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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테호른 Sep 01. 2020

《손자병법》에서 ‘이 말’을 유독 강조한 이유




‘우직의 계(迂直之計)’를 아는 사람이야말로 최후의 승자


《손자병법》을 보면 유독 “돌아가라”라는 말이 자주 언급된다. 아무리 급한 일이라도 순리에서 벗어나면 절대 이룰 수 없다는 삶의 이치를 깨우쳐 주기 위함이다.


싸움의 어려움은 돌아가는 것이 빠름을 알고, 해로움을 이로움으로 여길 줄 아는 것이다. 우회하여 적을 방심하게 하고, 늦게 출발하여 먼저 도착하는 것이 우직의 계(迂直之計)를 아는 사람이다.


()는  ‘우회하는 것, ()은 ‘직선울 뜻한다. 즉, “공격할 때 적은 병력으로 급히 공격하지 말고 우회해야만 목적을 빨리 달성할 수 있다”라는 말이다.

급할수록 오히려 냉정해져야 한다. 그래야만 길이 보인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은 급할수록 앞뒤가리지 않은 채 무작정 앞만 보면서 달린다. 그것이 곧 자신과 자기 삶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는 걸 모른 채 말이다.



▲ 급할수록 오히려 냉정해져야 한다. 그래야만 길이 보이기 때문이다. 인생이라는 싸움에서 지지 않으려면 물러서야 할 때 물러서고, 나아가야 할 때 나아갈 줄 알아야 한다.



아무리 급한 일도 순리에서 벗어나면 절대 이룰 수 없다


누구나 자신이 처한 환경의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물고기가 물을 떠나서 살 수 없듯, 우리 역시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면 많은 것을 잃기 쉽다. 무엇보다도 치명상을 입기가 쉽다. 그 때문에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날 때는 함부로 나서지 말고, 심사숙고해야만 한다.


제나라 재상 정곽군 전영은 전국시대 사군자 중 한 명인 맹상군(孟嘗君)의 아버지이자, 제 위왕(威王)의 막내아들이었다. 그런 만큼 누구보다 큰 권세를 누렸지만, 아버지 위왕을 이은 이복형 선왕(宣王) 즉위 후 상황이 급변했다. 권력 싸움에서 패해 권력의 중심부에서 밀려났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는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부단히 애썼다.

그는 봉읍(封邑)으로 받은 설 땅에 성을 쌓고자 했다. 자신을 따르던 식객 대부분이 반대했지만, 그는 고집을 절대 꺾지 않았다. 오히려 화를 내며 더는 그 일을 거론하지 말라며 엄포를 놓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사람이 그를 긴급히 만나기를 요청하며, 이렇게 말했다.

“저는 딱 세 글자만 말할 것입니다. 만일 한 글자라도 넘으면 저를 죽여도 좋습니다.”  

호기심이 인 정곽군은 그를 즉시 불러오게 했다.

잠시 후 정곽군 앞에 불려온 사내는 “해대어(海大魚)!”라고 외친 후 다시 돌아서서 나가려고 했다. 그러자 정곽군이 그를 급히 불러세운 후 이렇게 물었다.

“그게 무슨 뜻이오?”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말할 수는 없습니다.”  
“괜찮소, 어서 말해보시오.”  

거듭 청하자, 그제야 사내가 비로소 입을 열었다.  

“대군께서는 바다에 사는 큰 물고기를 아시는지요? 그 물고기는 너무 커서 그물로도 잡을 수 없고, 낚시로도 잡을 수 없지만, 바다를 벗어나면 작은 벌레의 먹이가 되고 맙니다. 제나라와 대군의 관계는 바다와 물고기의 관계와도 같습니다. 제나라가 물이라면, 대군은 물고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만 떠나지 않는다면 그 안에서 천하를 호령하며 권세를 떨칠 것입니다. 그런데 대군께서는 설 땅에 설을 쌓아 왕의 의심을 사려 하고 있습니다. 그게 무슨 소용 있겠습니까? 성이 아무리 높은들 무용지물일 뿐입니다.”

그 말에 크게 깨달은 정곽군은 성 쌓는 일을 즉시 중단했다.   

─  《한비자》 〈세림(說林)〉 중에서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해대어’를 본다. 해대어는 조직 안에서는 좋은 대우를 받고 큰소리치지만, 조직을 벗어나면 힘을 잃은 나머지 초라해지기 일쑤다. 그런 해대어가 명심할 말이 있다.

“물러서야 할 때 물러서고, 나아가야 할 때 나아가면 흥하지만, 물러설 때 나아가고, 나아가야 할 때 물러서면 망한다.”




▲ 당장 이룰 수 없는 꿈이라면 한 수 물러서서 상황을 관망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훗날을 도모하는 것이야말로 더없이 훌륭한 전술이기 때문이다.



◆ 인생을 건 중요한 결정일수록 심사숙고해야 한다


바둑 격언에 대마불사(大馬不死)라는 말이 있다. 대마, 즉 ‘큰 말은 죽지 않다’라는 뜻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바둑을 두다 보면 절대 질 수 없는 데도 방심하다가 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도망가야 할 순간, 도망가지 못해서 그런 경우가 많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수많은 영웅이 이룰 수 없는 꿈에 집착하다가 결국 망하는 경우를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꿈이란 크면 클수록 좋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당장 이룰 수 없는 꿈이라면 한 수 물러서서 상황을 관망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훗날을 도모하는 것이야말로 더없이 훌륭한 전술이기 때문이다.

감정과 분노에 얽매여서 상황 판단을 해서는 안 된다. 승산이 없는데도 무모하게 덤비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자면 자기 감정을 잘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 감정에 사로잡히면 상황을 오판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 결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을뿐더러 그때까지 쌓은 모든 것이 수포가 될 수도 있다. 그 때문에 인생을 건 중요한 결정일수록 심사숙고해야 한다. 그래야만 실수하지 않으며,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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