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을 중도에 포기한 적 없는가? 만일 그랬다면 그 일이 더는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인가, 아니면 끈기가 부족해서인가?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뚜렷한 목표를 세운 후 수많은 고난과 좌절에도 굴복하지 않고 인내와 끈기를 가지고 분투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즉, 그들은 일단 시작한 일은 어떤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는다.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은 인내와 끈기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을 말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인내’와 ‘끈기’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심리학과 앤절라 리 더크워스(Angela Lee Duckworth) 교수는 이를 ‘그릿(Grit)’이라고 했다. ‘그릿’은 자신이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를 끝까지 해내는 힘이자, 고난과 역경, 슬럼프를 극복하고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는 능력을 말한다. 이를 위해 그녀는 악명 높기로 이름 높은 웨스트포인트(미국 육군사관학교)에서 어떤 생도가 살아남고, 누가 중도 탈락하는지, 문제아들만 있는 학교에 배정된 초임 교사 중 누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성과를 끌어내는지 오랫동안 연구했다. 그리고 그 성공 뒤에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열정과 끈기가 있음을 밝혀냈다.
미국에서 매년 약 1만4,000여 명의 학생이 웨스트포인트에 지원한다. 그중 4,000명이 지역 하원 또는 상원의원, 부통령의 추천을 받는데, 30%(1,200명)만이 입학 통지서를 받고, 졸업 때까지 다시 20%가 중도 탈락한다. 결국, 지원자의 7%만 졸업하는 셈이다.
앤절라 교수는 웨스트포인트 지원자와 졸업생의 차이를 지속적인 노력과 열정, 두 가지의 존재 여부로 설명했다. 재능은 있지만, 성공에 이르지 못하는 것과 반대로 재능은 부족하지만, 성공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이는 오래전에 그녀가 뉴욕시 공립학교에서 중학생에게 수학을 가르치면서 확인한 사실이기도 하다. 학생들의 성적은 지능(IQ)보다는 끈기 여부에 따라서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자라는 ‘모죽(毛竹)’이라는 대나무가 있다. 대나무 중에서 최고로 치는 ‘모죽’은 땅이 척박하건 기름지건 간에 씨를 뿌린 후 5년 동안은 성장에 필요한 좋은 영양분을 아무리 공급해도 눈에 띄는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5년이 지나면 하루에 70~80cm씩 쑥쑥 자라기 시작해서 6주 후면 30m까지 자라고, 비바람 속에서도 100년을 견디며 산다. 그렇다면 처음 5년 동안은 왜 자라지 않는 것일까.
모죽에게 5년은 아래로, 아래로 뿌리를 내리며 내실을 다지는 인내의 시간이다. 땅속 깊은 곳에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참고 기다리며 철저히 준비하는 시간인 셈이다. 그리고 그 인내와 끈기는 다른 어떤 식물보다도 빠르고 높이 자라날 힘이 된다.
어느 날 갑자기 혜성처럼 나타나서 큰 인기를 누리다가 어느 순간 사라지는 스타들이 적지 않다. 뜻밖의 행운으로 스타가 되었지만, 많은 부분에서 허점이 드러나서 더는 그 자리에 머물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모죽처럼 오랜 준비와 기다림 끝에 빛을 보는 이들도 있다. 일명, ‘명품 조연’이라고 불리는 이들이 바로 그들이다. 시작은 힘들었지만, 갈수록 빛을 발하고 승승장구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오랜 세월 동안 묵묵히 준비한 깊은 내공을 느낄 수 있다.
시작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구나 성공할 수는 없다. 성공의 비결은 끝까지 참고 버티는 데 있기 때문이다.
‘현대 경영학의 대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고등학교 졸업 후 독일 함부르크에 있는 면제품 회사에서 견습생으로 일했다. 이때 그는 일주일에 한 번씩 고학생을 위한 무료 좌석권을 얻어 오페라를 보고는 했는데, 어느 날 이탈리아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Giuseppe Verdi)의 오페라 〈폴스타프〉를 본 후 거기에 완전히 매료되고 말았다. 그 후 집으로 돌아와 자료를 찾아본 그는 깜짝 놀랐다. 엄청난 열기를 뿜어내는 오페라를 작곡한 사람이 여든 살의 노인이었기 때문이다. 베르디가 잡지에 기고한 글 역시 그를 감동하게 했다.
“그 나이에 왜 굳이 힘든 오페라 작곡을 계속하는가?”라고 누군가 묻자, 베르디는 이렇게 말했다.
“음악가로서 나는 항상 완벽을 추구해왔다. 하지만 작품이 완성될 때마다 늘 아쉬움이 남았다. 그때마다 한 번 더 도전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은 성숙하지 못한 나약한 풋내기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던 피터 드러커는 베르디의 이 말을 가슴속에 평생 간직했다. 그리고 자신 역시 베르디처럼 아무리 늙어도 포기하지 않고, 언제나 완벽을 추구하리라고 다짐하며 생을 마치는 순간까지 그것을 실천했다.
“저술한 책 중에서 어느 책이 최고입니까?”라는 질문을 받을 때면 그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바로 다음에 나올 책이지요.”
아무리 큰 꿈이 있고 목표가 있다고 해도 쉽게 포기하면 어떤 꿈도 이룰 수 없다. 그것을 이루려면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인내를 지녀야 한다. “좋은 일은 우연히 일어나지 않는다”라고 했던 피터 드러커의 말마따나 뼈를 깎는 노력과 진통, 끊임없는 고민과 인내의 신간을 겪어야만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