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너무 완벽한 사람보다 약간 빈틈이 있는 사람을 더 좋아한다.”
미국 심리학자 캐시 애론슨의 말이다. 그녀는 ‘퀴즈왕 선발대회 실험’을 통해 사람들이 퀴즈게임 도중 실수하거나 자신의 실수담을 털어놓은 사람에게 더 큰 호감을 느낀다며, 이를 ‘실수 효과’라고 했다. 허점이나 실수가 오히려 인간적인 매력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이란에서는 최고급 카펫을 짤 때 ‘페르시아의 흠(Persian flaw)’이라고 하는 아주 작고 섬세한 흠을 일부러 만들어둔다고 한다. 여기에는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라는 장인들의 철학이 깃들어 있다.
인디언들 역시 구슬 목걸이를 만들 때 흠이 있는 구슬을 하나 꿰어 넣고 그것을 ‘영혼의 구슬’이라고 부른다. 여기에는 ‘영혼을 가진 것은 그 무엇도 완벽할 수 없다’라는 인디언의 지혜가 담겨 있다.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위해 직장인들이 갖춰야 할 것은 무엇일까?
완벽한 업무처리, 폭넓은 대인관계, 뛰어난 말솜씨, 적극적인 행동력, 유머 감각 등을 우선순위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 주변을 살펴 보면 앞에 나서기보다는 묵묵히 자기 일에 집중하고, 인간관계가 좁더라도 깊이 사귀며, 스스로를 내세울 것 없는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다 보니 소위 ‘자기 PR’이라고 일컬어지는 시대에 이들은 자신의 소극적인 성격을 고쳐야 하는 건 아닌지, 적극적인 사람들에 비해 불이익을 받게 되지는 않을지 끊임없이 불안해한다.
어느 직장이건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말로 일하는 사람과 일로 말하는 사람. 말로 일하는 사람은 자신의 공을 실제보다 더 과장하고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자기 능력을 과시한다. 반면, 일로 말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알아줄 때까지 묵묵히 자기 일에만 집중한다.
“당신은 어느 쪽에 속하는가?”
이렇게 물으면, 대부분 사람은 “묵묵히 일하는 편”이라고 한다. 그러면 “어느 부류가 더 인정받는다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는 십중팔구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는 사람”이라고 답한다. 대부분 사람이 남들 앞에서 자기를 드러내지 못하는 걸 성공의 걸림돌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나름대로 인정받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한다. 어떤 이들은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앞장서며, 자기 가치를 드러냄으로써 영향력을 확인하고자 한다. 하지만 자기 PR을 구차한 것으로 생각하거나, 자기를 드러내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이들도 있다. 물론 그들에게도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과장된 자기표현 없이 ‘조용하고, 진실하게 자신을 드러냄으로써 인정받는 법’을 택하고 싶을 뿐이다.
많은 사람이 성공하려면 완벽한 재능과 외향적인 성격, 폭넓은 인간관계가 필수라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 그 결과,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자기 생각을 말하고, 명령하고, 계획을 세우는 사람이 성공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명한 리더 중에는 의외로 소심하고 내성적인 사람이 많다. 과연, 그들은 어떻게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성공에 대한 공식을 깨뜨리고 성공할 수 있었을까.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의 한 교수는 뛰어난 체조선수들에게 두 가지 공통점이 있음을 발견했다.
첫째, 그들은 완벽주의자가 아니었다.
둘째, 그들은 실수를 해도 마음에 오래 담아두지 않았다.
즉, 뛰어난 체조선수들은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완벽해지기 위해 끊임없이 실패하는 사람들이었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완벽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하지만 사람들은 완벽한 사람보다 빈틈 있는 사람에게 더 끌리며, 말 많은 사람보다 잘 듣는 사람, 큰소리치며 나서는 사람보다 신중하게 관찰하는 사람을 더 믿고 따른다. 특히 경쟁과 협력을 반복하는 직장이라는 공동체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을 깎아내리지 않고 인정하는 것이다. 약점은 약점대로, 강점은 강점대로 인정하고 자기만의 길을 꾸준히 갈 때 존재감은 애쓰지 않아도 드러나며, 사람들은 그런 사람의 말을 더 신뢰하고 따르게 된다. 나아가 그들이야말로 자신을 차분히 되돌아보고, 자신의 강점과 약점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빈틈이 있다고 해서 불완전한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빈틈 있는 사람일수록 타인에게 도움을 베풀 기회를 준다.
사람들은 대부분 완벽함보다 인간적인 면모에 가치를 둔다. 그 때문에 누군가가 자신의 결점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그가 솔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자신 역시 결점을 감추지 않고 솔직하게 드러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상대가 빈틈을 갖고 있다는 걸 아는 순간, 사람들의 마음속에서는 안도의 한숨이 새어 나오면서 그 자리에 미묘한 우월감이 들어차기 때문이다.
지금껏 자신을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다그쳐 왔다면, 그래서 주위 사람들까지 피곤해질 정도로 매사에 완벽한 모습만 보였다면, 이제 빈틈을 드러내도 괜찮다. 아무런 상처나 결점이 없는 사람에게 자신의 상처와 실수담을 늘어놓는 사람은 절대 없다. 내게 허점이 있을 때 상대 역시 마음을 열고 다가오게 마련이다. 그러니 다른 사람과 심리적 거리를 좁히고 싶다면 ‘빈틈’이라는 묘약을 현명하게 다룰 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