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중유성죽(胸中有成竹).
‘가슴속에 대나무가 완성되어 있다’라는 말로, ‘그림이나 시 등 예술 작품을 창작할 때 마음속에 전체를 미리 그려놓고서 작품을 만들어간다’라는 뜻이다.
중국의 대문호 소동파(蘇東坡)의 회화 이론에 나오는 말이다. 그림에도 능했던 그는 〈운당곡언죽기(篔簹谷偃竹記)〉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나무를 그리는 데 있어서 반드시 마음속으로 완성된 상태의 대나무를 구상한 다음, 붓을 잡고 오랫동안 바라보다가 그리고 싶은 부분을 발견하면 급히 일어나 붓을 휘둘러 곧바로 끝내야 한다. 자기가 본 것을 쫓기를 마치 매가 토끼를 덮치듯 해야지 조금이라도 늦추면 사라져 버린다.”
누군가가 왜 그래야 하는지 그 이유를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마치 토끼가 잽싸게 달아나고, 송골매가 쏜살같이 들이치듯 하는데, 조금만 늑장을 부리면 그리려는 형상이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비단, 예술 작품만 그런 것은 아니다. 우리 삶 역시 큰 그림을 미리 그려놓아야 한다. 그래야만 훨씬 쉽게 목표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회남자(淮南子)》 〈인생훈(人生訓)〉에 ‘인생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말이 있다. ‘변방 늙은이의 말’이라는 뜻으로, 화가 복이 되고, 복이 화가 되는 등 길흉화복의 변화가 잦은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변방 근처에 점을 잘 치는 한 사람이 살았다. 어느 날, 그의 말이 까닭도 없이 오랑캐 땅으로 도망쳐 버렸다. 사람들이 모두 이를 위로하자 노인이 말했다.
“이것이 무슨 복이 될는지 어찌 알겠소?”
몇 달이 지난 후, 말이 오랑캐의 준마를 데리고 돌아왔다. 사람들이 모두 이를 축하하였다. 그러자 노인이 말했다.
“그것이 무슨 화가 될는지 어찌 알겠소?”
집에 좋은 말이 생기자 말타기를 좋아하던 노인의 아들이 그 말을 타고 달리다가 말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졌다. 사람들이 모두 이를 위로했다. 노인이 말했다.
“이것이 혹시 복이 될는지 어찌 알겠소?”
일 년 후, 오랑캐들이 대거 요새에 쳐들어오자 장정들이 활을 들고 싸움터에 나갔다. 변방 근처의 사람들은 열에 아홉이 죽었는데, 이 사람은 다리가 병신인 까닭에 부자가 모두 무사할 수 있었다.
이렇듯 사람 일이란 어떻게 될지 누구도 알 수 없다. 따라서 한두 가지 결과를 놓고 일희일비할 필요는 전혀 없다. 단, 만일에 있을지 모를 위험에 대비하는 자세는 필수다.
《전국책(戰國策)》에 “지자(智者)는 어떤 일이건 그 일이 아직 일어나지 않았을 때부터 예측한다”라는 말이 있다. 지략이란 통찰력과 선견지명을 통해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에게 유리하게 대응하는 능력을 말한다.
살다 보면 누구나 몇 번쯤 위기를 겪는다. 누구도 그것을 피할 수는 없다. 특히 지금처럼 변화가 극심한 환경에서는 위기에 처하는 횟수가 점점 많아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 때문에 미리 위험에 대비해서 대책을 세워두는 지혜가 필요하다. 위기에서 벗어나는 굴을 여러 개 파놓는 것이다.
위기에 처했을 때 굴은 비로소 그 가치를 증명한다. 굴을 여러 개 파놓은 토끼가 사냥꾼을 쉽게 따돌릴 수 있듯, 위기를 대비해서 미리 대책을 세워놓은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약한 바람에도 쉽게 흔들리고 만다. 하지만 다가올 위험을 예측하고 대책을 세우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위기에 직면해서야 다른 굴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