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포르투 3일차-바칼라우

예약과 약속

by 카이저 소제

포르투 전통 음식 중 손꼽히는 것이 바칼라우, 즉 염장된 대구로 만든 요리다.

아침은 호텔 조식, 저녁은 또 호텔 레스토랑에서 해결하다 보니 제대로 된 포르투 요리를 먹을 기회가 없었다.

어제는 식당을 찾지 못한 탓에 점심까지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먹었다.

오늘은 반드시 포르투 전통음식을 먹으리라 다짐.

대성당 광장에 다리 뻗고 앉아서 인터넷을 뒤졌다.

우리나라 블로그에서 맛집으로 소문난 전통 음식점 한 곳을 찾았다.

다시 히베이라 광장 쪽으로 가야 한다.

계단을 따라 절벽을 내려갈 필요 없이 대성당에서 도로를 따라 걷다 보면 히베이라 광장으로 연결된다.

신기한 지형이다.

시간 넉넉하면 가보기로 했던 '플로렌스 거리'도 가는 길에 지나친다.


큰 빌딩과 어수선한 간판이 점령한 도심거리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유럽은 거리풍경만으로도 볼거리가 충만하다.

'플로렌스 거리', 즉 꽃의 거리를 향해 걸어가는 길은 아기자기하게 걷는 맛이 난다.

넓은 초록 잔디밭 뒤로 대사관 건물처럼 생긴 제법 큰 건물이 보인다.

볼사궁전이다.

화려하기로 유명한 볼사궁전의 외양이 무미건조해 보여서 의외다.

입장료가 1인당 10유로.

게다가 가이드 투어를 신청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들어가 봐?

얼굴을 마주 보며 동시에 머리를 가로저었다.

대성당에서 황금빛 실내장식을 많이 본 탓인가, 화려한 것에 지친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것도 지친다.

볕과 바람을 쐬며 탁 트인 길을 걷는 것이 더 좋다.


꽃으로 유명한 플로렌스 거리에는 꽃이 없었다.

건물 발코니며 창문마다 꽃이 만발해야 하건만 현실은 초록 잎사귀 하나 달리지 않은 건물들이다.

포르투의 3월은 꽃이 피기에는 너무 추운 날씨다.

꽃은 없어도 그라피티가 휘갈겨진 건물들은 나름 운치 있다.


언덕을 내려오다 골목길로 쏙 들어갔다.

식당 '오라 비바'의 작은 간판이 보인다.

문을 열고 슬쩍 보니 좁은 실내에 빈자리가 없다.

포르투의 식당들은 왜 이렇게 한결같이 좁고 길고 복닥이는지.

바로 나왔다.

골목 안쪽 식당은 오히려 손님이 없는지 직원이 나와서 호객을 한다.

붐비는 식당과 한가한 식당의 차이가 궁금하다.

오라비바 직원이 따라 나온다.

자리가 없다고 굳이 확인을 해준다.

예약이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원래 예약을 받지 않는단다.

대신 약속은 잡을 수 있다고.

잠시 눈알을 굴리며 생각.

reservation은 안되지만 appointment는 된다...

두 개의 차이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미리 하면 예약, 현장에서 하면 약속?


그래서 급히 잡은 우리의 약속.

2시 15분에 오라고 한다.

two fifteen이라고 하면 쉬운걸 굳이 fifteen after two라고 해서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드네.

시계 보며 20여분을 기다리자니 일각이 여삼추다.

언덕배기라 강바람이 드세서 얼굴도 시리고 손도 곱다.

그래도 시간은 가기 마련이다.


사람들이 꽉꽉 들어찬 식당은 시끌벅적 활기찼다.

각 나라의 지폐들이 빼곡히 매달린 천장을 보며 우리나라 돈을 찾다가 눈이 뱅뱅 돌아서 포기했다.

메뉴판에는 우리가 원하는 것이 다 있었다.

해물밥과 바칼라우.

일단 해물밥 하나.

바칼라우는 찜과 튀김, 두 가지다.

직원에게 어떤 것이 더 맛있냐고 물어보니 바로 튀김이라고 한다.

말해 무엇하랴.

해물밥 한 그릇과 바칼라우 튀김 한 접시, 그리고 와인 한 잔.

미리 시음을 하고 주문하는 와인, 이제는 익숙하다.

역시 인간은 도전과 응전, 아니 도전과 적응의 동물이다.


리스본 우마의 해물밥과 포르투 오라비바의 해물밥은 많이 달랐다.

냄비에 담겨 나오는 우마의 해물밥이 얼큰한 해물 찌개 같은 느낌이라면, 도자기 그릇에 담겨 나오는 오라비바의 해물밥은 부드러운 보양식 해물죽 같은 느낌이다.

내 입맛에는 살짝 매콤한 우마의 해물밥이 더 맛있다.

바칼라우는 겉바속촉 생선튀김이다.

크기와 두께가 남다른 생선이라 하얀 생선 속살이 많이 두툼하다.

한 입 먹을 때는 눈이 동그레질만큼 맛있고, 두 입 먹을 때는 맛있고, 그러다가 곧 느끼하고 질리기 시작한다.

바칼라우 튀김 한 조각을 밥반찬 삼아 잘 익은 총각김치 곁들여 먹으면 딱 맛있겠다.

물론 현실은 오이피클 한 종지도 없다는 것.

국물 한 점 남김없이 싹싹 비운 해물밥.

큼직한 바칼라우는 아무리 먹어도 줄지가 않는다. 결국 많이 남겼다.

계산을 하려고 부르니 엽서를 한 장씩 나눠준다.

식당 이름이 찍힌 예쁜 기념엽서.

관광지 인기 있는 식당의 영업 방법은 기분 좋게 색다르다.


염장 대구로 만든 바칼라우.

포르투에 오는 여행객들이 무조건 먹어보는 음식.

대항해시대, 오랜 항해를 하는 선원들의 식량이었던 염장 생선 요리가 포르투의 전통 요리가 되었다고 한다.

바칼라우 요리 종류만 365 가지라고 하는데, 매일 요리방법을 바꿔 먹을 수 있을 만큼 인기 있는 음식이라는 의미의 비유법인가 싶다.

그들의 역사와 문화와 환경이 만들어낸 요리, 이른바 전통요리.

그래서 먹어볼 만하다.

이른바 여행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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