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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테호른 Aug 14. 2020

84년 된 세계적인 기업을 무너뜨린 ‘이것’  




◆ 세기의 대결이 가장 지루한 경기가 된 이유


386세대나 격투기에 관심 많은 사람이라면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라는 말로 유명한 세계 최강 복서 무하마드 알리와 일본 프로 레슬링의 전설 안토니오 이노키가 도쿄 무도관에서 일전을 벌인 경기를 기억할 것이다.  

두 사람의 대결은 요즘 말로 ‘세기의 대결’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세기의 대결이라며 열광했던 사람들은 경기가 진행되는 내내 불평과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경기가 너무 단조롭고 지루했기 때문이다. 이노키는 경기 내내 링 위에 드러누워 알리의 다리 공격만 했고, 알리 역시 펀치 한번 제대로 날리지 못한 채 12라운드를 마쳤다.   

  

▲  요즘 말로 ‘세기의 대결’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세계 최강 복서 무하마드 알리와 일본 프로 레슬링의 전설 안토니오 이노키의 경기 장면.


경기가 지루하고 재미없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싸움의 토양이 너무도 달랐기 때문이다. 알리는 복싱 챔피언이었고, 이노키는 레슬링 챔피언이었다. 그러니 서서 싸우면 알리에게 절대 유리했고, 누워서 싸우면 이노키가 이길 것이 당연했다.  

두 사람의 대결은 미국 심리학자 조해리의 창에 응용하면 ‘나는 물론 다른 사람도 잘 아는’ 공개영역에 속한다. 그러니 두 사람 모두 쉽게 경기에 임할 수 없었다. 나아가 어떻게 하면 약점을 피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환경에서 싸울지에만 신경을 집중해 본의 아니게 지루한 경기를 펼쳤다. 

팬들의 비난은 두 사람 중 유독 이노키를 향했다. 시종일관 누워서 경기를 재미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과연, 그것이 옳은 일일까. 그렇지 않다.  싸웠기 때문이다.   
 
어떤 스포츠건 간에 최고의 성과를 보여주려면 약점을 지녀서는 안 된다. 사슬은 가장 약한 부분에서 끊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약점이 있으면 어떤 강점이 있어도 자신의 기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이노키 역시 자신의 약점을 최대한 커버해가며 최선을 다해서 싸웠을 뿐이다. 따라서 그를 비난할 이유는 전혀 없다.



▲  스웨덴의 오토리브와 함께 세계 에어백 시장을 주도했던 84년 역사의 타카타는 아주 사소한 문제로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고 말았다.



◆ 기업과 사람을 무너뜨리는 것 역시 산이 아닌 작은 조약돌 


기업과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 역시 마찬가지다. 부품 하나의 결함을 시작으로 CEO의 실수(책임 회피), 노조 파업, 직원 비리 하나가 기업의 생사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수도 있다.  

84년 역사를 자랑했던 세계적인 에어백 제조업체 타카타(Takata)의 파산 역시 아주 사소한 문제에서 시작되었다. 타카타는 한때 세계 시장 점유율 22%로 25%를 점유하던 스웨덴 기업 오토리브와 함께 세계 시장을 주도하며 도요타·벤츠·GM 등 주요 완성차 업체에 에어백을 납품하던 매우 탄탄한 기업이었다. 하지만 80여 년 동안 공들여 쌓아온 신뢰가 무너진 것은 한순간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미국 7대 기업에 속하던 에너지 기업 엔론은 분식회계라는 요술 방망이를 마구 두들기다가, 백제 사람이 일본에 세운 무려 1,400년이나 된 세계 최장수기업 콘고구미(金剛組)는 40대 당주의 비이성적인 차입 경영 때문에 한순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호화 여객선 타이타닉이 침몰한 이유는 배 밑바닥에 뚫린 작은 구멍 하나가 원인이었다. 사람 역시 마찬가지다. 사람은 산이 아닌 작은 조약돌에 걸려 넘어진다.  

이렇듯 
우리 삶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문제는 약점을 건드리면서 촉발한다. 그 결과, 단 한 번의 잘못이나 실수로 인해 그간 힘들게 쌓아 올린 것을 모두 잃을 수도 있다. 
이것이 우리가 약점을 보완해야 할 이유이다.


무엇 하나 부족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직장생활이나 사업에서 실패하는 이유 역시 마찬가지다. 제임스 월드룹을 비롯한 하버드대학 경영대학원 MBA 과정 교수들이 직장인 천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그것은 단 한 가지 이유에서 비롯되었다. 바로 약점이다. 


▲ 우리 삶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문제는 약점을 건드리면서 촉발한다. 그 결과, 단 한 번의 잘못이나 실수로 인해 그간 힘들게 쌓아 올린 것을 모두 잃을 수도 있다. © roadtr



◆ “인생은 곱셈”… 내가 0이면 아무리 곱해도 0일 뿐


100+0은 산술적으로는 101이 맞다. 하지만 우리 삶에서는 얼마든지 0이 될 수도 있다. 냉혹하지만, 그것이 세상의 순리고, 진리이다. 따라서 치명적인 약점 하나 때문에 더는 실패라는 고통스러운 잔을 들고 싶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약점을 적극적으로 보완해야만 한다.


일본에 ‘326’이라 불리는 사람이 있다. 그의 본명은 나카무라 미츠루로, ‘미츠루’의 발음이 일본어 326과 비슷하다는 이유 때문에 다들 그렇게 부른다.  

326은 자신을 ‘일러스트 라이터’라고 말한다. 사실 그는 뮤지션들에게 작사를 해주기도 하고, 책을 쓰기도 하며, 애니메이션을 그리기도 한다. 그 때문에 단순히 일러스트 라이터라고만 부르기에는 아까운 다재다능한 인물이다. 간혹 시를 쓰기도 하는데, 그가 쓴 시 가운데 이런 구절이 있다. 


인생은 곱셈이다. 그 어떤 좋은 기회가 와도 내가 제로(0)면 아무 의미가 없다.


기회는 항상 가면을 쓰고 찾아온다. 그 때문에 대부분 사람은 기회가 찾아오면 그것이 좋은 기회인지, 변죽만 울리다가 사라질 한 줄기 회오리바람인지 분간조차 못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가면 너머의 정체를 정확히 꿰뚫는 사람만이 기회를 붙잡아 부와 명예, 행복을 한 손에 쥔다.  

만일 당신이 가면 속의 정체가 엄청난 기회임을 운 좋게 알아챘다고 하자. 그런데 그만 문제가 생겼다. 그 절호의 기회를 살릴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그 경우 당신이 아무리 특출한 강점을 지녔다고 해도 당신의 능력은 여전히 가진 것 하나 없는 허와 텅 빈 상태에 지나지 않는다. 326의 말마따나, 인생은 곱셈이기 때문이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온다. 하지만 내가 0이면 아무리 곱해도 0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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