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제법 좋아하기 시작했다. 꽃말을 공부하고 꽃의 특성을 하나하나 살펴보다 보면, 주변의 모습이 꽃에서 보인다. 나의 엄마, 아빠 그리고 나의 베스트프랜드 J 는 모두 여름에 태어났다. 6월에서 8월 가장 뜨거운 태양을 견디고 태어나서인지, 그들은 대체로 여름을 좋아하고 여름꽃을 닮았다는 즐거운 우연을 지녔다.
J는 마치 금계화 같다. 금계화의 꽃말은 ‘상쾌한 기분’인데 말 그대로, 그녀의 존재는 사람의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늘 에너지가 넘쳐서 보고 있자면 넘쳐나는 생명력이 감동스럽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색은 노란색인데, 이 꽃도 딱 그런 선명한 노란색을 띠고 있다. 특징이라면 해를 진짜 좋아해서 실내에서는 키우기 힘들다고 하는데, 그것도 딱 그녀 같다. 정말 돌아다니는 것을 사랑하는 야생마 같은 사람이라, 비슷한 종자인 나는 그녀와 함께 많은 곳을 누비고 있다. 우리는 여름에도 돗자리하나랑 맥주하나만 있다면 어디든 해 밑에서 누워있기를 즐긴다.
예쁜 나의 엄마는 로벨리아를 닮았다. 엄마는 늘 패셔너블하시고 꾸미는 걸 좋아하신다. 화려함이 잘 어울린다. 로렐리아처럼 화사한 핑크 꽃 같다.
엄청나게 꽃이 크거나 한 것도 아닌데도,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이 드는 꽃이 이 꽃인데, 엄마도 그렇다. 키가 엄청나게 크거나 아주 큰 이목구비는 아니셔도, 화려하게 아름답다는 칭찬을 자주 들으신다. 환갑이 다 되셨지만, 미니스커트와 핑크 쟈켓도 즐겨 입으신다. 엄마는 곱고 예쁜 미모로 주변을 끌어당기신다. 특히 아빠는 꽃 같은 엄마와 함께 다니실 때 어깨가 으쓱해지신다고 한다.
엄마는 친구도 많으시고 모임의 각종 장을 도맡아 하시는 등, 모임의 꽃 같은 존재이시기도 하다. 이 꽃의 꽃말은 열정과 시들지 않는 사랑이다. 아, 그래서 엄마가 그렇게 지치지 않고 각종 모임에 다니시고 쇼핑에도 열정적이신가! 내 눈에는 남자로서의 매력은 잘 모르겠는 우리 아빠를 한결같이 사랑하시는 점도 신기하다. 로렐리아 같은 엄마의 사랑이 시들지 않아서 감사하다.
엄마의 단점이라면 몸이 약하고 주거 환경의 청결을 지나치게 중요시하는 점인데, 그 또한 이 꽃 같다. 여름에 피어나면서도 더위에 약하고 병충해도 잘 생기는 꽃이라서, 병충해 관리와 함께 선선한 바람을 쐬어주는 일이 중요하다. 아, 어쩜 이런 면까지 닮았을까. 키우기는 조금 까다로울 수 있어도, 그 꽃의 아름다움과 지치지 않는 사랑의 열정이 사랑스럽지 아니할 수 없다.
이빠는 밥티샤라는 생명력 강한 여름 꽃을 닮았다.
주거환경에 예민하고 깨끗한 아파트를 선호하시는 엄마와 달리 아빠는 어떤 환경도 마다하시지 않는다. 시골도 좋아하시고, 외국에서 홀로 열악한 환경에서도버티셨으며, 사업이 잘 안됐을 때작고그늘진 집에서도 앓는 소리 한 번 않으셨다.
햇볕을 좋아하지만 그늘진 곳이든 볕 강한 곳이든 어디서든 잘 자라는 밥티샤처럼, 우리 아빠도 그러하다. 그리고 아빠는 늘 가족을 위해 모든 걸 내어주시려고 하는 편인데, 밥티샤 역시 잎과 뿌리 모두 염증 구토 완화를 위한 약재로 사용되는 등 그 한 몸을 모두 바쳐, 꽃 외에도 사람들을 돕는다.
그리고 아빠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바로 고단한 일상 뒤 야밤에 마시는 땅콩과 맥주인데, 밥티샤는 그 잎모양도 땅콩 잎과 비슷하고 줄기가 엄청 많아서 그 줄기에 땅콩도 달려있을 듯한 기분이 든다. 꽃이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고 꺼억- 트림을 할리는 없겠지만, 밥티샤를 보면 자꾸만 아빠가 생각나서 맥주 한잔 할까요? 하고 말을 걸고 싶어지곤 한다.
이른 나이에 결혼하셔서 나를 낳아주신 덕택에 엄마 아빠와 한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이 땅에 살게 된지는 어느덧 삼십여 년이 넘었다. 여러 가지 일이 있어도, 자녀는 부모라는 존재를 죽을 때까지 사랑할 수밖에 없단 것을, 부모 또한 그렇다는 것을 나는 조금씩알아가고 있다. 사실 좀 부모님과 많이 다퉜던 2021년의 여름이었다.
그래도 말이다.
여름의 대표 꽃인 해바라기가 해를 따라서 피고 해를 숭배하는 것처럼, 나는 아마도 부모님을 평생 사랑하고 따르고 말것이다. 나는 엄마 아빠라는 태양의 해바라기이자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반짝이는 태양으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