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톨슈 Jun 05. 2021

안녕, 나는톨슈라고하는데 말이야

무지개 톨슈 이야기


안녕. 나는 톨슈라고 해. 요즘 나는 나답지않게 좀 우울하고 부끄러워. 요즘의 관심사 중 하나는 글쓰기와 문체야. 세상의 많고 많은 글을 쓰는 방법 중에서 가장 나다운 글을 쓰는 법을 무얼까? 어떤 말투로 내 말을 하면 내가, 그리고 당신이 이 글이 더 흥미로울까? 어떻게 하면 돌아서서, 내가 글이 지나치게 부끄럽지 않을까?


  참 좋아하는 이슬아 작가님은 늘 말하곤 하셨지. 글쓰기는 재능보다는 꾸준함과 노력이라고. 매일 쓰고 쓰고, 부지런히 쓰는 자를 이길 수는 없다고. 그래서 나도 일단 많이 써 보려고 . 요즘 틈만 나면 핸드폰에다가 글을 끄적여. 일을 하다가도 메모 창을 고 떠오른 것들을 막 적어.


 얼마 전 바다에 갔는데, 바다에서  세 시간을 가장 멋들어지게 보내는 방법은 바다를 보면서 글을 쓰는 행위라는 걸 깨달았지 뭐야. 바다는 멈춰 있는 듯하면서도 자꾸만 움직이고 일렁이고 밀려들어왔다 멀어지는 존재였어. 그래서 그런지 그런 바다에 대해서만 묘사해도 문장이 끝없이 이어졌어. 그리고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와 파도의 풍경이 데려오는 다른 것들에 대해서 쓰기 시작했더니 이미지이어지고 이어져서, 그 뻗어나간 나무들이 온 지구를 이루러 가더라니까. 바다의 짠물이 모래사장에 조금씩 스며들듯이 말이야- 그렇게 어디선가 문장이 흘러나오더라고. 황홀하고도 신비한 경험이었어. 여행의 힘인지, 동해의 힘인지.


 매번, 다양한 방법으로 글을 써 보려고 해. 오늘은 너에게 말하는 것처럼 한 번 써보고 있어. 이 글은 조금 변한 내일의 내가 앞으로도 몇 번을 읽을 것이고, 지금 모니터 혹은 핸드폰을 손에 쥔 당신도 읽을 거니까. 읽을 사람이 어쨌든 있는 거잖아. 당신이 있잖아 지금. 


글이라는 게 있지, 꼭 혼자 독백체일 필요는 없으니까.






  자, 오늘의 나의 이야기는 어떤 지 한번 들어봐 봐.


 최근에 연극 수업을 듣기 시작했어. 연극이 무엇인지 나는 아직 하나도 모르지만, 어느 날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 내 얼굴 중 안 쓰고 있는 표정이 지나치게 많다고 말이야. 나이가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너무나 같은 표정만을 많이 짓고 살고 있다고 말이야. 좀 더 다양한 얼굴을 가진 내가 되고 싶었어. 카페에서 가만히 있을 때, 신호를 기다리려 횡단보도 앞에 그저 서 있을 때, 그때의 네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너는 알고 있니? 출근하려고 신발장 앞에서 신발을 신을 때 너의 낯빛이 어떤지 의식해 본 적이 있니? 나는 요즘 타인이 찍어준 사진들과, 부러 설치하고 의식한 거울들을 보면서 사실 꽤 당황했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무표정한 내가 있는 거야. 훨씬 못생긴 표정의 내가 있는 거야. 얼굴이 예쁘고 못 생기고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이 못생겼다고. 어딘가 군내가 난다고. 내가 알고 있는 나보다 세피아 필터를 씌운듯 어두운 내가 있어서 말이야. 그걸 봤을 때, 그때의 느낌이 어땠는 줄 알아? 아아 나는 어쩌면 내가 외우고 있는 것보다 나이가 들어 버린 것은 아닐까. 무던하고 평범해야만 살아가기 쉬운 세상에 기껏 맞춘다는 것이 딱딱한 내 표정 정도일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 늘 웃거나 밝은 표정이어야 한다는 말은 아니야. 무표정은 무표정이어야 하는데, 무표정이 힘들어 보이더라구. 요즘 영화나 책을 보고 참 슬퍼도 예전보다는 훨씬 더 울지 않게 되었는데, 그 눈물이 다 어디 갔나 했더니 밖으로 나가지 못한 슬픔과 후회들이 나의 표정을 세 톤쯤 어둡게 만들었더라구. 암흑과 체념으로 환산되어 내 얼굴을 잡아먹고 있는 잔혹한 감정들.  다양하고도 순수한 나의 얼굴 표정을 되찾고 싶었어. 그러기 위해서 여러 노력을 해보려고 해. 감정을 흘려보내기 위한 방법들. 누군가를 매일 만나서 이야기해보기. 글을 써보기. 그리고 연극으로 풀어보기.


 걸음걸이 이야기도 좀 해볼까? 사실 난 매우 조그마한 여자치고는 걸음걸이가 아주 빠른 편이야. 예전부터 빠르다는 말을 꽤 듣기는 했는데, 그냥 빠른 줄로만 알았지 내가 그렇게 묘하게 씩씩한 나만의 걸음걸이를 갖고 있다는 걸 잘 몰랐어. 자주 어깨가 아팠는데 사실은 좀 구부정하게 걷고 있다는 것도 몰랐구. 내 몸에서 일부는 쓰고 있지만 일부는 아주 경직되어 있는 거지. 쓰지 않는 몸의 어떤 부분들을 좀 살펴봐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


 연극은 나의 표정과 몸을 전부 써서 공연을 보이고 그걸 누군가가 객관적으로 봐준다는 거니까, 어떨지 궁금하더라. 연극 연습실을 온통 휘감고 있는 거울이 무섭지만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얼굴의 다양한 표정을 뽑아내는데 가장 중요한 게 뭐라고 생각해? 평소의 내가 하는 말들, 늘 하고 있는 말만을 해서는 소용이 없겠지. ‘안녕하세요’ ‘고마워요’ 혹은 ‘서류 다 됐습니다.’ 이런 말 말고 있지. 누구한테도 못한 말들, 다른 캐릭터를 만나거나 내 안에 숨겨두었던 말들을 꺼내지 않으면 새로운 표정도 나오지 않더라구. 그걸 연극 수업에서 배우고 있어. 연극 수업을 세 번 정도 들었는데 지금까지는 어찌 보면 심리 상담 수업 같기도 하고, 몸의 움직임을 생각할 때는 그냥 몸 스트레칭 시간 같기도 하더라구. 보통 여러 동작으로 몸을 풀고, 그 다음에는 자신에 대해 이야기해. 일주일 동안 가장 인상 깊었던 일, 화가 났던 일, 기뻤던 일, 지금의 기분, 주변의 기분. 혹은 날 이루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이야기를 해. 그리고 그걸 내 방식으로 그저 연기하는 거지. 연기를 해내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감정, 그 중에서도 자신의 감정을 깨닫는 일이야.그중에 한 놀이를 소개해볼게. 내가 나에 관한 이야기를 지금부터 할건데, 모든 것이 사실이고 이 중 오직 하나가 거짓이야. 맞춰봐.





첫째, 나는 지금 이순간만큼은 글을 쓰기 싫은데  그저 쓰고 있는 거야.


둘째, 나는 흥미로운 걸 위해서라면 일주일에 2-3번쯤이야 편도 27km쯤은 운전해서 취미활동을 위해 나서. 돈이 하나도 되지 않는 일인데도 말이야.(오히려 기름값을 내며 중고차값을 내리고 있지)


셋째,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운동은 스피닝이고 음, 싫어하는 운동은 볼링이야.


넷째, 나는 이번 주에 한 번도 땀 흘리는 운동을  했어. 많이 아팠거든.


다섯째, 나는 일주일에 평균 500장 이상의 사진을 찍어. 보는 것이 참 많아.


여섯째, 나는 이번 주에 비스크 치즈케이크를  성공하고 초코머핀을 또, 태웠어.


일곱째, 내 생각에 나는 나잇값을 못하는 것 같아. 나는 서른이 넘었는데 정신연령이 스물 어디쯤인 것만 같은 기분이 자꾸 들어. 큰일이야.


여덟째, 태어나서 식욕이 줄었던 적은 오로지 5번이였는데 이번이 그 중 하나였어.

그러다가 양재역에서 마늘보쌈칼국수랑 김치전을 만났어. 마법이 풀리더라.


아홉째, 읽기만 하던 내가 지난해 북스타그램을 시작했어. 8개월 동안 읽은 책 중, 120여권에 대한 기록을 남겨 놓았어. 올해의 2분기는 몇 권을 남길 수 있을까. 읽는 것과 읽고 남기는 것은, 아주 다른 일이지.


열 번째, 베트남어를 배운 적이 있는데 지금은 거의 기억이 안 나. 베트남인이었던 남자 친구가 있었는데 그가 달콤하게 날 부르면서, 베트남 말로 고맙다고 하던 순간만 기억이 나.  깜응-.


열한 번째, 최근 혼란스러워서 유명한 영화를 연달아 일곱 편쯤 봤는데, 그중 정말로 내 마음에 들었던 건, <원데이>. 오직 딱 하나였어.







 아, 재밌다. 네가 어떻게 읽었는지는 모르겠는데, 난 나에 대한 흥미로운 문장들을 만들어내는 게 참 재밌어. 이건 나를 힘나게 해. 매주 나에 대한 진실과 거짓말을 무작정 써보려고 해. 나를 위한 선물로 말이야. 엄청나게 풍요로운 작업이라고 생각했어. 그리고 열심히 들은 누군가가 그중 무엇이 거짓인지 맞추는 거지. 이건 스스로 나 자신에 대해 정리할 수 있는 활동임과 동시에 당신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이미지 게임’이더라고. 난 나도 궁금하고 당신도 궁금해. 너의 세 가지 진실과 한 가지 거짓이 듣고 싶어진다.



 지금, 이게 무슨 의식의 흐름대로 맘껏 가는 말도 안되는 글이냐고? 미안, 그건 생각하기 나름이야. 굳이 변명을 해 보자면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쓰는 게 나쁜 건 아니잖아? 난 기본적으로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한 마음껏 펼치고 사는 사람이 되고 싶어. 그러니까 지금 이게 폐를 끼치는 건 아니냐구? 아니, 아닐 수도 있어. 그러니까- 생각을 한 번 해봐. 각자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자기 마음이지. 아주 정제되고 반듯한 글만을 보고 싶어서 나는 이 글을 클릭했습니다-라고 말씀하신다면, 다음 글에는 예쁜 사과에 대한 글을 써볼게요? 하하 - 그게 아니라면 , 어떻게든 한 개인이 스스로의 글을 확장해 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면 어때? 나쁘지 않을걸? 너도 이 글에 답을 마음대로 써도 좋아. 니 마음이 흘러가는대로. 너의 세계도 의외의 방향으로 좀 나아갈지도 모르잖아.


 아, 참고로 이런 막무가내의 글을 쓰기로 결심한 건 말이야. <헬싱키 로카마티오 일가 이면의 사실들 - 특별판 >을 읽은 순간이 느닷없이 떠올랐기 때문이지.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든 한 개인이 어떤 형식의 글을 쓰든, 그건 정말 작가의 자유라는 것. 글은 나의 표현이라는 것. 마음 속의 하고 싶은 이야기는 풀어내야 한다는 것. 난 그 작품집을 읽는데 계속 그런 생각이 들었었어.





 음,미안. 왜인지 모르겠지만, 사과하게 되네.


자신 있는 말투로 마음껏 떠든 뒤, 혹시 몰라서 사과를 깔고 또 결국에는 내 멋대로 이런 글을 마무리하고 마는 건, 고쳐야할까? 모르겠다. 들어줘서 고마워- 읽어줘서 고마워-! 이건 평소의 나지.


좀 다른 표정을 지어볼까.


난 즐거운 글도 우울한 글도 이상한 글도 쓰고 싶어. 근데 읽고 있는 니 표정이 괴로우면 나도 괴로울 것만 같아. 그래도 안심해. 일단

다음은 맛있고 즐거운 글이 올테니까. 

재밌을거야. 요즘, 중국요리 글에 빠졌거든.


누군가를 응원한다는 것, 돌고 돌아서 서로에게 전해지는 용기랑 응원과 힘. 난 그런 걸, 진심으로 믿는 사람이야. 안녕! 지금까지 톨슈였어.

매거진의 이전글 같은 하늘색은 없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