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라이더라는 게임을 지금의 청년세대라면 모두들 아실 거라고 생각한다. 처음 pc게임으로 출시됐던 때부터, 지금의 닌텐도나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이어지기까지, 카트를 타고 달리며 아이템을 던지고 경주를 하는 게임은 나의 최애 게임 중 하나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무언가를 타는 것을 좋아했고, 그중에서도 차를 정말 좋아했으며, 자동차 게임을 즐겨했다. 가끔 관광지에 가면 카트를 타고는 했는데, 이번에 영월에 친환경 전기로 움직이는 귀여운 카트 체험장이 등장했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한반도 면으로 차를 몰았다. 구불구불하고 차가 거의 없는 산길을 지나고 있자면, 사실 영월의 대부분의 길들이 카트레이싱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많다. 시골길이다 보니 외길이고 중간중간 방지 턱이나 예쁜 경관도 많아서 속도를 줄였다 올렸다 하면서 드라이브를 즐긴다. 산도 터널도 많고 둥그런 교차로도 많은 영월의 드라이브 길. 눈이 호강을 하면서 한반도 면에 있는 카트체험장에 도착했다.
거친 강원도 사투리를 쓰시는 두 분의 아저씨 조교님들이 계셨다. 강원도 사투리는 서울 사람들이 느끼기에는 구수하기도 하면서 특유의 억양이 있어서 무언가를 재빠르게 지시할 때는 조금은 센 말투로 들리기 쉽다는 걸 더욱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그 말투의 리듬이 재미있어서 쿡쿡 웃음이 나왔다. “아, 빨리빨리 왼발을 누르더래요!” 하시는데 영화 웰컴 투 동막골도 떠올랐다.
카트는 생각보다 훨씬 더 작아서 놀라웠다. 꽤 뚱뚱하거나 덩치가 큰 사람은 타기 힘들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 정도였다. 나는 얼굴을 다 가리면 중학생으로 오인받을 정도로 자그마한 체구의 여자인데도 내 몸이 카트에 딱 들어맞는 기분이었다. 물론 자동차를 운전하고 가서 카트를 탄 것이니, 그것은 단순한 내 착각일런지도 몰랐다. 여하튼 그만큼 카트가 작고 올망졸망 귀엽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치 땅 위에 십 센티 정도만 공간을 두고 엉덩이를 띄우고 있는 듯한 감각의, 아주 납작하게 생긴 모양이 신기했다.
기본 작동법은 자동차와 매우 비슷했다. 오른발을 누르면 액셀- 앞으로 나가고, 왼발을 밟으면 브레이크, 멈춘다. 나는 이런 설명을 들을 때면 늘 긴장을 하고 걱정이 되며 기시감이 들곤 한다. 어릴 적부터 왼손 오른손 왼발 오른발을 그토록 교육받아도 중요한 순간에 가끔 두 방향이 헷갈리곤 하는 성미 때문이다. 운전면허를 딴 뒤 초보 운전일 때 나도 모르게 실수했던 지난 경험을 떠올린다. 지금의 나처럼 10년 이상 운전한 프로 드라이버가 아닌 다음에야 운전면허가 없으신 분들은 카트를 타면 더 많이 떨리지 않을까? 싶다. 마음이 콩닥 콩닥 혹시 발을 잘못 눌러서 확 나가지는 않을까 그런 걱정들을 해 본다.
자동차도 그렇지만, 카트 운전에도 핵심은 핸들 조작보다는 액셀과 브레이크를 부드럽게 밟는 능력이었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힘을 주어야 앞으로 나가고 멈추는 지를 모르기 때문에 급발진하기 일쑤고 급제동하기 마련이다. 부드럽게 같은 힘을 계속 주어서 꾸준히 앞으로 밀고 나가는 일, 그게 말처럼 쉽지 않고 참 어려운 일인데 카트 타기가 인생살이와 다를 바 없는 듯하다. 인생도 하는 게 어렵다기보다는 페이스 조절을 하면서 은근히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 일이 참 어렵다.
언덕 코스로 본격적으로 진입하기 전 초반 설명을 듣고 연습 운동장을 돌 때는 발을 누르는 정도가 익지 않아서 자꾸만 부웅-하고 몸이 쏠리게 튀어나가 버리거나, 끼릭-하고 멈추거나 했다. 제일 첫 바퀴에서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거 은근히 너무 어려워서 오늘 잘 못할 것만 같다고. 그런데 신기하게도 한 서너 바퀴를 돌고 나니까 그 적절한 힘의 감각이 어느 사이엔가 몸에 익었다. 역시 해서 안 되는 건 없는 것 같다.
카트에서 진짜 인생을 배워간다.
나는 카트가 언덕을 오르는 코스라는 이야기를 미리 듣고 일부러 5시쯤 카트장으로 방문했다. 노을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10월 말 영월의 가을은 6시면 해가 진다. 5시 20분쯤부터는 서서히 노을이 시작되고 하늘이 어떤 날은 붉게, 어떤 날은 핑크빛으로 물든다. 카트는 같은 언덕을 열몇 바퀴 정도 반복해서 도는 코스였는데, 노을이 잘 보이던 오른쪽 언덕배기를 올라갈 때마다 나는 열 번이면 열 번 감탄을 흘렸다.
와- 노을 진짜 예쁘다!!!!!!!!!!
1분 전에 본 것을 1분 뒤에 봐도 연신 감동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영월의 노을. 점점 붉게 물드는 하늘과 산을 바라보며 쌩쌩 카트를 타고 바람을 느끼는 기분은 다른 어떤 경험과도 비할바가 못 되는 것 같다. 나도 모르게 야호! 소리를 지르며 어린아이처럼 카트라이더 체험을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