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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구름 Aug 08. 2021

저녁 산책 예찬

꽃구름을 본 당신은 운이 좋아요

해지기 전의 여름날, 저녁 산책은 여러모로 좋다.
낮처럼 따가운 햇살이 없어 선크림을 덧바를 필요가 없고, 시원한 바람결을 느끼며 천천히 걷기에도 좋다. 운이 좋으면 꽃구름도 볼 수 있다. 노을빛이 구름에 물들어 몽환적인 느낌이 나는 그 하늘빛을 채색하는 시간. 해가 완전히 지기 직전까지 잠깐 볼 수 있는 그 구름의 이름이 바로 '꽃구름'이다. 다양한 구름 이름 중에서도 주변 빛을 머금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구름이다.


세 글자를 천천히 소리 내어 말해보면 어감까지 참 예쁜 말, 꽃. 구. 름. 이때 하늘 풍경의 빛깔은 여느 수채화처럼, 유화처럼 환상적이다. 꽃구름 바라보는 일을 즐기다 보면, 저녁 산책을 마다할 이유를 찾기 어려워진다.  

꽃구름@bookcance



꽃구름@bookcance

꽃구름은 구름 형태의 고유성을 잃지 않으면서 주변 빛을 받아들여 함께 어우러진다.

조화로움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는 자연의 이치. 그리고 그때만 볼 수 있는 시간의 한정성. 그래서 순간의 소중함을 제대로 느끼게 해 준다.

꽃구름@bookcance



저녁식사를 마치고 배불러 뒹굴뒹굴하고 싶어지는 인간적인 게으름은 꽃구름에 반한 이후 줄어들었다. 저녁 산책이 좋은 점은 아침만큼 마음이 조급해지지 않는다. 그저 천천히 걸으려는 마음과 노을빛을 잔뜩 머금은 꽃구름을 올려다볼 줄 아는 여유로운 마음만 있으면 충분하다. 여름은 해가 길어 이 시간을 충분히 누리기에 적당하니까.






저녁 산책 중 @bookcance




이른 저녁을 먹고 나서 운동화 끈을 고쳐 매는 시간. 하루 해가 저물듯, 오늘 해야 할 일들을 끝내 놓고 여유 있는 숨을 내쉴 수 있어 좋다.


멀리 가지 않아도, 숨 가쁘게 달리지 않아도 그저 해가 완전히 지기 전까지만 걸어보겠다는 생각으로 집을 나서면 나머지는 즐겨 듣는 플레이 리스트 음악들처럼 자동으로 진행된다.





 산책 트랙@bookcance


비록 마스크를 쓰고 있어 조금 답답하긴 하지만, 저녁 산책을 즐기게 된 요즘의 내가 좋아졌다.

그동안 브레이크 고장 난 자동차처럼 살았었다. 산책할 시간이 어디 있느냐며 자기 직전까지 일에 매달리던 예전의 나. 그랬던 30대의 나를 다시 만나고 싶지 않다.



코로나 전과 코로나 후, 달라지고 있는 생활 습관과 마음.

살다 보면, 아주 좋은 것도 아주 나쁜 것도 없다는 현인들의 말씀이 떠오르는 저녁이다.

나쁜 상황이라도 그 상황을 어떻게 대하는지는 내가 하기 나름이다.  파란 하늘에 멋스럽게 두둥실 떠있던 구름들도 해가 지기 직전, 사라져야 할 때 마지막으로 노을빛을 잔뜩 머금은 꽃구름으로 다시 태어난다. 상황보다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알려준 오늘의 꽃구름.

꽃구름@bookcance


해가 져버리기 직전의 어두컴컴한 시기가 코로나 상황이라면,

나는 어떤 '노을빛'을 머금은 '꽃구름'일까,


저녁 산책 중 꽃구름을 만나며 들었던 생각,

브런치 첫 발행 글로 남겨본다.




오늘은 꽃구름을 보았다. 운이 좋은 저녁이다. 방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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