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8년 9월 15일 作, <아우의 인상화>
윤동주가 연희전문학교 1학년 때 쓴 <아우의 인상화>라는 작품이 있다. 1938년 9월 15일에 쓴 것으로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수록되어 있기도 하다. 참고로 ‘인상화’란 초상화를 말한다.
<아우의 인상화>는 아우의 얼굴을 보면서 느낀 인상과 생각을 그린 작품으로, 아우의 얼굴을 슬픈 그림에 비유하여 일제 강점기 청년들의 슬픈 자화상을 형상화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윤동주의 시 대부분이 내면의 부끄러움을 고백했다면, <아우의 인상화>는 자신이 아닌 아우에 대한 사려 깊은 배려와 걱정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육필 원고에 ‘모욕을 참아라’라는 메모가 눈길을 끈다. 이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일제 암흑기를 살면서 시인이 겪은 내적 갈등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
한 편, 이 즈음 그는 시를 발표할 때 ‘윤동주(尹東柱)’ 또는 ‘윤주(尹柱)’라는 이름을 썼다. 하지만 동시를 발표할 때는 ‘윤동주(尹童舟)’라는 이름을 썼다. 이는 동시라는 문학의 특성에 맞춰 이름의 동자를 ‘아이’를 뜻하는 ‘童’자로 바꾼 것으로 보인다.
붉은 이마에 싸늘한 달이 서리어
아우의 얼굴은 슬픈 그림이다.
발걸음을 멈추어
살그머니 애띤 손을 잡으며
「너는 자라 무엇이 되려니」
「사람이 되지」
아우의 설운 진정코 설운 대답이다.
슬며─시 잡았던 손을 놓고
아우의 얼굴을 다시 들여다본다.
싸늘한 달이 붉은 이마에 젖어
아우의 얼굴은 슬픈 그림이다.
─ 1938년 9월 15일 作, <아우의 인상화>
대부분의 문학작품이 그렇듯이 윤동주의 작품 역시 행간에 깃든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면 그저 단순한 읽을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의미를 알면 완전히 새로운 텍스트가 된다. 빛바랜 한 편의 드라마처럼 오롯이 펼쳐지는 그의 글을 읽다 보면 때로는 감동에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하며, 또 때로는 미안함에 가슴이 먹먹해지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