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직선이 아닌 곡선

직선의 삶보다 곡선의 삶이 더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

by 마테호른


사람의 손이 빚어낸 문명은 직선이다. 그러나 본래 자연은 곡선이다.

인생의 길도 곡선이다. 끝이 빤히 내다보인다면 무슨 살맛이 나겠는가.

모르기 때문에 살맛이 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곡선의 묘미다.

__ 법정 스님




◆ 직선의 삶보다 곡선의 삶이 더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


삶은 이정표 없는 낯선 길을 걷는 여행과도 같다. 그러다 보니 처음부터 잘못된 길에 들어서기도 하며, 가끔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이 그때마다 페이스를 잃고 흔들리거나 방황한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오래가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자기 삶의 기적을 경험한 사람들은 어떤 길에서도 걸음을 절대 멈추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 대부분은 자신이 가기를 두려워하고 망설이는 곳에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 때문에 어떤 길도 즐거운 도전이 된다.


어떤 길과 마주하더라도 발걸음을 멈춰서는 절대 안 된다. 삶은 수없이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는 일의 반복이라는 마음을 가질 때, 두렵고 포기하고 싶은 일을 아무렇지 않게 기꺼이 해낼 때 비로소 달라진다.


“몇십 년을 돌아 돌아 길을 찾았구나. 인생이란 이런 것이구나. 일찍 피는 꽃도 있지만, 늦가을에 피는 꽃도 있구나.”


혼을 담아 노래하는 소리꾼, 장사익의 말이다. 그는 상고 졸업 후 보험회사를 시작으로 25년 동안 무려 열다섯 곳이 넘는 직장을 전전했다. 하지만 어떤 일을 해도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나같이 가슴 뛰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마흔셋 되던 해, 그는 큰 결심을 한다. 딱 3년만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해보고 안 되면 다시 직장 생활에 전념하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그는 하고 싶은 일에 도전했고, 늦가을 꽃처럼 활짝 피어났다.


먼 길을 돌아가는 사람일수록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제대로 알 뿐만 아니라 그것을 하고자 하는 열정이 가득하다. 장사익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빌어 이렇게 말한다.


“늦더라도 나 자신을 위해서 살아야 해요. 실패하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가는 게 멋진 인생이잖아요.”


너무 앞만 보고 최단 거리로만 가려고 해서는 안 된다. 때로는 돌아가는 길이 더 빠를 수도 있다. 온 힘을 다해서 겨우 목적지에 도착했지만, 그곳이 자신이 원하는 목적지가 아닌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만큼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독일의 바이올린 제작 장인 마틴 슐레스케는 《가문비나무의 노래》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바이올린의 생명은 울림이다. 바이올린 제작에 쓸 만한 가문비나무는 일 만 그루 중 한 그루가 될까 말까다. 풍요로운 땅에서 나는 나무에는 울림이 적다. 고도·방위·풍향·기후·토질 등이 척박한 곳에서 울림 있는 나무들이 자란다. 역경을 견디면서 나무는 저항력을 기르고, 세포는 진동하는 법을 익힌다. 바이올린의 아름다운 울림은 공명을 다루는 데서 생겨난다. 공명은 본디 현이 균일하게 진동하는 것을 막는 위험 요소다. 공명이 없다면 바이올린을 더 쉽게 다룰 수 있겠지만, 그때 울림은 생명을 잃는다. 좋은 울림에는 언제나 대립적인 특성이 함께 들어 있다.”


그에 의하면, 척박한 곳에서 비바람을 이기고 단단하게 자란 가문비나무일수록 맑고 좋은 소리를 낸다고 한다.


사람 역시 마찬가지다. 직선의 삶을 산 사람보다는 곡선의 삶을 산 사람이 더 많은 울림과 감동을 준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곡선이 아닌 직선의 삶을 살고자 한다. 곡선의 미학을 말했다가는 우유부단하고 결단력 없는 사람 취급받기에 십상이다. 뭐든지 ‘빨리빨리’ 해야만 인정받기 때문이다. 자판기에서 음료가 채 나오기도 전에 손을 넣고 기다리며, 엘리베이터를 타기가 무섭게 닫힘 버튼을 마구 누른다. 그 때문에 엘리베이터의 닫힘 버튼은 열림 버튼과는 달리 항상 색이 바래 있다.



◆ ‘빨리빨리’에 집착하는 사람일수록 상승 정지 증후군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KTX를 타고 갈 때보다 무궁화호나 고속버스를 타고 갈 때 바깥 풍경을 더 많이 더 잘 볼 수 있다. 방향이 정해졌다면 시간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시시각각 우리의 삶을 옥죄는 속도라는 망령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만 한다.


직선으로 대표되는 ‘빨리빨리’는 봐야 할 것을 볼 수 없게 할뿐더러 허탈함에 빠지게 한다. 실례로,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 이상 봉우리 16좌 등정에 성공한 산악인 엄홍길 씨는 “정상에 서면 기쁨은 잠깐이고, 곧 허탈감에 빠진다”라고 말한 바 있다. 더는 오를 곳이 없기에 살아갈 이유가 사라져 버린 것 같다는 것이다.


이렇듯 더는 이룰 목표가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심리적으로 허무해지는 현상을 상승정지 증후군이라고 한다. 문제는 ‘빨리빨리’에 집착하는 사람일수록 상승 정지 증후군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곡선은 목적지까지 가는 데 시간은 더 걸리지만, 길에 있는 작은 돌 하나, 길섶에 있는 풀 한 포기까지 볼 수 있다. 그만큼 여유 있고, 풍요로운 삶을 즐길 수 있다.


올곧게 뻗은 나무들보다는
휘어 자란 소나무가 더 멋있습니다
똑바로 흘러가는 물줄기보다는
휘청 굽이친 강줄기가 더 정답습니다
일직선으로 뚫린 빠른 길보다는
산 따라 물 따라가는 길이 더 아름답습니다.

__박노해, <굽이 돌아가는 길> 중에서


삶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다. 따라서 목적지에 이르는 길이 너무 멀고 복잡하다고 해서, 자신이 너무 늦된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다. 시간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막히면 돌아가면 된다. 돌아갈수록 원하는 나와 만날 수 있고, 내면은 더욱더 단단해진다.


우리는 직선이 아름답다며 감탄하지 않는다. 그것은 얼핏 보기에만 좋을 뿐 밋밋하기 그지없기 때문이다. 또한, 직선은 날카롭기만 할 뿐 여유가 없다. 오직 질주와 경쟁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곡선은 다르다. 부드럽고 여유 있을 뿐만 아니라 역경과 시련을 이기는 강한 힘이 있다. 우리가 위인들의 삶을 존경하는 이유 역시 바로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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