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e Expressos를 타고
포르투갈의 교통비는 정말 저렴한 편이다.
가끔씩 우버를 불러 편하게 다닐 수 있었던 것도 부담 없는 택시비 덕분이었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시외버스 요금.
버스를 타고 리스본에서 포르투까지 가는 시간은 3시간 30분, 버스요금은 우리 돈 1만 4천 원쯤이다.
운행거리나 시간이 '대구-서울'과 비슷한데 비해 요금은 절반보다 더 싸다.
관광지 물가가 절대 만만하지 않음에도 포르투갈의 물가가 싸다는 착시현상이 생긴 이유는 바로 저렴한 교통비 때문인 듯.
버스 승차시각을 30여분 남겨두고 터미널 안으로 들어갔다.
버스 운행 정보가 뜨는 안내판에 포르투로 가는 버스가 안 보인다. 안내 데스크에 가서 물어보니 조금 기다려보라고만 한다.
슬슬 조바심이 나던 중에 딸이 말한다.
"버스 종착역이 포르투가 아닌 거네. 포르투는 중간에 서는 곳이잖아."
우리의 목적지와 버스의 종착역이 다른 것을 생각 못했다.
기차를 타고 서울에서 대구를 갈 때 부산행을 타듯이, 포르투의 깜빠냐 버스 터미널에 가기 위해서는 '몽카오'행 버스를 타야 한다.
탑승 장소는 10번 플랫폼, 서둘러서 승강장으로 갔다.
승강장에는 이미 긴 줄이 늘어서있다.
버스 기사가 일일이 승차티켓을 확인한다.
짐칸에 캐리어 두 개를 밀어 넣고 버스에 탔다.
티켓 좌석 배치도에 표시된 우리 자리는 맨 뒷자리, 그것도 여럿이 조르르 앉아가는 맨 뒷자리의 가운데 두 자리다.
낯선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3시간 이상을 앉아 갈 생각에 가슴이 답답하더라만.
무작정 맨 뒤로 가서 좌석 번호를 확인하니 우리 자리가 아니다. 뒤따라온 다른 사람이 그 자리에 앉는다.
알고 보니 우리 좌석은 맨 뒷자리 바로 앞 좌석이다.
주먹을 부르쥐고 쾌재를 불렀다.
버스는 깨끗했고 승차감도 좋았다. 좌석 쿠션감도 좋고 앞뒤 공간도 넉넉하다. 요금이 저렴해서 버스 상태를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Rede Expressos' 버스는 아주 쾌적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앉은자리에서 CCTV로 짐칸을 볼 수 있다는 것. 버스 앞쪽과 중간에 설치된 티비 모니터로 짐칸에 밀어 넣은 가방을 확인할 수 있다.
화질이 흐릿한 작은 모니터로도 우리 가방의 실루엣은 바로 분간이 된다. 많은 가방들 속에서도 딱 표가 나는 분신 같은 우리 것. 수많은 아이들 틈에서 내 아이를 찾은 부모마음으로 가방을 응시했다.
여전히 쏟아지는 빗속으로 버스가 천천히 움직인다.
무사히 버스를 탔다는 안도감에 가만히 생각에 잠길 수 있는 느긋함까지 더해져서 마음이 편안하다.
수첩을 꺼내 들고 생각나는 대로 끼적이기 시작했다. 평소 키보드가 없으면 생각조차 막히는 느낌인데, 막상 수중에 펜과 수첩밖에 없으니 메모하듯 쓰는 것도 꽤 재밌다.
버스가 움직이기 시작하자마자 부스럭대며 뭔가를 꺼내서 먹는 사람들이 군데군데 눈에 띈다.
내 뒷자리 젊은 여성은 과자를 봉지째 들고 먹고 있고, 통로를 사이에 둔 내 옆자리 남자는 샌드위치로 숫제 식사를 하고 있다. 버스터미널 상황을 생각하면 버스 안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것이 이상할 것도 없다.
한참을 달려 '파티마' 도착.
리스본에서 포르투 가는 길에 한 번 정차하는 곳이다.
파티마에 도착할 무렵에는 거짓말처럼 비가 그치고 심지어 햇살이 쨍하게 눈부셨다.
오래전 성모 마리아가 발현했다고 알려진 곳.
기적을 보기 위해, 그리고 신의 은총을 입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파티마는 한 때 유명한 성지순례지였다.
버스가 정차하자 짐칸을 보여주는 cctv모니터가 켜진다.
혹여나 짐가방을 잃어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은 덜었다.
그리고 우리의 또 다른 고민이 시작된다.
화장실을 다녀올지 말지.
샌드위치를 먹던 남자가 좌석에 짐을 둔 채 내리는 것으로 봐서 화장실을 가는 듯한데, 그 외 다른 사람들은 내리지 않는다. 공연히 내렸다가 버스를 놓칠 수도 있겠다 싶다.
화장실이 급하지는 않으니 내리지 않기로 했다.
잘한 결정이었다.
샌드위치 남자는 곧 버스를 탔고,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버스가 출발했으므로.
포르투갈 시외버스는 승객들의 화장실 사용을 별로 고려하지 않는 듯하다. 우리나라처럼 '10분간 정차하니 볼일 보고 오시라'는 멘트는 아예 없고 정차시간도 아주 짧다. 승객이 다 탔는지 형식적인 확인도 없이 그냥 쌩~내달린다. 자칫하다간 가방만 목적지로 보낼 수도 있겠다.
마침내 도착한 포르투 깜빠냐 버스 터미널.
"우와~"
내리자마자 터져 나오는 비명에 가까운 탄성.
너무 춥다.
남쪽에서 북쪽으로 3시간 30분을 달렸기로서니 기온차가 이렇게 심할 수 있다니.
여러 겹 껴입은 옷도 무색하게 찬바람이 온몸을 때린다. 터미널 앞 외진 도로에는 택시를 부르고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대고 어수선하다. 다들 추위에 움츠리고 동동대는 듯하다.
급히 우버를 부르는데 차량이 잡히지 않는다.
혹시나 싶어 요금이 비싼 우버를 불렀다.
바로 잡힌다.
카카오택시도 비싼 택시는 더 빨리 호출되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돈은 귀신도 부린다는 울 엄마 말이 생각난다.
택시 번호를 확인하고 타려는데, 근처에 있던 한 무리의 여성들이 자기들이 먼저 잡은 택시라고 한다.
우리가 부른 택시라고 말해도 박박 우긴다. 결국 택시 기사가 나서서 상황 종료.
택시는 울퉁불퉁 돌길을 아주 빠르게 달렸다. 이미 어두워진 거리, 리스본과 달리 포르투의 거리는 차분하고 인적이 드물다.
포르투 날씨가 너무 춥다고 말하니 히터도 더 세게 틀어주던 택시기사. 호텔 정문 바로 앞에서 짐을 내려주고 좋은 여행 하라며 활짝 웃는다.
칼바람 추위에도 불구하고 포르투의 첫인상이 나쁘지 않다.
자유여행에서 장거리 버스 타기.
제대로 탈 수 있을 지, 제대로 내릴 수 있을지, 짐칸의 짐이 무사히 있을지, 화장실이 급하면 어떻게 할지 등등 할 수 있는 모든 걱정은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별문제 없이 목적지에 잘 도착했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비슷하다는 생각을 또 하게 된다.
아, 그래서 비싼 요금제의 우버택시비가 얼마냐고?
외곽에서 시내까지 꽤 달렸는데 8.57 유로, 우리 돈 13,500원쯤이다.
교통비는 정말 부담 없는 포르투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