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짐 버리기

삶은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우는 것

by 마테호른


간소하게, 간소하게, 간소하게 살라!

제발 바라건대, 일을 두 가지나 세 가지로 줄일 것이며, 백 가지나 천 가지가 되도록 하지 말라.

인생을 단순하게 살수록 우주의 법칙은 더욱더 명료해질 것이다.

그때 비로소 고독은 고독이 아니고, 가난도 가난이 아니게 된다.

__ 헨리 데이비드 소로




◆ 법정 스님의 행복 비결 불필요한 것과 과감히 헤어져야 한다


법정 스님은 살아생전 화전민이 버리고 간 두메산골 오두막에서 글쓰기와 수행을 하며 지내다가 결국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열반에 드셨다. 평소 흠모했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사상을 ‘무소유’로써 몸소 실천한 것이다.


무소유의 사전적인 의미는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법정 스님이 말하는 무소유는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아무것도 갖지 않는 채로 세상을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법정 스님이 말하는 무소유는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들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만 갖추는 ‘미니멀 라이프’인 셈이다.


법정 스님은 행복의 비결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는 데 있다고 했다. 즉, 행복하려면 불필요한 것과 과감히 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가지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이 쓰이게 된다. 따라서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으로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얽매여 있다는 뜻이다.”

__법정 스님, 《무소유》 중에서


나무가 잘 자라기 위해서는 겨울에 가지치기를 해줘야 한다. 모르긴 해도 나무 역시 그때 큰 고통을 느끼고, 무척 힘들 것이다. 자신의 피가 되어주고, 살이 되어주었던 가지를 잃는 상실감은 또 어떻겠는가. 하지만 그것은 잠시뿐이다. 가지를 치면 더 굵고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병충해도 막을 수 있고, 오히려 더 튼튼해지기 때문이다. 가지치기는 고통이나 죽음이 아니라 성장이자 생명인 셈이다.


우리 삶 역시 마찬가지다. 불필요한 것들을 정리하면 삶이 한결 가벼워지고 중요한 일에 더욱더 집중할 수 있다.


나폴레옹은 권력과 명예, 돈 등 세상 사람이 부러워하는 모든 것을 가졌지만 “평생 단 하루도 행복하지 않았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헬렌 켈러는 보지도 듣지도 못했지만 “인생은 정말 아름답다”라고 했다. 이는 행복과 풍요로운 삶은 아무런 관계가 없음을 말해준다.



◆ 불필요한 것은 과감히 비우고, 버려야 한다


우리가 짊어진 가방 속에는 필요 없는 것이 너무 많다. 그 모든 것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그것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과연 뭘까.


그것을 갖기 위해 들인 돈과 시간, 노력이 아깝기 때문이다. 물론 정이 들었기에 함부로 버리지 못할 수도 있다. 드물기는 하지만 물건을 쌓아둬야만 마음이 편안하다는 사람도 더러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것이 더 중요한 미래의 가치를 깎아 먹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것을 사는 데 들인 돈과 시간, 노력은 이미 되돌릴 수 없다. 물건에 대한 사사로운 정 역시 마찬가지다. 비록 정리하는 것이 아깝겠지만, 일단 정리하고 나면 마음이 후련해진다는 것이 똑같은 일을 경험한 사람들의 공통적인 말이다.


정리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면 빠를수록 좋다. 이제 그 수많은 짐으로부터 우리 몸과 마음을 자유롭게 해줘야 한다. 불필요한 것은 과감히 비우고, 버려야 한다. 비운다는 것, 버린다는 것은 빈곤함이나 뒤로 물러서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두 걸음 전진을 위한 한 걸음 후퇴’라는 말처럼 새로운 것을 채우고 더 나아지기 위한 삶의 과정일 뿐이다.


도종환 시인은 <다시 피는 꽃>이라는 시에서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것을 가장 먼저 미련 없이 버리라고 했다. 그래야만 새로운 생명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역시 그런 마음이 필요하다.


가장 아름다운 걸 버릴 줄 알아야
꽃은 다시 핀다.
제 몸 가장 빛나는 꽃을
저를 키워준 들판에
거름으로 돌려보낼 줄 알아야
꽃은 봄이면 다시 살아난다.
가장 소중한 걸 미련 없이 버릴 줄 알아
나무는 다시 푸른 잎을 낸다.
하늘 아래 가장 자랑스럽던 열매도 저를 있게
한 숲이 원하면 되돌려줄 줄 알아야
나무는 봄이면 다시 생명을 얻는다.

__도종환, <다시 피는 꽃> 중에서


삶은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우는 것이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더욱더 그래야만 한다. 채울수록 늘어나는 것은 더 많은 것을 가지려는 헛된 욕심뿐이다. 그것은 대중교통만 이용하던 사람이 처음으로 자동차를 샀지만, 그 행복과 기쁨이 그리 오래가지 못하는 것과도 같다. 더 좋은 차가 눈에 자꾸 들어오기 때문이다.


사실 욕심은 채울수록 더 많이 늘어나게 되어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우리는 항상 채우고, 위 올라가는 데만 익숙하다. 지금보다 더 풍족한 생활, 더 좋은 직장, 더 높은 지위, 더 넓은 집, 더 많은 급여… 하지만 항상 채우고, 올라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문제는 삶의 공식은 우리의 바람과는 항상 일치하지만은 않는다는 것이다. 힘들게 올라가고 가득 채웠지만, 언젠가는 결국 내려와야 하고 비워야 하는 것이 바로 우리 삶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더는 신경 쓸 필요 없다. 그들 역시 우리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오직 자신의 삶을 발전시키는 데만 집중해야 한다.



◆ 텅 빈 것에서도 충만함과 행복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의 작가 리처드 라이더와 데이비드 샤피로가 쓴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깨닫게 되는 것들》을 보면 다음과 같은 글이 나온다.


“인생이란 결국 삶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나가는 내면의 오디세이다. 이 긴 항해를 통해 우리는 자신의 영혼 이외에는 누구도 자기 삶을 제어할 수 없다는 사실, 즉 자유로운 마음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자유로운 마음이란 끝없이 정신을 내리누르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아야만 얻을 수 있으며, 그런 의미에서 깨우침이란 ‘짐을 가볍게’하는 의미로 이어진다.”


혹시 우리가 짊어진 인생의 가방 안에도 불필요한 것이 잔뜩 들어 있는 것은 아닐까. 그 때문에 정작 중요한 것을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반복하며 사는 것은 아닐까. 법정 스님의 말씀이 다시 한번 그것을 되돌아보게 한다.


“잎이 져버린 빈 가지에 생겨난 설화(雪花)를 보고 있으면 텅 빈 충만감이 차오른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빈 가지이기에 거기 아름다운 눈꽃이 피어난 것이다. 잎이 달린 상록수에서 그런 아름다움은 찾아보기 어렵다. 거기에는 이미 매달려 있는 것들이 있어 더 보탤 것이 없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불필요한 짐을 잔뜩 껴안고 살아간다.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걱정, 한때 자기 것이었지만, 지금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아쉬움과 절망까지. 다른 사람보다 많이 뒤처질지도 모른다는 걱정과 조바심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욕심과 질주, 경쟁의 삶이 과연 우리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


법정 스님의 말씀처럼 텅 빈 것에서도 충만함과 행복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찾아 거기에 전념해야 한다. 나아가 자기 인생의 우선순위는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 되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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