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지옥에는
단테의 신곡에 등장하는 교황과 신부들은 모두 연옥에 갇혀있다.
기도가 일상인 교황과 신부가 천국이 아닌 연옥에 갇힌 이유는 살아생전 지은 죄 때문이다.
고해와 참회로도 씻어지지 않은 죄는 '물신을 숭배하여 타락했다'는 것.
넘치는 신심을 어쩌지 못해 교회에 엄청난 돈을 기부한 로마황제들은 '돈으로 교회를 타락시킨 죄'로 또한 지옥행을 면치 못한다.
12세기, 즉 중세 말엽에 지어진 포르투 대성당.
이후 개축과 증축을 거듭하며 지금의 성당이 되었다고 한다.
상벤투 기차역에서 동 루이스 다리 쪽으로 가는 언덕 위에 우뚝 솟아있다.
아침 일찍 히베이라 광장을 가는 길에 포르투 대성당을 지나쳤다만 아직 문도 열기 전이라 오후 일정으로 미뤄 뒀었다.
성당으로 가기 위해 긴다이스 푸니쿨라를 타러 가는 길.
푸니쿨라 옆, 높은 벼랑을 올라가는 굽이도는 긴 계단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계단으로 천천히 올라가는 것도 좋을 듯싶었다.
높고 긴 계단이지만 널찍한 계단참이 촘촘히 있어서 쉬엄쉬엄 오르기 좋다.
무엇보다 바람도 시원하고 경치도 시원시원하다.
아주 큰 여행가방을 하나씩 끌고 낑낑 힘겹게 내려오는 젊은 한국인 남녀 한쌍을 마주쳤다.
힘들고 짜증날만 한 상황인데 웃고 있는 것으로 보아 신혼부부인 듯하다.
근처에 푸니쿨라가 있는 걸 몰랐나 싶다.
마지막 계단을 오르고 숨을 돌리는데 작은 카페가 바로 보인다.
마치 동굴처럼 아늑하게 생긴 곳.
까마득한 절벽 아래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카페.
시원한 바람과 따스한 볕과 놀라운 경치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카페 바깥쪽은 이미 빈자리가 없다.
다른 사람 발을 걷어차지 않으려면 실례 좀 하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지나가야 한다.
작은 테이블 몇 개가 놓인 좁은 실내에는 오히려 빈자리가 남아있다.
절벽에 구멍을 낸 듯 아늑한 카페에서 상그리아 한 잔과 캐모마일 한 주전자를 주문해서 배가 빵빵하게 나눠 마셨다. 연이어 빈자리를 찾아 들어오는 사람들 때문에 오래 앉아있기는 힘들다.
카페를 나오니 여전히 가파른 계단이 위로 뻗어있다.
꿋꿋이 계단을 오르고 한갓진 골목을 걷다 보니 어느새 대성당 앞이다.
포르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성당답게 사방이 확 트인다.
버스킹을 하는 사람들과 여기저기 사진 찍는 사람들로 성당 앞은 어수선하다.
입장을 기다리는 긴 줄에 섰다.
입장료는 1인당 3유로.
카드를 건네면서 두 명이라고 말하니 카드를 받던 직원이 서른을 코앞에 둔 딸에게 묻는다.
" 학생이죠?"
미성년은 입장료가 2유로다.
키가 크지도 작지도 않은 단발머리 동양인은 나이가 가늠이 안되나 보다.
오르막 계단을 올라 힘들게 찾아간 포르투 대성당.
성당 안의 구조는 얼핏 보아 제로니무스 수도원과 비슷하다.
회랑을 따라 네모나게 지어진 건물이며, 아줄레주로 장식된 벽, 그리고 건물 가운데가 뚫린 중정까지.
다만 포르투 대성당의 실내 장식이 훨씬 화려하다.
벽에 걸린 성화며 십자가며 예수상 등이 온통 황금빛으로 번쩍인다.
사람들이 우중우중 몰려가는 곳을 따라가다 보니 성당 꼭대기 전망대까지 올라갔다.
울퉁불퉁 돌계단을 뱅뱅 돌며 한참을 오른 후에 만난 전망대.
높다란 전망대는 눈을 뜨기가 힘들 정도로 바람이 세차게 분다.
포르투에서 제일 높은 곳이 아닐까 싶은데 전망대를 에워싼 튼튼한 쇠 난간이 내 키보다 더 높아서 무섭지는 않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이는 포르투 전경.
아름답다.
기념품을 판매하는 출입구를 지나 성당을 빠져나왔다.
새파란 하늘아래 관광객이 넘쳐나는 광장은 부산스러운 듯 평화롭다.
성당 앞 광장에는 청동 기마상이 있다.
뱀이 뱅글뱅글 똬리 틀고 올라간 모양새의 길쭉하고 높다란 기둥도 보인다.
이 기둥의 이름은 페로우리뇨(Pelourinho).
'형틀'이라는 뜻의 포르투갈어다.
죄인과 노예를 묶어놓고 처벌하는 용도의 기둥이었다고 한다.
죄인과 노예.
죄인은 죗값으로 벌을 받는다면 노예는 단지 노예이기 때문에 처벌을 받는다는 뜻인가.
단테의 신곡은 지옥의 고통을 보여줌으로써 신의 가르침을 설파한다.
또한 지상에서 신의 가르침을 설파했던 자들을 줄줄이 엮어서 지옥과 연옥에 가둔 채 불멸의 죗값을 치르게 한다. 단테에게는 타락한 교회의 교황과 주교, 그리고 권력을 누리며 그들과 결탁한 황제가 죄인 중의 큰 죄인이었으니.
포르투의 형틀, 페로우리뇨.
높다란 기둥의 끝에는 왕관과 십자가가 정교하게 조각되어 붙어있다.
속세의 권력과 종교가 힘을 합해 공개적인 처벌을 할 만큼의 죄는 무엇이었을까.
성당 안에 있는 십자가가 상징하는 긍휼과 중보의 가르침이 무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