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2023>
조급해하지 말자
내 인생에는 이유 없이 사이렌이 계속 울리고 있는 것 같다. 귀 옆에서 왱왱 울리는 사이렌은 나를 조급하게 만든다. 정말 큰일이 난 때는 거의 없다. 그냥 뒤에서 무언가가 쫓아온다고 믿고 달리는 스프링벅 같다.
그 어떤 일도 큰일 나는 때는 없다 (집에 불났을 때 빼고). 조급해하지 말자.
<ver.2025>
긴 추석 연휴를 보내며 쉬는 내내 마음은 조급했다. 대학원 과제 마감도 얼마 남지 않았고, 공모전도 코 앞이고, 1년에 한 번 뿐인 신춘문예도 얼마 남지 않았다. 아차, 11월에 등록해 둔 자격증 시험도 있었지.
추석 연휴에도 본가까지 바리바리 일을 싸들고 가서 했지만, 마음은 책상을 떠난지 오래였기 때문에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결국 들고 왔던 할 일을 고대로 들고 자취방으로 돌아와 부랴부랴 밀린 일들을 하는 중이다.
어차피 쉬는 동안은 집중하지 않을 거, 그냥 맘 편히 쉬고 나중에 집중하면 좋을텐데, 그게 잘 안 된다. 마음은 언제나 조급하지만, 조급한 마음만큼 빠르게 실천하지는 않는다.
나의 조급함은 소극적인 완벽주의에서 비롯된다. 일에 욕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지만, 더 많은 일을 하고 싶고, 더 완벽하게 하고 싶다.
무언가를 완성도있게 끝내는 방법은 정말 간단하다. 매일 조금씩 하면 된다. 그럼 당장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는 스트레스에서도 벗어날 수 있고, 완성, 혹은 완벽을 향해 진도를 뺄 수도 있다.
그러나 당장 실천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소극적인 완벽주의다. 한 번에 완벽한 결과물이 나오면 좋을텐데! 물론 천재가 아닌 이상 그런 일은 결코 벌어지지 않는다.
소극적 완벽주의자들은 처음부터 "잘"하고 싶어한다. 그러다 보면 마감에 쫓겨 "빨리"하게 되고, 결국에는 "대충"하게 된다. 하지만 무언가를 조금 더 완성도 있게 하고 싶다면 반대로 해야 한다. "대충" 시작하고 "빨리" 마무리 한 다음, "잘" 다듬어야 한다.
실패하는 방법 : 잘 -> 빨리 -> 대충
성공하는 방법 : 대충 -> 빨리 -> 잘
완벽하게 시작하려는 마음은 일을 미루게 만든다. 머릿속에서만 계획이 커지고, 실행은 점점 늦어진다. 결국 시작하지 못한 채 시간에 쫓기고, 스스로를 탓하게 된다. 그래서 오히려 ‘불완전한 시작’이야말로 완벽으로 가는 가장 현실적인 길이다.
마음이 조급할 때, 우선 대충이라도 시작하자. 그리고 시작했다면 조급해하지 말자. 시작을 했다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끝내보자. 그런 경험이 하나 둘 쌓이면, 조급해하지 않고 내 능력을 객관적으로 믿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