게 만드는 게임성과 재미를 갖추고 있었다. 합격점을 받은 '프로젝트 S1'을 통해 블루홀은 퍼블리셔와 투자자를 구하는 데 성공했다.


세계적 흥행 게임 2단계: CBT, OBT


CBT(Closed Beta Test): 한정된 소수 인원을 선발해 사전에 게임을 하게끔 하는 일종의 내부 품평회

OBT(Open Beta Test): 열린 방식의 테스트로, 일반 사용자가 자유롭게 게임에 접속하게 해 평가를 수집


2009년 1월, 블루홀이 선보이는 첫 MMORPG 게임 이름은 '테라: 아르보레아의 유배된 세계'로 정해졌다. 베타 테스트 실시는 정식 게임 출시가 임박했음을 알리는 신호인데, '테라 CBT를 할 수 있는 기회는 로또에 당첨될 확률'이라 불릴 정도로 대기 유저들의 기대치는 뜨거웠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나자 여러 지적들이 쏟아졌다. 특히 4년 전 출시된 글로벌 MMORPG 대작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에 비해 세계관 설정이나 퀘스트(게임에서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이벤트)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블루홀을 비롯하여 당시 모든 한국 게임업체는 게임에 서사를 불어넣는 데 서툴렀다. 캐릭터가 풀어가는 이야기에 유저를 홀딱 빠져들게 만드는 블리자드의 세련된 스토리텔링 기법은 흉내내기 힘든 부분이었다. 사실적인 전투만으로 WOW는 넘기 힘든 큰 산이었고 급조된 퀘스트는 게임 밸런스 붕괴를 가져왔다.

베타 서비스 이후, '정해진 시간과 비용으로 대규모 제작을 완수하는 제작사'라는 블루홀의 세일즈 포인트가 무너졌고, 경영진과의 충돌로 게임 제작을 총괄하던 박용현은 사임했다. 출시 시기가 1년 늦춰지면서 '3년 300억 원'이던 계획이 '4년 400억'으로 변경됐다. 회사가 당장 멈춰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한 달에만 수십억 원이 회사 운영에 들었다.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돈을 꾸러 다니는 것이 경영진의 주요 일과가 되었다.


세계적 흥행 게임 3단계: 정식 게임 출시(2011년 1월)

MMORPG 게임 테라, 출처: 크래프톤 공식사이트 

온라인 게임의 흥행을 평가하는 기준은 이용자의 데이터 트래픽과 수익이다. 접속자가 몰릴수록 트래픽이 늘어나고, 이는 곧 수익으로 연결된다. 보통 동시접속자가 10만 명을 넘으면 대박이라고 얘기하는데, 출시 첫날 테라 동시접속자 수는 26만 명이었다. 여러 지적과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테라'가 한국 MMORPG 최고 기대작임은 분명했다.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PC방 점유율 1위에 올랐다.(103주 동안 장기 집권하던 엔씨소프트의 MMORPG '아이온'의 자리를 빼앗은 것이었다.)

확실히 손님은 모았지만 그들을 단골로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 화려한 그래픽과 사실적인 전투라는 차별화 요소로 이목을 집중시켰지만, 캐릭터 성장 체감이나 스토리 몰입감과 같이 유저를 게임에 계속 머무르게 할 유인이 약했다. 추가 콘텐츠 공급이 늦어지면서 PC방 점유율, 접속자 수는 절반 이하로 추락했으며, 유료 결제 전환 비율도 기대보다 형편없었다. 연말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수상하며 게임성을 인정받았지만 4년 동안 400억을 넘게 들인 블록버스터임을 감안하면 명백한 실패작이었다.


세계적 흥행 게임 4단계: 연합 그리고 생존

사명 개명: 블루홀 스튜디오(창업 당시) - 블루홀(모바일게임사 '지노게임즈' 합병 후)


장병규에게 품격이란 일단 생존한 다음에 논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헐떡이는 숨을 멈추고 싶지 않았다. 우선 살아야 했다.

'크래프톤 웨이' 중에서

모바일 게임의 폭발적 성장이라는 변화의 물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블루홀 스튜디오'는 제작 연합군으로의 변화를 시도했다. 모바일 게임본부를 신설하고 소규모 모바일 게임 제작사들을 '연합군'으로 인수 합병했다. 개발 장르도 MMORPG로 한정하지 않았다. '훌륭한 팀이 만든 세계 시장을 겨냥하는 게임 제작'이라는 핵심 가치를 지키기 위해 다른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그러한 변화의 과정에서 블루홀이 인수한 지노게임즈 출신 김창한이 PC게임 하나를 제안했다. 최후의 1인이 살아남는 순간까지 전투를 하는 총싸움 서바이벌 게임이었다. '블루홀 생존'에 커다란 분기점이 되는 순간이었다.


배틀로열 게임의 4가지 가능성(by 김창한)


첫째, 배틀로열이란 장르가 게임 시장에 생겨나고 있고 또 유망함.

둘째, 게임 그래픽 제작에 쓰이는 해외 기술인 '언리얼 엔진4' 사용이 무료화된 기회를 살려 적은 비용으로 게임 캐릭터 의상이나 근육의 움직임을 사실적으로 구현할 수 있음. 

셋째, 전 세계 가장 큰 온라인 게임 유통 채널인 스팀을 통해 게임을 서비스하면 여타 퍼블리셔와 별도로 계약을 할 필요가 없어, 블루홀이 독자적으로 전 세계에 게임을 배급할 수 있음.

넷째, 클라우드(가상 저장 공간) 서비스를 이용해 서버를 손쉽게 구축하면 외국을 겨냥한 게임 서비스가 용이해질 수 있음.


김창한은 유행에 맞춘 게임보다는, 실패하더라도 트렌드를 선도하는 장르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또 완벽하게 만들기보다 빠르게 출시하는 걸 목표로 하여, 시장과 유저의 반응에 따라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개선 작업을 반복하였다. 

'속도가 완벽함을 이긴다'라는 모토로...


2018년에 배틀그라운드는 블루홀이 그토록 바라던 매출 10억 달러짜리 게임이 됐다. 같은 해 전 세계 모든 유료 게임을 통틀어 1위 기록이었다. 명실상부한 '게임명가'로 거듭난 블루홀은 크래프톤으로 사명을 바꿨다. 중세 유럽 장인들의 연합인 '크래프트 길드'에서 착안한 것으로 '연합의 가치를 담을 수 있는 더 큰 그릇으로 회사를 만들어나가겠다.'는 포부를 담고 있다.

게임명가 건설의 선봉장인 펍지(구 지노게임즈) 대표 김창한은 2020년 크래프톤 대표에 선임되었다.

(part 2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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