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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가 쓴 최초의 동시

─ 1935년 12월 作, <조개껍질>

by 마테호른


◆ 꾸밈없는 동심을 깨끗한 서정으로 그린 윤동주의 동시


윤동주는 요절하기 전, 특히 1930년대 후반까지 30여 편 가까운 동시를 썼는데, 하나같이 수준이 높다. 동시 작가라고 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다. 무엇보다도 그의 동시에는 때 묻지 않은 맑고 깨끗한 마음과 따뜻함이 담겨 있어 읽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 바닷물소리 듣고 싶어 ─

아롱아롱 조개껍질
울언니 바닷가에서
주어온 조개껍질

여긴여긴 북쪽나라요
조개는 귀여운선물
장난감 조개껍질

데굴데굴 굴리며놀다
짝잃은 조개껍질
한짝을 그리워하네

아릉아릉 조개껍질
나처럼 그리워하네
물소리 바닷물소리

─ 1935년 12월 作, <조개껍질>


시인이 만 18세 무렵 쓴 최초의 동시로 알려진 작품으로, 평양 숭실중학교 편입 후인 1935년 12월에 썼다.


육필 원고에 제목이 ‘(동요) 조개껍질’이라고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아이들을 위한 동요로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사실 시인의 동시는 그가 쓴 주옥같은 시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 않지만, 꾸밈없는 동심을 깨끗한 서정으로 그린 뛰어난 작품이 많아 아동 문학계에서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가족의 가난하고 고된 삶까지도 밝게 끌어안는 낙천적인 동심과 아기자기한 운율이 입안에서 계속 맴돌게 하기 때문이다.



◆ 시대의 아픔을 보듬고, 위로하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시인의 동시에는 시와 마찬가지로 시대의 아픔과 상처가 그대로 묻어난다. 물론 평범한 소재를 아이다운 엉뚱한 생각과 동심으로 담은 작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리 많지는 않다. 이것만 봐도 시인이 얼마나 시대의 아픔을 보듬고 드러내고자 했는지 알 수 있다.


<오줌싸개 지도> 역시 마찬가지다. 당시 많은 어린이가 겪어야 했던 아픔과 상처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꿈에 가 본 엄마’와 ‘돈 벌러 간 아빠’가 그 대표적인 예다. 누구도 돌보는 사람 없는 형제의 비극을 티 없는 아이의 순진한 눈을 통해 그리고 있지만, 이것이 오히려 독자의 마음을 더 먹먹하게 하고 깊은 여운을 남긴다.


빨랫줄에 걸어논
요에다 그린 지도는
지난밤에 내 동생
오줌 쏴서 그린 지도

꿈에 가 본 엄마 계신
별나라 지돈가
돈 벌러 간 아빠 계신
만주 땅 지돈가

─ 1936년 초 추정 作, <오줌싸개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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