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길에 닿아있다
여행안내 책자 속 히베이라 광장 부근은 길 찾기가 복잡해 보였다.
까마득한 언덕 위와 아래는 다리와 케이블카와 푸니쿨라와 계단과 오르막 내리막길 등으로 다양하게 연결되어 있다.
미로 같이 얽힌 듯 복잡한 길.
한데 막상 걸어보니 아주 단순한 길이다.
히베이라 광장이 그리 넓지 않은 탓도 있다.
머릿속으로는 복잡해 보여도 몸으로 걷다 보면 다 해결이 된다.
길은 길에 닿아 있다.
모로 정원에서 굽이도는 가파른 내리막 길을 내려오면 바로 동 루이스 1층 다리와 만난다.
2층과 달리 1층 다리는 건너기 편하다.
다리 가운데는 차가 다니고, 차도보다 높은 인도가 양쪽에 있다.
다리라기보다는 그냥 도로를 걷는 기분이다.
다리를 건너면 만나는 히베이라 광장.
다리 끝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위를 치받아보니 장난감 같은 긴다이스 푸니쿨라가 보인다.
성벽 옆을 따라 오르내리는 푸니쿨라, 경사가 가파른 곳이라 그런지 속도가 꽤 빨라 보인다.
푸니쿨라 타는 곳도 쉽게 찾을 수 있다.
편도 1인당 4유로.
몇 분 슝~ 타는데 우리 돈 6천 원이면 적은 돈은 아니다.
피곤해서 걷기 힘들면 푸니쿨라 신세를 지는 것으로.
히베이라 광장은 광장이라기보다는 강변 같은 느낌이다.
알고 보니 히베이라( Ribeira )뜻이 우리말로 강변이다.
문자 그대로 강변의 광장.
반듯반듯 잘 정비된 운하 같기도 하다.
하얀 천막아래 늘어서있는 노상 카페와 식당들, 강을 바라보며 빽빽하게 늘어서 있는 알록달록한 건물들이 이른바 '유럽 스럽다'.
이곳에 숙소를 잡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아침이건 밤이건 창문만 열면 강가 풍경을 마주했을 것이 아닌가.
말 그대로 전망 좋은 방.
물론 소음은 감안해야 될 듯하다.
동 루이스 다리와 모로 정원에서 까마득히 내려다보던 곳을 이제는 고개를 들고 올려다본다.
아래에서 보는 느낌은 또 다르다.
거대하고 삭막해 보이던 철교, 동 루이스 다리.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멀리 보이는 다리는 제법 운치 있고 근사해 보인다.
주말 아침 히베이라 광장은 북적인다.
노천카페 테이블은 아직 텅텅 비어있지만 강가에는 사람들이 제법 오간다.
무엇보다 동 루이스 다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다.
히베이라 광장은 현지인들에게도 꽤나 매력적인 관광지인 듯하다. 외국인보다는 현지인들이 더 많아 보인다.
드문 드문 놓여있는 벤치는 이미 빈자리가 없다.
강변을 걷다 보면 크루즈 매표소도 자주 보인다.
걷기만 해도 좋은 곳이라 굳이 배를 타고 관광을 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다.
유명한 관광지에는 역시 한국인들이 있다.
모녀로 보이는 한 쌍, 중년 부부로 보이는 한 쌍이 세상 행복한 표정으로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서로 고맙다고 깍듯이 인사하는 걸로 보아 가족은 아닌 듯하다.
반가운 마음에, 그리고 둘이 제대로 찍은 사진 한 장 남기고 싶은 마음에 훅 다가갔다
나랑 비슷한 연배로 보이는 분에게 사진 한 장 부탁했더니 오히려 반가워한다.
각도와 포즈까지 신경 써서 찍어준다.
그러고 보니 여행 중에 둘이 제대로 찍힌 사진은 처음이다.
강변에서 유유자적 시간을 보낸 후 포르투 성당 쪽으로 방향을 잡아 가는데, 우리 앞에 길게 줄을 서서 걸어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조금 전 사진 찍기 품앗이를 한 사람들도 있다.
서로 사진을 찍어주던 모녀와 중년부부는 모두 단체 여행 팀원이었다.
제일 앞줄에는 가이드가 코트 자락을 휘날리며 걷고 있고, 따라가는 긴 줄에는 할머니와 할머니 손을 꼭 잡은 어린아이도 있다. 몇 세대의 가족들이 함께 움직일 때는 단체여행이 편할 것이다.
어쩌다 보니 나란히 보조를 맞추어 걸었다.
동선이 겹치면 가이드 안내를 슬쩍 귀동냥하면서 갈까 싶기도 하다.
얼마 걷지 않아 동 루이스 다리 1층에서 길이 갈렸다.
단체 여행객들은 아까 우리가 건너왔던 동 루이스 다리 1층을 건너갔다.
아마 모로 정원으로 올라가나 보다.
일몰 맛집인 모로 정원을 이른 아침에 미리 가기.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한국인은 어디서나 부지런하다.
단체여행과 자유여행은 제각각 장단점이 있다.
히베이라 광장 같은 걷기 좋은 곳은 자유여행이 좀 더 여유롭긴 하다.
히베이라 광장은 걷는 재미가 남다른 곳이다.
자동차는커녕 자전거도 필요 없다.
아니, 없어야 더 편하다.
강변은 말할 것도 없고 강변 뒷 쪽 가파른 언덕길과 연이은 골목골목을 마음껏 누비고 다녀도 좋다.
지도를 볼 필요도 없이 발길 닿는 대로 무작정 걷기 좋은 곳이다.
걷다 보면 머릿속에 3차원 지도가 그려진다.
그리고 알게 된다.
길은 길에 닿아 있다는 것을.
걷는 즐거움이 내 발의 길잡이가 된다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