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땅, 사방의 경계가 사라진 새하얀 설원 위에 한 여자가 서 있다. 한겨울에 핀 붉은 동백꽃처럼 빨간 스웨터를 입은 여자는 하얀 공간 위의 한 점이 되어 방향 없는 인사를 건넨다.
“잘 지내고 있나요? 나는 잘 지내고 있어요.”
홋카이도의 새하얀 설원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러브레터>는 그렇게 우리에게 다가와 잊을 수 없는 하나의 추억이 되었다.
그리고 20여 년이 흘렀다. 여전히 많은 이들이 겨울에 다시 보고 싶은 영화로 <러브레터>를 첫손에 꼽는다. 가슴 한자리를 <러브레터>에게 내줬기 때문이다.
문인들의 겨울은 어땠을까? 라는 궁금증에서 출발한 《잘 지내나요? 겨울》은 문인들의 소소하지만, 따뜻하고 행복했던 겨울에 관한 추억을 담고 있다. 이에 문인들은 첫눈, 첫사랑, 그리움, 추억, 설렘, 러브레터, 새해, 연하장… 그리고 크리스마스에 관한 문인들의 진한 향수를 자연스레 끄집어낸다. 물론 거기에는 항상 기쁘고 즐거웠던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잊지 못할 사랑에 대한 아련함과 혼자서 감내해야 했던 짙은 고독 역시 숨어 있다.
눈 오는 날은 마음이 고와집니다. 먼 데 있는 사람이 그리워집니다. 아무라도 껴안고 싶게 다정해지는 눈 오는 날, 퍼붓는 눈 속에 저무는 거리를 혼자서 걸어가는 재미! 아아, 나는 어릴 때부터 얼마나 눈 쏟아지는 북극의 거리를 그리워하며 컸는지 모릅니다.
ㅡ 방정환, <눈 오는 거리> 중에서
눈이 없다면 겨울은 얼마나 삭막할까. 눈이 있기 때문에 겨울도 다른 시절에 밑지지 않게 아름다운 것이다. 눈송이 날리는 아침과 저녁, 눈 쌓인 상록수, 하얀 거리, 신발 밑에서 빠작빠작 울리는 눈 쌓인 길, 기온이 낮아졌다가 별안간 차가워진 아침, 수림의 휘추리(가늘고 긴 나뭇가지)에 만화(萬華)의 그림을 그려 놓는 수빙(樹氷, 나뭇가지에 응결된 얇은 얼음 층) ─ 이 모든 아름다운 것으로 인해 겨울은 다른 시절에 비해 절대 빠지지 않는 것이다.
─ 이효석, <계절의 낙서> 중에서
이렇듯 흰 눈으로 가득 덮인 세상은 문인들의 창작욕을 한층 더 자극했을 뿐만 아니라 마음을 따뜻하고 포근하게 감싸주었다.
다시 겨울이 왔다. 세상 만물이 잠시 휴식을 취하는 계절, 겨울. 그러나 겨울만큼 낭만적이고 사람 마음을 포근하게 해주는 계절이 또 어디 있으랴. 그 이면에는 ‘눈’이 있다. 그렇다. 겨울은 눈으로서 비로소 완성된다. 설렘과 향수 가득한 겨울의 낭만과 추억을 전하는 문인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따뜻해져 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