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은 사라지고, 책임은 분산되며, 감정은 폭주한다
군중 속 인간은 어떻게 변모하는가?
인간은 혼자일 때와 여럿이 있을 때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고하고 행동한다. 평소에는 이성적이고 따뜻하며 책임감 있는 사람도 군중에 섞이면 마치 다른 사람처럼 돌변하며, 상상할 수 없는 폭언과 비인간적인 폭력, 근거 없는 루머 유포, 극단적인 주장을 펼친다.
이런 변화는 단순히 분위기에 휩쓸린 결과가 아니다. 군중이라는 상황 자체가 인간의 내면 구조, 즉 심리와 도덕의식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기 때문이다. 시위 현장의 폭력, 학교나 직장에서의 집단 따돌림, 온라인상에서 쏟아지는 악성 댓글, 나아가 역사 속 대규모 학살과 정치 선동까지—이 모든 현상 뒤에는 ‘군중심리’라는 강력한 무형의 힘이 작용하고 있다.
프랑스의 사회심리학자 귀스타브 르 봉(Gustave Le Bon)은 그의 저서 《군중심리》(Psychologie des Foules, 1895)에서 이렇게 말한다.
“개인은 군중 속에서 자신의 자율성과 이성을 상실하고, 감정과 충동에 지배받는 존재로 퇴행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그리고 어떻게 군중 속에서 평소와는 전혀 다른 존재로 변모하게 되는 걸까?
익명성과 책임 분산: 도덕의 경계가 흐려진다
● 익명성은 죄책감을 약화시킨다
군중 속에서는 개인의 이름도, 얼굴도, 평소의 사회적 역할도 사라진다. 낯선 사람들과 어우러진 채 하나의 ‘무명성(無名性)’ 속에 섞이게 되면, 평소에는 당연했던 책임감과 죄책감이 놀랍도록 약해진다. 이는 마치 ‘내가 한 행동이 아니라 군중이 한 행동일 뿐’이라는 자기합리화로 이어진다. 결과적으로, 혼자 있을 때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말과 행동이 군중 속에서는 너무도 쉽게 튀어나온다.
● 책임은 분산되고, 도덕은 무력해진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책임 분산(Diffusion of responsibility)’이라고 부른다. 사람이 많을수록 각자가 느끼는 책임은 옅어지고, 그만큼 도덕적 판단도 무뎌진다. “다른 사람들도 다 하는데, 나만 빠질 수는 없지”, “설마 이 정도가 문제겠어?” 같은 생각이 들면서 자기 검열이 약해진다.
온라인상에서의 악플 문화나 직장 내 집단 괴롭힘, 무분별한 불매 운동 등의 사례에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도덕적 판단보다는 집단의 흐름에 따르는 것이 편해 보이고, 다수의 편에 서 있다는 안도감이 개인의 양심을 마비시킨다.
감정의 전염과 집단적 광기: 감정은 생각보다 빠르다
● 감정은 놀라울 만큼 빠르게 전염된다
감정은 바이러스처럼 빠르게 확산된다. 한 명의 분노나 불안은 순식간에 주변 사람들에게 옮겨가고, 이내 전체 분위기를 휩쓴다. 군중 속에서는 자신의 감정보다는 주변의 정서에 더 쉽게 동화되며, 감정은 이성보다 앞서 반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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