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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블레이더 Jul 22. 2024

아서왕과 12명의 원탁 프리랜서들

엑스칼리버 2.0: 디지털 시대의 제왕

샌프란시스코의 새벽 안개가 금문교를 감싸고 있었다. 아서(Arthur) 펜드래곤은 37층 펜트하우스 창문 너머로 그 풍경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눈에는 피로가 가득했고, 턱수염은 며칠째 깎지 않은 채 덥수룩했다.


"이제 끝인가..." 그는 중얼거렸다.


카멜롯 테크는 파산 직전이었다. 3년 전, 아서는 "모두를 위한 AI"라는 야심찬 비전을 안고 이 회사를 설립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투자자들은 등을 돌렸고, 유능한 개발자들은 더 높은 연봉을 제시하는 거대 기업들로 하나둘 떠나갔다.


그때였다. 


"띠링-"


휴대폰에서 낯선 알림음이 울렸다. 화면을 켜자 신비한 푸른빛의 앱 아이콘이 반짝였다.


'엑스칼리버 2.0'


앱을 열자 방 안이 눈부신 빛으로 가득 찼다. 홀로그램으로 나타난 '디지털 레이디'가 말했다.


"아서 펜드래곤, 당신은 선택받았습니다. 12명의 재능 있는 프리랜서들과 연결해 드리겠습니다. 그들과 함께 당신의 꿈을 이루세요."


아서는 망설였지만,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는 'Accept' 버튼을 눌렀다.


시간이 흘러 3개월 후, 카멜롯 테크의 사무실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12명의 프리랜서들의 홀로그램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1. 갈라하드(인도): AI 알고리즘 전문가

2. 랜슬롯(브라질): UX/UI 디자이너

3. 베드베르(일본): 양자 컴퓨팅 보안 전문가

4. 트리스탄(프랑스): 로보틱스 엔지니어

5. 퍼시벌(케냐): 생태계 모델링 전문가

6. 가웨인(호주): 게임화(Gamification) 전문가

7. 모르가나(영국): 사이버 보안 전문가

8. 보르스(러시아): 빅데이터 분석가

9. 케이(한국): VR/AR 개발자

10. 파라짓(이집트): 자연어 처리 전문가

11. 라모락(캐나다): 윤리적 AI 철학자

12. 다곤(아일랜드): 블록체인 개발자


"갈라하드, 새 자연어 처리 알고리즘은 어떻게 됐지?" 아서가 물었다.


갈라하드의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거의 다 됐어요, 보스. 이 알고리즘은 100개 이상의 언어를 실시간으로 번역하면서 문화적 뉘앙스까지 포착할 수 있죠."


랜슬롯이 끼어들었다. "UI도 거의 완성됐어요. 사용자의 뇌파를 읽어 의도를 예측하는 인터페이스예요."


팀이 열정적으로 일하던 그때, 모르가나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서! 모드레드가 우리 시스템에 침입했어요!"


아서의 얼굴이 굳어졌다. 모드레드, 그의 이복동생이자 다크사이드 주식회사의 CEO였다.


"모두 집중!" 아서가 외쳤다. "우리에겐 최고의 인재들이 있다. 함께라면 못 할 일이 없어!"


그렇게 72시간의 치열한 사이버 전쟁이 시작되었다. 


베드베르는 양자 암호화를 이용해 방어 시스템을 구축했다. 트리스탄은 AI 바이러스와 싸우는 나노 로봇을 개발했다. 퍼시벌은 바이러스의 확산을 생태계 모델로 분석해 대응 전략을 세웠다. 


보르스는 공격 패턴을 빅데이터로 분석했고, 케이는 VR 환경에서 팀원들이 직관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파라짓은 AI의 의도를 해석하여 팀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했다.


라모락은 윤리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팀이 선을 넘지 않도록 했고, 다곤은 블록체인을 이용해 모든 대응 과정을 안전하게 기록했다.


끝없는 사투 끝에 마침내 승리의 순간이 왔다. "해냈다!" 모르가나의 외침과 함께 12개의 홀로그램에서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승리의 기쁨이 가시기도 전에 1년의 시간이 빠르게 흘렀고, 아서와 그의 팀은 실리콘 밸리 최대 컨퍼런스장에 서 있었다.


아서가 무대에 올랐다. 그의 뒤로 12명의 프리랜서들의 홀로그램이 빛났다.


"여러분, 오늘 우리는 역사를 새로 쓰게 될 것입니다. 인공지능과 인간 지성의 완벽한 조화, 'AI 엑스칼리버'를 소개합니다."


아서는 계속해서 설명했다. "우리는 '디지털 원탁'을 만들었습니다. 이는 AI 엑스칼리버의 윤리적 사용을 감독하고 방향을 제시할 것입니다."


컨퍼런스가 끝나고, 모드레드가 아서에게 다가왔다. "대단해, 형. 하지만 네가 정말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아서는 대답했다. "혼자서는 안 돼. 하지만 우리가 함께한다면... 그래, 할 수 있어."


그날 밤, 아서가 사무실에서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을 때, 갑작스러운 소식이 들려왔다. 일본 도쿄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아서는 즉시 12명의 기사들을 소집했다. "여러분, 우리에겐 새로운 도전이 찾아왔습니다. 이번엔 우리의 기술로 생명을 구해야 합니다."


베드베르가 도쿄의 인프라 데이터를 분석하기 시작했고, 갈라하드는 여진을 예측했다. 트리스탄은 구조용 로봇을 설계했고, 퍼시벌은 환경 영향을 평가했다.


72시간의 사투 끝에 상황이 안정되었다. 아서의 팀은 수천 명의 생명을 구했다.


아서는 지친 몸을 기대며 창밖을 바라봤다. 새벽녘 샌프란시스코의 안개가 걷히고 있었다. 


"우리의 여정은 이제 시작이에요," 그가 중얼거렸다. "AI 엑스칼리버로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낼 거예요."


그의 눈에 졸음이 밀려왔다. 그리고 꿈속에서 그는 보았다. 12개의 빛나는 별들로 이루어진, 거대한 원탁을.


어느 날 스타트업 관련 뉴스를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실리콘 밸리의 CEO들, 마치 현대판 기사들 같다." 그래서 아서왕 이야기를 21세기로 끌고 왔다.

검 대신 앱을, 마법 대신 AI를 넣었다. 원탁의 기사들은 전 세계 프리랜서로 바꿨다. 
사실 이 이야기는 내 로망이기도 했다.
전 세계 천재들과 온라인으로 협업하며 세상을 구하는 것 말이다. 현실은 내 노트북 앞에 앉아 혼자 끙끙대고 있지만, 꿈꾸는 건 자유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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