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치의 먹고사니즘
식사일기를 써 봐야겠다는 생각은 내가 만들고 내가 먹는 한 그릇의 의미를 충분히 느껴보자는 의도이다. 요리경력 1개월이지만, 이왕 나한테 만들어 주는 식사이니 최대한 맛있게 해 보자는 의지의 다짐이기도 하다. 사 먹는 음식만큼 만들어 먹는 음식의 맛과 재미가 솔솔 커지는 중이라 더없이 좋다. 귀찮음이 아니라 즐거움이 되고 있는 음식의 영역을 더 넓혀 가봐야겠다!
오늘의 메뉴는 어묵볶음 덮밥.
#1. 일단 어묵 3장을 최대한 삼각형 모양으로 썰었다. 양파는 반개, 파 반쪽, 꽈리고추 5개도 뭉텅뭉떵텅썰었다. 어차피 칼질은 어떻게 해도 어정쩡해서 써는데 의의를 두고 내키는 모양으로 썰었다. 샌드위치 만들려고 사 놓은 얇은 햄도 5장 얇게 썰어 준비했다.
#2. 가스불을 켜고 프라이팬에 어묵을 올렸다. 물을 소주잔 하나 정도 넣고 어묵이 야들해지게 볶았다. 물이 거의 사라지면 썰어두었던 재료들을 모듀 넣고 올리브오일 한 수저 둘러 함께 볶았다.
#3. 아! 양념장은 미리 만들어놨다. 요리초보에게 동시에 2가지 일은 불가능에 가까운 묘기이기 때문에 그릇에 미리 양념을 만들어서 붓기만 하면 되도록 해야 한다. 진간장 2숟가락, 알룰로스 1숟가락, 다진 마늘 1숟가락을 섞어서 맛을 봤다. 살짝 달콤한 짠맛이면 완성! 너무 짜면 물을 사알짝(1숟가락 정도) 넣는다.
#4. 볶던 어묵과 야채가 기름을 좀 머금은 느낌이 들면 양념장을 넣고 한번 더 볶는다. 고루 색이 진해질 때까지 섞어가면서 볶은 후네 불을 끈다. 통깨를 휘리릭 뿌리면 완성!
#5. 그릇에 밥을 먹을 만큼 담고 그 위에 만든 어묵볶음을 올리면 진짜 끝. 김치하나 두고 폭풍흡입하면 된다.
어설프지만 하나씩, 먹고사는 일의 과정을
직관적으로 알아가는 시간
음식을 만드는 행위가 결국 먹고사니즘의 가장 1단계 아닐까. 특히 있는 재료를 가지고 내가 먹을 수 있는, 먹을만한 식사를 만드는 건 나를 책임지는 첫 단추를 채우는 느낌이다. 나이는 먹었지만 할 수 있는 요리가 하나도 없던 내가 어설프지만 음식을 만들면서 분명한 생활인의 감정을 깨닫는다.
그동안 나를 돌보고 살리는 모든 영역에 타인의 손을 빌리고 있었음을, 가장 쉬운 것조차 스스로 하지 못했음을 재차 확인히며 앞으로의 시간에 대해 천천히 생각한다.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답에는 이렇게 작지만 중요한, 혼자가 되었을 때 반드시 만나게 되는 상황과 일까지 넣어 생각해야 함을 되새긴다.
그나저나 내일은 또 뭘 만들어 먹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