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동지에는 동지죽을 먹었고, 정월 대보름에는 오곡밥을 먹었다.
어린 입맛에 그 음식들이 맛있었던 기억은 없다.
팥의 텁텁함은 늘 부담스러웠고, 콩과 잡곡이 섞인 밥은 씹는 게 번거로웠다.
그래도 그날만큼은 아무 말 없이 그릇을 비웠다.
어머니가 손수 만든 음식이었고, 시장에서 사 온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무언가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부엌에서 나던 냄새, 솥뚜껑을 여는 소리, “조금만 기다려, 곧 된다” 하던 어머니의 목소리까지.
그 음식에는 맛보다 정성이 들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그 맛이 또렷하게 떠오르지 않아도, 그때의 풍경만큼은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나니 동지도, 정월 대보름도 조용히 지나가 버렸다.
달력을 보지 않으면 알 수 없고, 알아도 굳이 챙기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동지죽도, 오곡밥도 먹지 못한 지 오래다.
특별히 의식하지 않으면, 그렇게 하나씩 사라지는 것들이 있다.
오늘은 정월 대보름이다.
아침에 그 사실을 알고 나서 문득 지난 명절에 스쳐 갔던 생각이 다시 떠올랐다.
“이제 이런 명절도 내 대에서 끝나겠구나.”
그 생각은 예상보다 오래 마음에 머물렀다.
명절이 사라진다는 말보다, 그 명절을 매개로 이어지던 관계 역시 함께 사려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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