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예상치 못한 동맹
새벽 3시, 잠에서 깨어난 나는 갑자기 찾아온 열기에 숨이 막혔다. 창밖으로 들어오는 후덥지근한 공기에 몸이 뻐근했다. 이렇게 밤중에 갑자기 더워지는 일은 늘 있었지만, 이번에는 유독 견디기 힘들었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창문을 열었다. 하지만 밖에서 불어오는 열기가 오히려 숨통을 조였다. 한숨을 쉬며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요즘 핫하다는 SNS인 스레드(threads) 앱을 열고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더워 죽겠다. 누가 나 좀 살려줘."
"에어컨은 고장, 선풍기는 더운 바람만 내뿜고."
"이러다 정말 녹아 없어질 것 같아."
쉬지 않고 스레드를 올리다 보니 어느새 30개를 넘어섰다. 답답한 마음을 토로하고 나니 조금은 시원해진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갑자기 "뿌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방 안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지진인 줄 알고 놀랐다. 하지만 그 소리는 점점 더 커졌고, 이내 창문이 덜그럭거렸다. 호기심에 이끌려 베란다로 나가보니,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20층 높이의 거대한 우주선이 우리 아파트 단지 위에 떠 있었다. 마치 거대한 금속 원반에 크리스마스 트리 전구를 단 것 같은 모양새였다. 우주선 아래쪽에서 초록빛 광선이 뿜어져 나왔고, 그 광선을 따라 3미터는 될 법한 녹색 외계인이 천천히 내려왔다.
그 외계인은 촉수로 된 머리카락, 큰 검은 눈, 그리고 입 주변의 작은 촉수들이 꿈틀거리는 모습이었다. 나는 눈을 비비며 중얼거렸다. "이게 무슨 꿈인가..."
"지구인이여," 외계인이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물속에서 말하는 것처럼 울렸다. "나는 프리존 행성의 대사 쿨리오라고 하오. 우리는 당신들의 폭염 문제를 해결하러 왔소."
나는 어안이 벙벙한 채로 대답했다. "안녕하세요... 근데 어떻게 우리의 폭염 문제를 아셨나요?"
쿨리오는 웃음을 지었다. 적어도 웃는 것 같아 보였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당신들의 'SNS'를 모니터링해왔소. 특히 당신의 스레드가 가장 절망적이더군요. 어제 '더워 죽겠다'는 내용을 37번이나 올리셨더군요."
나는 얼굴이 붉어졌다. "아... 그랬나요?"
쿨리오는 계속해서 설명했다. "우리 행성은 영하 100도의 혹한을 겪고 있소. 당신들의 열기를 나눠가지면 서로에게 도움이 될 거요."
순간 나는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잠깐만요! 그럼 우리가 겨울에 추울 때는 어떻게 해요?"
쿨리오는 잠시 고민하더니 밝게 웃었다. "아하! 계절마다 번갈아가며 열을 교환하는 건 어떻소? 우리가 6개월마다 방문하겠소!"
그때, 경찰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쿨리오는 초조해 보였다. "이런, 시간이 없군요. 빨리 결정해야 해요.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까?"
나는 잠시 고민했다. 이건 정말 큰 결정이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올까?
"좋아요," 내가 말했다. "하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어요. 제가 여러분의 행성을 방문할 수 있게 해주세요. 우리 지구의 대사로서요."
쿨리오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이제 우리는 동맹이오, 대사님."
그렇게 해서 나는 지구와 프리존 행성 간의 첫 번째 대사가 되었다. 다음 날 아침, 전 세계 뉴스는 우리의 협약으로 떠들썩했다. 내 이름은 하룻밤 사이에 유명해졌고, 심지어 노벨 평화상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물론, 모든 것이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프리존 행성을 처음 방문했을 때, 나는 그들의 음식이 모두 얼음으로 만들어져 있다는 것을 알고 경악했다. 그리고 그들의 인사법은 서로의 촉수를 엮는 것이었는데, 이건 정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가장 큰 문제는 6개월마다 찾아오는 갑작스러운 기온 변화였다. 한여름에 갑자기 영하의 날씨가 찾아오면 사람들은 당황했고, 한겨울에 찾아오는 폭염은 또 다른 혼란을 가져왔다.
그래서 우리는 '계절 전환 준비 주간'이라는 새로운 휴일을 만들었다. 이 기간 동안 사람들은 여름옷과 겨울옷을 동시에 준비하고, 에어컨과 난방기를 점검했다.
1년 후, 지구의 기후는 안정되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새로운 생활 리듬에 적응해갔다. 나는 여전히 프리존 행성과 지구를 오가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가끔 밤중에 잠에서 깨어 이 모든 것이 꿈이 아닐까 생각할 때도 있다. 하지만 창밖에서 들려오는 "뿌우웅~" 소리와 함께 찾아오는 서늘한 바람이 이 모든 것이 현실임을 상기시켜준다.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 '폭염 때문에 잠 못 이루던 그날, 스레드에 투정 부리길 정말 잘했어.'
정말로 오늘 새벽 3시에 눈이 뜨여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실제 경험에서 영감을 받아 쓰게 된.것이죠. 물론 외계인이 실제로 온 것은 아니지만, 여름이면 견딜 수 없는 더위 속에서 잠에서 깨곤 했습니다.
기후 변화로 인한 극단적인 날씨, 특히 이상고온으로 인한 폭염은 요즘 세계적으로 큰 고민거리입니다. 외계인과의 만남이라는 SF적 요소를 더한 것은 우리의 문제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기 위해서입니다. 우리가 직면한 문제의 해결책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했습니다.
더운 여름, 모두 건강하기를. 그리고 혹시 모르니 겨울옷도 준비해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외계인이 찾아올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