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수록 나는 젊은 네가 그립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이야기가 있다.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말해주는 삶의 생채기 같은 흔적 말이다. 때때로 그런 이야기는 작위적이다. 자기 미화(美化)와 합리화를 통해 실제 이상으로 아름답게 꾸미고, 적극적으로 변호하기 때문이다. 슬픔은 그런 이야기를 바꾼다. 사람의 의식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슬픔과 그리움은 점묘법처럼 다가온다. 조금씩, 천천히, 점점 크게…
달리고 달리고 달려서
겨우 여기까지 왔건만
결국은 제자리
발버둥치고 발버둥치고 발버둥쳐서
겨우 벗어났다 생각했건만
언제나 제자리
뫼비우스의 띠처럼 꼬이고 꼬인
무엇 하나 가늠할 수 없는
악몽 같은
인생의
선
― 〈뫼비우스의 띠〉
만일 네가 지옥의 문 앞에 서 있고
내가 천국의 문 앞에 서 있다면
나는 일 초의 망설임도 없이
너를 쫓아갈 테야
하지만,
만일 네가 천국의 문 앞에 서 있고
내가 지옥의 문 앞에 서 있다면
나는 고개를 돌리고
너를 못 본 척할 테야
너의 행복을 빌어줄 테야
너를 볼 수 없는 지금, 나는
지옥의 문 앞에 와 있는 것만 같다
부디, 너만은 행복하기를
― 〈선이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