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타 인듯 나타 아닌
악천후 속에서 걸어다니는 나름 강행군에도 불구하고 몸은 크게 피곤하지 않았다. 잠시 쉬거나 뭔가를 좀 먹어주기만 해도 전기 충전하듯이 기운이 재생되었다.
무엇보다 집안일로부터의 완벽한 해방이 컨디션 회복에 주효하지 않았나 싶다. 특히 하루 세 끼 챙기는 일.
4인 가족이 하루 세 끼를 먹기 위해서 내가 주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를 셈해본 적이 있다. 하루 평균 다섯 시간 남짓이었다. (모녀 여행중에 아들과 둘이 집에 있었던 남편은 하루 세끼 밥 챙겨 먹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여행중에는 먹는 문제가 내 손에 달린 것이 아니라 내 지갑에 달렸다. 그리고 돈 걱정을 덜해야 신간이 편하다. 하여 여행중에는 오늘만 살 것 처럼 오만가지 잔걱정을 털어내고 다닌다. 여행이 '쉼'이 되는 이유기도 하다.
볼량 시장에서 결국 아무 것도 사지 않고 나왔다.
내일 아침 조식은 호텔방에서 우리끼리 마음 편하게 먹기로 했으니 간편식 먹을 거리를 챙겨야 한다.
저녁은 배고플때 사먹으면 되고 아침용 때꺼리는 가게에서 사면 된다. 잠시 잠깐이지만 팔자가 늘어졌다
먼저 '파브리카 다 나타'에 들르기로 했다.
포르투갈 3대 나타 맛집 중 하나라고 한다.
호텔 뷔페며 시장이며 카페며 어디에나 있는 나타.
나타맛이 다 엇비슷하지 맛의 차이가 무에 대단할까 싶어 심드렁하지만, 빵지순례 다니는 딸의 여행 취향은 또 나름 존중해야 한다.
파브리카 다 나타의 첫인상은 아름다운 빵공장 같은 느낌이었다.
일단 규모가 크고 입구부터 엄청나게 붐빈다.
나타를 만드는 곳과 카트에 실어 들고나는것 까지 보이니 더 어수선하다.
기다란 진열대 앞에는 얼핏 보아 대 여섯 명은 넘어보이는 남녀 직원들이 나름대로 분주하다.
입구에서 부터 천천히 나타를 구경했다.
원재료인 달걀 노른자 대신 다양한 재료가 들어간 말그대로 색다른 나타도 진열되어 있었다.
아침식사용 임을 감안하여 시금치 나타 하나, 그리고 햄치즈 나타 한 개를 일단 찜했다.
시퍼러 죽죽한 시금치 나타와 불그죽죽한 햄치즈 나타는 크기도 더 컸다. 크기나 영양배합 면에서 식사용으로 손색이 없어보인다.
그리고 이른바 일반 나타 4개를 추가 했다.
합이 모두 6개.
진열대 앞에 서 있는 여직원에게 찜한 나타를 가리키며 포장해 달라고 했다.
주문을 확인하던 여직원이 말했다.
아주 빠르게 말했다.
"지금 특별 프로모션 기간이라....8개를 구입하면....6개 가격에 준다...좋은 기회다. 혹시 8개를 구입할 생각이 있냐?"
특별 프로모션 어쩌구에 귀가 솔깃해서 초집중해서 들었다.
8개를 6개 가격에 준다고?
지금 우리가 찜한 나타가 모두 6개.
2개를 더 담아서 8개를 사면 원래 가격인 6개 가격만 치르면 된다는 말이 아닌가.
근데 좀 이상하다.
결국 6개를 사면 2개를 덤으로 더 얹어준다는 말인데,
2개를 덤으로 주고 생색만 내면 되는 것 아닌가?
8개를 살건지 말건지 왜 속사포 쏘듯이 물어봐?
유명 나타맛집의 판매 매뉴얼은 또 남다른가 싶어서 일단 8개를 산다고 말했다.
말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남자 직원이 기다랗고 큼직한 종이박스를 꺼냈다.
모두 8개의 구멍이 퐁퐁 뚫린 큰 박스.
8개의 구멍에 '그냥 나타' 8개를 재바르게 채워넣고 있었다.
어랏? 시금치 나타랑 햄치즈 나타 들어갈 공간은 남겨놔야 되는데...?
어리둥절할 새도 없었다.
남자직원의 움직임이 얼마나 민첩한지 8개들이 나타 박스는 곧 쇼핑백 안으로 들어갔다. 종이봉투에 각각 넣은 시금치 나타와 햄 치즈 나타까지 같이.
6개 사려던 나타가 순식간에 10개가 되어 쇼핑백에 든 채 내 앞에 있다.
우두망찰 보고 있자니 설탕과 계피가루가 든 일회용 팩을 흔들며 남자직원이 묻는다.
" 설탕과 계피가루 더 넣어줄깝쇼? "
고개를 끄덕이니 선심 쓰듯이 숫자까지 세며 퐁당퐁당 쇼핑백 안에 집어 넣는다.
나타 10개가 든 커다란 쇼핑백을 들고 가게를 나오며 실소를 터트렸다.
뭔가 속은 듯한, 눈 뜨고 코 베인 느낌도 없잖아 있었다.
관광객이 아닌 현지인들에게도 특별 프로모션의 혜택을 공평하게 나눠 주는지도 궁금했다.
어쨌든 나타 8개를 6개 가격에 산 것은 맞으니 과하게 억울할 건 없다.
이 많은 나타를 어떻게 다 먹을지 생각만해도 속이 느멀느멀하다만.
물설고 말설은 낯선 여행지에서는 별 일이 다 일어난다.
이 정도는 아주 사소한 해프닝이다.
영어가 익숙하지 않아서 '충분한 소통'이 되지 않은 탓이기도 하다.
어쨌든 한 가지는 확실히 알았다.
포르투갈에서 시금치나 햄치즈가 들어간 변형된 나타는 '나타 취급'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아, 한 가지 더 있다.
내일 아침 식사는 나타 뷔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