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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가 《무기여~》의
엔딩을 47가지나 쓴 이유

by 마테호른


photo-1510442650500-93217e634e4c.jpg ▲ 글을 쓰는 것은 집을 짓는 것과 같다. 좋은 집을 지으려면 면밀한 설계도와 좋은 자재가 필요하듯, 글쓰기 역시 탄탄한 구조와 좋은 재료가 없으면 절대 좋은 글을 쓸 수 없다.




◆ 글을 쓴다는 것의 어려움


글을 쓰는 것은 집을 짓는 것과도 같다. 좋은 집을 지으려면 면밀한 설계도와 좋은 자재가 필요하듯, 글쓰기 역시 탄탄한 구조와 좋은 재료가 마련되지 않으면 좋은 글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생각나는 대로 글을 쓰는 것은 설계도 없이 집을 짓는 것과도 같다. 과연, 그렇게 지은 집이 세월의 무게를 이겨내고, 집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그저 생각나는 대로 쓴 글은 절대 오래 갈 수 없을뿐더러 독자를 감동하게 할 수도 없다.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감동하게 하려면 목수가 하나하나 정성을 다해 집을 짓듯 좋은 재료를 이용해서자신만의 철학과 생각이 담긴 글을 써야만 한다.


실례로, 버지니아 울프는 첫 소설 《출항》을 출간하기까지 무려 7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또한, 부커상 수상작인 살만 루슈디의 《한밤의 아이들》은 16년 만에 세상에 나왔고, 헤밍웨이의 《무기여 잘 있거라》는 엔딩을 무려 47가지를 썼다가 하나로 결정했다. 그러니 그 작품의 얼개가 얼마나 꼼꼼하고 탄탄한지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누구나 그런 글을 쓸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초보 작가는 물론 몇 십 년 동안 글을 쓴 작가들 역시 글쓰기의 어려움, 나아가 작가로 산다는 것의 어려움을 토로하곤 한다.



▲ 버지니아 울프는 첫 소설 《출항》을 출간하기까지 무려 7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또한, 헤밍웨이의 《무기여 잘 있거라》는 엔딩을 무려 47가지를 썼다가 하나로 결정했다.



◆ 작가로 산다는 것의 어려움


이렇듯 글을 쓴다는 것, 작가로 산다는 것은 수많은 어려움과 고통을 동반한다. 그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지는 겪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근대 문학 태동기에 예술지상주의 삶을 꿈꾸며, 사실주의 문학을 개척했던 소설가 김동인은 문단 생활 20년을 맞아 작가로서의 고달픈 삶에 관해서 다음과 같이 고백한 바 있다.


생활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들어야 하는 문필! 거기에는 개성도 없고, 독창도 없다. 자기를 굽히고, 자기의 존재를 망각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갖은 욕과 비방만 얻을 뿐이다. 문예는 밥을 먹기 위한 노력이 아닌 자기의 이상과 개성을 표현하는 취미로서 생각함이 지당하다.


전업 작가 생활을 하면서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막대한 재산을 탕진한 김동인은 문학을 해서는 절대 먹고 살 수 없는 현실에 대해서 매우 안타까워했다. 이에 김동인은 작가가 되려는 후배들에게 다음과 같은 조언을 남기기도 했다.


붓으로 밥을 먹고 살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 생활의 토대가 없거든 문인 되기를 바라지 말고, 혹시 문인이 되었다고 할지라도 문필로써 밥을 먹고 살 생각은 하지 말라고 부탁하고 싶다.



수십 년 동안 글을 써왔고, 글쓰기 대가로 인정받았음에도, 밥벌이를 하지 못하는 작가로서의 삶은 그에게 인생의 허무함뿐만 아니라 글쓰기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했다.

비단 김동인 뿐만이 아니다. 우리 문학사의 내로라하는 작가들이 글을 쓴다는 것, 작가로 산다는 것의 어려움과 고통을 토로했다. 심지어 <벙어리 삼룡이>를 쓴 나도향은 “무엇을 쓴다는 것이 죄악 같다”며 자신의 글을 매우 부끄러워했다.


펜을 잡는다는 것이 잘못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그러니 아직 수양해야 할 내게 어떤 요구를 하는 이가 있다면 그것만큼 무리한 일이 없을 것이요, 내가 창작가나 문인을 자처한다면 그것만큼 건방진 소리가 없을 것이다. 어떻든, 무엇을 쓴다는 것이 죄악 같을 뿐이다.


<운수 좋은 날>의 작가 현진건 역시 마찬가지였다. 현진건은 글쓰기의 어려움에 관해서 다음과 같이 토로했다.


펜을 들고 원고를 대하기가 무시무시할 지경이다. … (중략) … 무딘 붓끝으로 말미암아 지긋지긋한 번민과 고뇌가 뒷덜미를 움켜잡는다.


그래서일까. 우리 문학의 큰별들은 문학의 길을 가려는 이들에게 “등단 그 자체보다는 이후에 더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그래야만 자기만의 세계를 가꿀 수 있다”라며 입을 모은다. 기실 그 자신들이 수십 년 동안 글을 써왔고, 글쓰기 대가로 인정받았는 데도 끝까지 자신을 낮춘 셈이다. 하지만 지치지 않고 글을 쓰는 비결에 대해서 만큼은 생각이 일치했다.


진실하게 써라! 포기하지 마라! 끝까지 써라!


다운로드.jpg ▲ 우리 문학사의 내로라하는 작가들인 소설가 김동인, 나도향, 현진건 역시 작가로 산다는 것, 글을 쓴다는 것의 어려움을 호소한 바 있다.




포스트 페이지 표지.jpg ▲ 우리 문학의 큰별들이 말하는 ‘글을 쓴다는 것’의 어려움을 담은 책 <작가로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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