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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테호른 Sep 02. 2020

막장 드라마 속에 숨겨진 ‘설득의 비밀’


말에도 음식처럼 다양한 맛이 깃들어 있다. 엉뚱하고, 실 없는 소리를 하면 “싱거운소리를 한다”라고 하고, 부드럽고 속삭이듯 말하면 달콤하다”라고 하며, 혼을 낼 때는 매운맛 좀 보여준다”라고 하는 것이 그 방증이다. 그런가 하면 약처럼 ‘쓴’소리를 잘하는 사람도 있고, 누룽지처럼 ‘구수한’ 말을 잘하는 사람도 있다. 출근길에 듣는 라디오 방송 진행자의 목소리는 또 어떤까. 톡톡 튈 뿐만 아니라 레몬처럼 신선하고, 상큼하다.
당신의 말에서는 과연 어떤 맛이 나는가? 나아가 다른 사람들이 당신의 말에서 어떤 맛을 느꼈으면 하는가? 생각건대, 누구라도 감칠맛 나게 말하고 싶을 것이다. 과연, 어떻게 하면 감질맛 나게 말할 수 있을까.




▲ 내용의 전개가 억지스러운 ‘막장 드라마’를 욕하면서도 열심히 보는 이유는 극의 전개가 궁금하기 때문이다. 심리학 용어로 이를 ‘자이가르닉 효과’라고 한다.



◆ ‘막장 드라마’를 욕하면서도 열심히 보는 이유


단 몇 마디를 해도 처음부터 질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마치 맛있는 음식처럼 계속해서 빨려들듯이 말하는 사람도 있다. 누구 말을 더 듣고 싶어 하고, 집중하게 되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자꾸 생각나는 맛있는 음식처럼 계속해서 더 듣고 싶게 말하는 사람들의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TV 드라마, 그중 ‘막장 드라마’에 그 해답이 있다.  

흔히 시청률만을 겨냥해서 억지스러운 상황을 자주 연출하는 드라마를 일컬어 ‘막장 드라마’라고 한다. 하지만 막장 드라마를 욕하면서도 빼놓지 않고 보는 것이 사람의 심리다. 그 이유는 궁금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한 번에 결말을 내지 않고, 감질나게 조금씩 이어 가면 많은 사람이 궁금해 할 뿐만 아니라 더 주목하게 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를 가리켜 ‘자이가르닉 효과(Zeigarnik Effect)’라고 하는데, 열중하던 것을 중도에 멈추게 되면 미련이 남아서 결국 인상 깊게 뇌리에 박히는 심리 현상을 말한다.  이는 러시아 임상심리학자, 자이가르닉의 기억력 테스트에서 유래했다. 


자르가르닉 박사는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후, 한 그룹은 문제를 다 푼 후 다음 문제로 넘어가게 했고, 다른 그룹은 문제를 한창 풀고 있을 때 일방적으로 중단시킨 뒤 곧장 다음 문제로 넘어가게 했다. 그리고 실험이 끝난 후 문제의 제목을 두 그룹의 학생들에게 물었다. 그 결과, 문제를 다 풀었던 그룹보다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했던 그룹의 학생들이 두 배 이상 문제의 제목을 더 많이 기억했다. 자르가르닉은 이를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긴장 때문이라고 했다. 



▲ 상대가 내 말에 집중하게 하려면 상대를 갈증 나게 해야 한다. 즉, 다 말하지 말고, 여운을 남겨야 한다. 그래야만 상대를 설득하기가 훨씬 쉽다.



◆ 다 말하지 말고, 여운을 남겨야 설득하기가 훨씬 쉽다


일상 생활 속 대화에서도 자이가르닉 효과를 활용할 수 있다. ‘말에게 물 먹이기 전략’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옛 속담에 “말을 물가로 끌고 갈 수는 있어도 물을 마시게 하기는 어렵다”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말이다. 말에게 물을 쉽게 마시게 하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생각보다 매우 간단하다. 갈증 나도록 말에게 소금을 주면 된다. 실제로 호프집에서 공짜로 주는 기본 안주, 예컨대 팝콘이나 김, 멸치 같은 안주는 쉽게 갈증을 일으켜 맥주를 더 많이 마시게 한다.


대화 역시 마찬가지다. 상대가 내 말에 집중하게 하려면 상대를 갈증 나게 해야 한다. 즉, 다 말하지 말고, 여운을 남겨야 한다. 그래야만 상대를 설득하기가 훨씬 쉽다특히 사람은 불완전한 것을 어떻게든 완성하고 싶어 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싶어 하기에 조금만 신경 쓰면 일상 생활 속에서도 자이가르닉 전략을 매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실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애인에게 무엇인지 알 듯 말 듯 말을 흘림으로써 관심을 지속시킬 수 있다. 예컨대, “할 말이 있는데… 아냐, 지금은 아닌 것 같아. 오빠가 한번 잘 생각해보면 알 수도 있어!”라고 하면 남자친구는 온종일 그 말이 궁금해서 애가 타고, 결국 도대체 무슨 이야기냐며 전화기에 불이 날 것이다. 

자이가르닉 전략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려면 상대를 긴장하게 해야 한다. 긴장한 상태에서 얘기를 들어야만 집중력이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다만, 긴장 상태가 오래 유지되면 불쾌해질 수 있으므로 가능한 한 짧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또 하나 주의할 점은 너무 자주 사용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너무 자주 먹으면 금방 질리듯, 아무리 좋은 기술도 너무 자주 사용하면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 Key Point


우리 뇌는 미완성 과제일수록 계속해서 되새기고, 기억하려는 경향이 있다. 성공보다 실패를 더 오래 기억하고, 첫사랑을 쉽게 잊지 못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직장인의 경우, 업무에서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예컨대, 회사에서 새로운 과업을 부여받았다면, 완벽하게 일을 끝마치고 퇴근하기보다는 새로운 과업을 조금이라도 살피고 퇴근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만 뇌가 계속해서 그 과업을 기억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효율적인 방법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이는 대화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한 번에 다 말하지 말고, 여운을 남겨야 한다. 
그래야만 상대를 설득하기가 훨씬 쉬울 뿐만 아니라 나라는 존재를 확실히 각인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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