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그들은 자신을 숨기는 데 매우 익숙하다. 그것이 처세의 기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상대가 기분 나쁜 행동을 해도 끝까지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며, 자신이 싫어한다는 사실을 상대가 절대 눈치채지 못하게 한다.
물론 그래야만 하는 경우도 분명 있다. 하지만 그것은 처세술이라기보다는 배려에 가깝다. 다양한 사람이 모인 조직에서 자기 성향과 맞지 않는다며 싫은 티를 내거나 기분에 따라 내키는 대로 말하고 행동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특히 자신의 행동이 누군가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팀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면 현명하게 자기감정을 통제할 줄 알아야 한다.
모든관계의 기본은 ‘진정성’에 있다. 다시 말해 자기감정을 통제하는 것은 더는 관계를 악화시켜서는 안 될 때 활용해야 할 임기응변일 뿐 인간관계의 핵심은 아니다.어떤 상황, 어떤 관계에서도 인간관계의 기본인 신뢰는 진정성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문제는 누군가와의 관계가 매끄럽지 않으면 대부분 미안하고 불편한 감정을 갖는다는 것이다. 목에 걸린 가시처럼 자꾸만 마음에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을 조금만 바꿔 보자. 왜 모든 사람과 사이좋게 지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가. 다양한 사람이 모여서 일하다 보면 서로 잘 맞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한 공간에서 함께 하는 시간이 많다고 해서 반드시 친해져야 한다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상대와 가까워지기 위해 자기감정을 통제하고 억지스럽게 행동하는 것이야말로 상대와의 거리를 더 멀어지게 하는 지름길일 뿐이다.
▲ 관계의 기본은 ‘진정성’에 있다. 자신을 속이면서까지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고 하거나 좋아하는 척 연기하지 마라.
◆ “모든 사람의 비위를 맞추기보다는 진심이 통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열중하라”
굳이 자신을 속이면서까지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고 하거나 좋아하는 척 연기하지 마라.그것이 누구를 위한 행동이건 피곤해지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이며, 비웃음을 사는 것 역시 자기 자신이다.
신경정신과 전문의인 이시형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모든 사람의 비위를 맞추려고 하는 에너지를 몇 사람의 진실한 사람을 사귀는 데 쓰라.
모든 사람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괜한 헛심 쓰지 말고, 진심이 통하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데 더 열중하라는 이야기이다.
원만한 인간관계에 관해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어온 사람들은 자신과 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사람의 비위를 맞추는 것을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착각일 뿐이다. 아무리 나를 낮추고 양보해도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주변 사람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눈치만 봐 왔다면, 이제 그만 자기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좀 더 솔직하고 당당해져라. 괜히 아는 척, 이해하는 척 무게 잡느라 애쓸 필요 없다. 어차피 그들 역시 내가 마음에 안 들면 굳이 내게 맞추려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인간주의 심리학의 새로운 흐름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으며, 상담 분야에서 획기적이라고 평가받는 인간 중심 치료를 만든 미국 심리학자 칼 로저스의 말은 매우 의미심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