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 쿨링 이펙트

22세기 인류의 생존을 건 지구 생존 프로젝트

by 북블레이더

2120년, 서울. 초고층 빌딩 숲 사이로 거대한 책탑이 우뚝 솟아 있었다. 마천루를 능가하는 높이에 수백만 권의 책이 빼곡히 들어찬 그곳은 '바벨의 도서관'이라 불렸다. 22세기 최고의 기술력으로 건설된 책의 성채였다.


하지만 요즘 들어 이곳에 찾아온 사람들의 얼굴에는 그늘이 짙게 깔려 있었다. 책을 찾는 이용객은 눈에 띄게 줄었고, 평소 같으면 책장 사이를 오가며 부지런히 움직이던 사서로봇들마저 움직임을 멈춘 채 서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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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 서영은 창밖으로 멀게 보이는 바벨의 도서관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그녀의 연구실조차 요즘은 이상한 침묵에 휩싸여 있었다. 온도, 습도, 대기오염도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던 대형 모니터에는 으스스한 데이터만이 점멸하고 있었다.


"'리딩 쿨링 이펙트'라...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리딩 쿨링 이펙트', 이것은 서영이 최근에 주목하고 있는 기이한 현상의 이름이었다. 며칠 전, 우연히 발견한 한 통계자료에서 시작된 그녀의 가설은 점점 확신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책을 읽는 사람들이 줄어들수록 지구의 기온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그래프. 그 역설적인 상관관계는 너무나 뚜렷했다.


서영은 부랴부랴 연구팀을 소집했다. 밤을 새워가며 토론을 거듭한 결과, 그들은 충격적인 결론에 도달했다. 책을 읽는 행위 자체가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었다. 책장을 넘기는 손가락의 움직임, 활자를 좇는 눈동자의 미세한 떨림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니... 그것은 상식을 뒤엎는 발견이었다.


연구 결과를 들고 정부를 찾아간 서영은 즉각 범국민 독서 캠페인을 제안했다. 환경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협력하여 긴급 태스크포스가 구성되었고, 메가폰을 든 캠페이너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책 읽고 지구 살리자!"

"녹색 지구를 위해 책을 펼치세요!"


구호가 온 거리에 울려 퍼졌다. 시민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출퇴근길 지하철, 공원 벤치, 심지어 만원 버스 안에서도 책을 읽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SNS에서는 '#책읽기_챌린지'가 트렌드를 장악했다. 셀럽들의 인증샷이 넘쳐났고, 책을 읽는 모습을 담은 짧은 영상들이 수만 개의 하트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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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쯤 지났을까. 바벨의 도서관에서 들리던 적막이 깨지기 시작했다. 몇 주 째 멈춰 서 있던 사서로봇들이 다시 움직임을 시작한 것이다. 책장 사이를 부지런히 누비며, 그들은 날마다 늘어나는 책 대출 요청을 처리하기 바빴다.


지구 반대편, 서영의 연구실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전 지구 기온 변화를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슈퍼컴퓨터의 그래프가 뚜렷한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사상 유례없는 속도로 책을 읽기 시작한 인류. 바로 그 책 읽기가 인간의 재앙이 될 뻔한 폭염을 막아내고 있었다.


서영은 눈물을 글썽이며 속삭였다.


"우리는 책을 읽어야만 한다. 한 권의 책이 한 그루의 나무를 살리듯, 우리의 책 읽기가 이 별을 지켜낼 테니까."


정부 청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장. 서영은 전 세계에 생중계되는 카메라 앞에 당당히 섰다.


"우리가 책을 멀리했던 시간만큼 지구는 신음해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압니다. 책 읽기가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된다는 사실을. 책은 단순한 종이 뭉치가 아닙니다. 우리에게, 그리고 지구에게 희망을 주는 등대와 같습니다. 오늘부터, 우리 모두가 리딩 플래닛을 위한 히어로가 됩시다!"


장내는 우레와 같은 박수로 몸살을 앓았다. 전 세계인이 하나 되어 책장을 넘기는 순간, 지구의 밤하늘은 반짝이는 별빛으로 화답하는 듯 했다. 책을 펼치는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무더위를 식혀주는 산들바람이 되어, 지구를 감싸고 있었다.


책 읽는 별, '리딩 플래닛'으로 거듭난 지구. 그곳에서 인류는 새로운 르네상스를 맞이하고 있었다. 독서에서 얻은 깨달음과 지혜가 세상을 바꾸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그렇게 바벨의 도서관은 인류의 등대가 되었고, 서영과 그녀의 동료들은 '책의 수호자'로 칭송받았다. 종이 위에 새겨진 책의 숨결이, 진정 지구를 살리는 희망의 숨결임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우주의 모든 별들도 책장을 넘기는 이 순간을 향해 반짝이고 있었다.

여러분, 최근 성황리에 막을 내린 서울국제도서전 소식 들으셨나요? 책을 사랑하는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고 해요. 발 디딜 틈조차 없던 인산인해의 현장, 그 열기가 제 가슴까지 뜨겁게 만드네요.

사실 책 읽는 인구가 해마다 줄고 있다는 우울한 통계도 있지만, 도서전의 성공은 희망을 봅니다. 여전히 책을 사랑하는 이들이 이렇게나 많다니까요.

이 이야기가 그런 분들께 작은 위로와 응원이 되길 바랍니다. 우리가 책 읽기를 멈추지 않는 한, 세상은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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