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이 가까워지면
나는 아직도 마음이 설렌다.
나이가 쉰이 훨씬 넘었는데도 말이다.
‘고향에 간다’는 생각만으로
하루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이제 고향은
내가 살던 곳이라기보다는
잠시 다녀오는 곳에 가깝다.
그래도 설을 앞두고는 괜히 마음이 들뜬다.
그 설렘이 고향 때문인지,
아니면, 오랜만에 부모님을 만난다는 생각 때문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고향과 부모님은 이미 오래전에 하나가 되었다.
부모님이 없는 고향은 떠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고향은
언제나 나를 받아주는 곳이었다.
잘 지내고 있다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되었고,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설명하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고향은 조금씩 달라졌다.
익숙하던 사람들은 점점 사라졌고,
보기만 해도 편안해지던 풍경 역시 바뀌었다.
무엇보다 부모님의 모습이 예전 같지 않다.
그럼에도 명절을 앞두고 고향을 떠올리면
마음이 괜히 설렌다.
아마 그건
다시 누군가의 자식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밥은 먹고 왔냐?”
“길은 안 막히더냐?”
그 말들 속에는
지난 한 해를 어떻게 살았는지는
굳이 묻지 않아도 된다는
따뜻함이 담겨 있다.
그래서 설 명절의 설렘은
여행을 앞둔 설렘과는 다르다.
새로운 곳으로 가는 기대가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자리로 돌아가는
푸근함과 편안함에 가깝다.
나이가 들수록
부모님을 뵈러 가는 길은
조금씩 더 특별해진다.
예전처럼 마냥 가볍지는 않지만,
그래서 더 소중하다.
설을 앞둔 마음이
여전히 따뜻한 이유도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어딘가에
나를 기다리는 집이 있고,
내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쉰이 한참 넘은 내 마음은 여전히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