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조는 주 왕실의 태사로서 아주 먼 옛날 순(舜) 시대와 하(夏)로부터 천문을 관장해 공명이 빛났다. 그 후 집안이 기울기 시작했는데, 결국 내 대에서 끊어지려나 보다. 만일 내가 죽거든 너는 반드시 태사가 되어 조상의 일을 이어다오. 나는 태사로 있으면서도 현군과 충신들의 행적을 기록하지 못했다. 이러다가는 천하의 역사와 문장이 잊힐 것만 같아 심히 두렵다. 그러니 네가 반드시 내 뜻을 이어다오.
백 세의 세월이 흐른다고 해도 이 쓰라린 치욕은 잊히지 않을 것이다. 지금도 그것을 생각하면 하루에도 아홉 번 장이 뒤집히고, 망연자실하여 무엇을 잃은 듯하며, 길을 걷고 있어도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 그 치욕을 생각할 때마다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려 옷을 적시지 않은 적이 없다.
― 〈보임안서(報任安書)〉 중에서
맨손으로 범에게 덤비거나, 황하를 걸어서 건너는 것과 같은 헛된 죽음을 후회하지 않을 자와는 나는 행동을 함께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