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고 기억하라
나는 알고 있다.
미처 하지 못했던 일들과 어쩔 수 없이 멈춰야 했던 일들을.
누구의 잘못이라 생각할 필요도 없지만 스스로 아는 만큼 아프고 간절했다.
하지만 언제나 멈춘 그 자리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그런 나를 기억해 내고 손잡아 일으켜 세웠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꿈으로 안내하는 에너지
어제와 오늘이 다를 게 없는 일상은 지루하다.
해서 나는 영화를 깊이 좋아한다. 영화를 고르고 가기 전부터 설렌다. 주인공들의 삶에 함께 휘둘리며 감정의 폭풍에 말려 새로운 시간을 여행하고 나면 불 켜진 현실의 의자에서 나는 안도한다.
눈과 귀로 보고 듣는 것이 아니라 마치 온몸에 퍼진 핏줄로 흡수하듯 전율을 느끼게 하는 영화를 만나면 여지없이 몇 번이고 다시 그 자리를 찾아간다.
내게 일어나는 지금의 감동은 나에게 무엇인지 알고 싶기 때문이다.
막연한 감동보다 세세하게 음미하며 그로 인해 스며들고 갈라져 틈마다 채워지는 마음을 보는 일은 얼마나 경이롭고 환상적인가.
돌아오는 걸음에 찰랑이는 영화 속 장면들과 생각들이 또다시 감동의 기억을 일깨운다. 그리고 나는 너무나 소중한 보물처럼 기록하고 기억하려 애쓴다.
내 안에 채워진 그 어떤 것보다 나를 살아있는 꿈으로 안내하는 에너지가 된다.
흥미로운 미래를 비추는 거울
생활 속 개미만 한 자잘한 감동을 발견하고 내 몸에 새기는 일과 기억하려 기록하는 일은 나를 고품격의 인간으로 살게 할 가이드라인이 된다. 더구나 자신이 가진 진실에 정성을 담아 다른 이에게 전하는 일상의 예술가로서의 삶은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에 품격 이상의 가치를 지니게 한다.
우리가 원하지 않아도 순간순간 예고 없이 들어서는 생각은 기분이라는 얄팍한 신호에 제멋대로 불을 켜고 마음을 흔든다. 그리고 곧장 내 삶을 비추는 정신을 흔들기도 하고 정신을 지지하는 의지도 넘보기 일쑤다. 그러다 좀 더 두고 보면 내 멀쩡한 두 다리까지 꼼짝 못 하게 주문을 외운다.
나는 이것을 절대 간과할 수 없다.
어떤 일이 조여와도 낱낱이 기록한 감동의 에너지를 찾아 읽고 원하는 모습으로 당당하게 문을 열어젖힐 수 있는 내 삶의 히어로를 불러낸다.
나와 당신이 그 무엇이라도 기록하고 선명한 무지개를 띄워 우리의 세계를 지켜야 하는 이유다.
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시간을 평행하게 벌려놓고 작은 선택과 결정들이 전혀 다른 삶으로 이끄는 멀티버스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기록한 삶은 곧 드러날 흥미로운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 될 것이다.
그 또한 미지의 우주 어느 평행 세계에서 낯설고 신비한 나를 발견하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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