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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rce Oct 16. 2020

빅뱅이론: 부적절한 재미 vs. 귀여운 위트

S10:E2 "The military miniaturization"

한참 빠지지 않고 미드 <빅뱅이론>을 챙겨 보던 때가 있었는데 어쩌다보니 시즌 8즈음 부터는 한동안 놓게 되었다. 그러다가 최근 혼자 밥 먹을 때가 많아지면서 무겁지 않고 유쾌한 것을 찾다보니 넷플릭스는 나를 다시 빅뱅이론으로 인도했다. 역시 너무 재미있다. 내가 그동안 이걸 왜 놓치고 있었지!와 동시에 이런것(인종 차별, 성차별, 학력 차별 등)에 웃어도 되는 건가?하는 의문도 마음 속에 같이 일었다. 시즌 8부터 지금까지 놓친 이 시기 동안, 나의 세상을 보는 관점이 아마도 조금은 바뀐 것이리라.


오늘 본 시즌 10, 두번째 에피소드에서는 버나뎃이 임신한 사실을 페니가 직장에서 실수로 동료들에게 먼저 말해버리면서 일어난 일이다. 버나뎃은 임신 때문에 중요 프로젝트에서 밀려날까봐 걱정이 되어 알리지 않고 있던 때였다. 그때문에 버나뎃은 무척 화가 났고 페니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말을 하지 않고 지낸다. 그러다 버나뎃이 지나치게 화를 낸 것에 대해 페니에게 사과하며 하는 말이 또 재미있고 인상적이다. 

"사장이 날 프로젝트에 끼워줄지는 모르겠어. 그렇지만 사장한테, 당신은 늙은 백인 남자이고 나는 언제든 배심원 앞에서 울 수 있는 귀여운 임신한 여성이다,라고 말해줬지 뭐."

"고소한다고 협박했어?!"

"페니, 내가 오래 전에 배운게 있는데, 네 키가 150센티이고 남자 그게 니 눈 앞에 있으면 넌 거길 치면 돼"

"나랑 정말 다르게 배웠네" (여기서 또 나는 웃음이 터진다. 페니는 전형적인 백인 금발 미녀로 나온다.)

버나뎃은 브레인,  페니는 미모를 가졌고 정반대의 스테레오타입의 여성이지만 둘은 각자의 무기를 사용하여 가부장적 사회에 대항하는 법을 알고 있다. 그 점이 그들을 친구로 만들었을 것이다. 


버나뎃이 배심원 앞에서 울수 있다고, 법이 날 지켜줄 거라고 믿게끔 만드는 저 대목이 어떤 사람에게는 너무나 그럴듯하게 보여 여성이 사회에서 불공정한 대우를 받는 약자라는 것을 믿지 않게 한다는 점(어차피 법은 여성에게도 공정하게 적용되지 않느냐는 비아냥이 들려온다)에서 non-PC하지는 않은지, 깔깔 대며 웃다가도 복잡한 심정이 된다. 사회에서 첨예한 갈등을 빚어내는 다양한 이슈들을 대상으로 희희낙낙하는 점이 빅뱅이론만의 장점이면서도 약자/소수자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하는 것이 미디어로서의 책임감 그리고 예술로서의 완성도의 평가 기준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잘해주어 계속 나의 길티 플레져로 남아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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