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텔 포르투
리스본과 포르투 중에 어디가 더 좋았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딱히 생각해 본 적 없어서 말문이 막혔다.
두 도시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지만 더 좋고 덜 좋고를 가르는 기준은 아니었다.
리스본 여행이 화려한 축제의 현장 한가운데 던져진 느낌이라면 포르투는 일상생활공간 안에서 현지인들과 함께 지내는 느낌이었다.
포르투에서 3일간 묵을 호텔은 '요텔 포르투'.
4성급 호텔이다.
체크인할 때 호텔 조식에 대해 물어보니 언제 먹을지 날짜까지 콕 집어서 예약을 해야 된단다.
3일 중 퐁당퐁당으로 이틀만 먹기로 했다.
조식 가격은 1인당 15유로. 리스본의 3성급 호텔과 가격이 같다.
도시 관광세도 동일하다. 2인 3박에 20유로.
이틀 치 조식비와 관광세를 합하니 80유로다.
리스본에서는 체크아웃할 때 계산 했는데, 여기서는 체크인 때 미리 결제를 한다.
1인당 한 장씩 쿠폰 두 장을 준다.
호텔 레스토랑 10 % 할인 쿠폰이다. 음료는 할인에서 제외라고 강조한다. 쿠폰을 받을 때만 해도 '굳이 호텔 식당에서 밥 먹을 일이 있겠어?'라고 생각했다.
호텔 2층, 미로 같이 꺾인 긴 복도를 걸어가는데 객실 안 말소리가 또렷하게 들린다.
게다가 한국어다.
방음이 잘 안 되는구나, 아무쪼록 큰 소리 안나게 조용히 지내야지.
문을 여는데 방안 공기가 따뜻하다.
미리 빵빵하게 난방이 되어있다.
호텔 방은 온통 파스텔톤 보랏빛 조명으로 영롱하다. 따스하고 몽환적인 분위기. 격한 환영인사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티비를 켜니 화면에 숙소 예약자인 딸 이름이 나온다.
별 하나가 더 많은 호텔은 조금 더 섬세했고 대체로 더 크고 널찍했다.
방 크기도 크고, 옷장도 널찍하고, 책상도 크고, 티비도 크고, 심지어 헤어드라이어도 큼직하고 묵직하다.
책상 위에 놓인 생수병도 2L는 너끈히 돼 보이는 댓 병이다.
아, 그리고 냉장고가 있다.
리스본 3성급 호텔에는 없었던 냉장고. 없을 때는 없는 대로 아쉽지 않았는데 막상 있으니 과일이며 요거트며 보관하기 편리했다.
샤랄라 커튼이 아닌 육중한 블라인드가 내려진 창문.
블라인드를 올리니 늦은 밤이 아닌데도 온통 깜깜하다. 어떻게 도시에 불빛 하나가 안 보이냐.
앞은 나지막한 콘크리트 벽이 막고 있다. 고개를 외로 꼬고 옆을 보니 아파트처럼 생긴 회색빛 건물이 보인다.
적막강산인 창밖을 보고 있자니 리스본의 떠들썩한 골목길이 갑자기 그립다.
거리가 회백색이라 호텔 방을 부담스러울 만치 화려한 파스텔톤 조명으로 만들었나 싶기도.
점심도 먹는 둥 마는 둥해서 저녁을 잘 먹어야는데 식당을 찾아 어둑한 거리로 나서려니 겁난다. 아직 길도 눈에 익지 않아서 더더욱.
호텔 바로 앞은 넓은 도로, 도로 위에는 또 고가도로가 뻗어있다. 좌우를 둘러봐도 불빛은 보이지 않았다.
출입 회전문 앞에서 잠시 머뭇거리다가 첫날 저녁은 조신하게 호텔에서 먹는 것으로.
호텔 로비 옆에 바로 레스토랑이 있다. 여기도 몽실몽실한 파스텔 톤 조명이다.
문어요리 1인분과 돼지갈비 1인분, 모히또 한 잔과 물 한 잔을 주문했더니 '굿 초이스'라고 한다.
문어와 구운 돼지갈비는 맛이 없을 수가 없다.
굿초이스는 맞는데 양이 너무 많다. 감자튀김까지 한 소쿠리 갖다 놓았다. 심지어 물도 2L 댓병 째 갖다 준다.
소식좌들을 위해 이른바 '하프 디쉬'로 음식을 주문해서 절반 값만 내면 좋겠다 싶다.
남긴 음식도 아깝고 내는 돈도 아깝고, 반너머 남기고 있는데 맛이 어떠냐고 물어보는 직원 보기도 난처하다.
가격은 우리 돈 6만 원. 밥 한 끼 먹으면 6만 원은 기본이구나.
할인 쿠폰을 보여주며 쓸 수 있냐고 물으니 쓸 수 있다고, 두 장을 한꺼번에 쓸 수 있냐고 물으니 그건 안된단다.
쿠폰 두장 20% 할인으로 계산까지 재바르게 하고 있었구만.
호텔 식당에서 숙소로 들어가는데 남은 음식을 포장해 달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먹다 남은 물병을 노려보고 있었다.
2L 댓 병 물이 거의 새것처럼 남아있는데 저 큰 병을 들고 가나 마나.
내가 계산한 물값은 한 잔 값인가 한 병 값인가.
내 눈빛의 고뇌를 웨이터가 읽었나 보다.
물은 가져가면 된다고 말한다.
크고 무거운 댓 병을 끌어안다시피 들고 왔다.
그래서 호텔방 책상 위에 놓인 생수 댓 병은 두 개가 되었다. 별 하나 더 많은 호텔에는 냉장고가 있지만 댓 병을 넣기에는 너무 작은 냉장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