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의 춤

100년에 한 번 전해지는 장마의 비밀

by 북블레이더

무겁고 축축한 공기가 서울의 거리를 감쌌다.

장마 시즌의 한복판, 하늘은 마치 거대한 회색 담요처럼 도시를 덮고 있었다.

이런 날씨에 누가 밖에 나가고 싶겠는가?

하지만 김지훈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의 반려견 몽실이가 아파서 동물병원에 가야 했기 때문이다.


지훈은 우산을 들고 아파트 현관문을 열었다. 그 순간, 빗소리가 그의 귓가를 채웠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아니라, 마치 작은 종소리 같았다. '딩동 딩동' 하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이게 무슨 소리지?" 지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는 우산을 펼쳤고, 첫 발을 내딛는 순간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빗방울들이 땅에 떨어지면서 작은 무지개 빛 꽃들로 변하고 있었다. 지훈은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았지만, 여전히 같은 광경이었다.


"이게 꿈인가?" 그는 혼잣말을 했다.


그때 갑자기 한 빗방울이 그의 코끝에 떨어졌다. 순간 지훈의 온 몸이 간지러워졌고, 그는 참을 수 없는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으하하하!"


지훈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주변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그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 특별한 빗방울의 마법에 완전히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몽실이를 안고 있던 지훈은 갑자기 자신의 발이 땅에서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점점 하늘로 올라가고 있었다. 빗방울들이 그를 끌어올리는 것 같았다.


"으악! 이게 무슨 일이야!" 지훈은 소리쳤지만,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웃음으로 가득 찼다.


하늘 높이 올라간 지훈은 이제 도시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었다. 그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빗방울들이 만든 꽃들로 도시 전체가 형형색색으로 물들어 있었고, 사람들은 마치 거대한 꽃밭 속을 걸어다니는 것처럼 보였다.


그때 지훈의 귓가에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김지훈 씨."


깜짝 놀란 지훈이 고개를 돌리자, 작은 빗방울 요정이 그의 어깨 위에 앉아 있었다. 요정은 투명한 날개를 가진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누... 누구세요?" 지훈은 겨우 말을 이었다.


"저는 이번 장마의 수호요정이에요. 당신을 특별히 선택했답니다."


"저를요? 왜죠?"


요정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당신의 순수한 마음 때문이죠. 우리는 100년에 한 번씩, 한 명의 인간을 선택해 장마의 비밀을 보여줍니다. 당신이 이번 주인공이에요."


지훈은 여전히 혼란스러웠지만, 이 특별한 경험을 즐기기로 했다. 요정은 그에게 장마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장마는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에요. 지구의 생명 순환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요정이 말했다.


"이 시기의 풍부한 강수량은 토양에 수분을 공급하고, 지하수를 보충해요. 이는 식물의 성장을 촉진하고 농작물 생산에 필수적이죠."


요정은 잠시 멈추고 지훈의 반응을 살폈다. 지훈의 눈이 호기심으로 반짝이는 것을 보고 계속 이어갔다.


"또한 장마는 자연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해요. 홍수와 가뭄의 사이클을 조절하고, 생태계의 다양성을 지원하죠. 예를 들어, 많은 어류들이 이 시기에 산란을 하고, 양서류들은 번식을 위해 장마를 기다립니다."


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있었다. 요정은 미소 지으며 계속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장마는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상기시켜주는 중요한 현상이에요. 우리는 자연의 일부이며, 자연의 리듬에 맞춰 살아가야 해요. 장마는 우리에게 잠시 멈춰 서서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일 기회를 줍니다."


요정은 손을 뻗어 한 방울의 비를 잡았다. 그 안에서 작은 무지개가 반짝였다.


"보세요, 이 한 방울의 물 속에 얼마나 많은 생명과 아름다움이 담겨 있나요? 장마는 우리에게 이런 경이로움을 선사하는 거예요."


지훈은 요정의 설명을 들으며 자신이 얼마나 좁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장마는 단순한 날씨 현상이 아니라, 지구의 생명을 유지하는 중요한 과정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인간들이 우리의 존재를 잊어가고 있어요. 장마를 귀찮고 불편한 것으로만 여기죠." 요정의 목소리에 슬픔이 묻어났다.


지훈은 갑자기 죄책감을 느꼈다. 그도 항상 장마를 불평거리로만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제가 뭘 할 수 있을까요?" 지훈이 물었다.


요정은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당신의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세요. 장마의 아름다움과 중요성을 알려주세요. 그리고 무엇보다, 비가 올 때마다 미소 짓는 것을 잊지 마세요."


그 순간, 지훈은 서서히 땅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발이 땅에 닿는 순간, 그는 자신이 여전히 아파트 앞에 서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제 빗소리는 더 이상 '딩동'거리지 않았고, 빗방울도 꽃으로 변하지 않았다.


"꿈이었나...?" 지훈은 혼란스러워했다.


그때 몽실이가 짖으며 그의 주의를 끌었다. 지훈은 현실로 돌아와 서둘러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하지만 이제 그의 마음속에는 특별한 비밀이 자리 잡고 있었다.


병원에 도착한 지훈은 의사 선생님께 몽실이의 상태를 설명했다.

다행히 큰 문제는 아니었고, 간단한 약 처방으로 해결될 수 있었다.


"그나저나 오늘 비가 참 쏟아지네요." 의사 선생님이 말했다.


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네, 정말 아름다운 날이에요."


의사 선생님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지훈의 얼굴에 번진 행복한 미소를 보고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병원을 나온 지훈은 우산도 펴지 않은 채 비를 맞으며 걸었다. 빗방울이 그의 얼굴에 떨어질 때마다 그는 키득거렸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를 이상하게 쳐다보았지만, 지훈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집에 도착한 지훈은 젖은 옷을 갈아입고 창가에 앉았다.

빗방울이 유리창을 타고 흐르는 모습을 보며 그는 생각에 잠겼다.


오늘의 경험이 정말 꿈이었을까? 아니면 정말로 일어난 일일까?


그는 노트북을 켜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오늘 나는 장마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


며칠 후, 지훈이 브런치스토리에 올린 글이 화제가 됐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장마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얻었다고 말했다.


한 달 후, 도시 곳곳에 '빗방울 정원'이라는 이름의 작은 공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비 오는 날이면 이 공원에 모여 우산 댄스를 추며 즐거워했다. 장마 시즌은 이제 축제의 계절이 되었다.


그리고 매년 장마가 시작될 때마다, 지훈은 창밖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 때때로 그는 빗방울 사이로 작은 요정의 모습을 본 것 같다고 말하지만, 아무도 그를 믿지 않는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사람들이 이제 장마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자연과 더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빗소리를 들을 때마다 지훈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진다. 그리고 그는 조용히 속삭인다.


"고마워요, 빗방울 요정. 당신이 준 선물을 영원히 간직할게요."


그리고 그의 곁에서, 보이지 않는 작은 요정이 함께 미소 짓고 있었다.


오늘도 장마가 계속 되고 있죠? 장마를 마법적이고 환상적인 경험으로 재해석했습니다. 현실에서 종종 불편하게 여겨지는 장마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며,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려는 의도입니다. 이야기는 평범한 일상에서 시작해 점차 환상적인 요소들을 더해가며 전개됩니다. 주인공의 경험을 통해 일상적인 현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신선함을 담고자 했습니다. 소설에 언급된 장마의 역할은 픽션이 아닌 팩트입니다. 누군가에겐 상식이겠지만, 대중들에겐 100년에 한 번 알게 되는 비밀만큼 알려지지 않았죠. 저도 이번에 알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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