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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에 나오는 ‘누나’는 누구?

by 마테호른




윤동주의 시와 동시에는 ‘누나’가 자주 등장한다.

우리가 아는 한 윤동주에게는 누나가 없다. 어떻게 된 것일까. 시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가공의 인물을 끌어들인 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많은 이들이 추정하듯이 그저 이웃에 사는 누나일까.

윤동주는 아버지 윤영석과 어머니 김용 사이의 7남매 중 장남이었다. 하지만 출생 당시 손 위 누나 둘이 연이어 요절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그에 대한 집안의 기대는 남달랐다. 그것이 못내 미안하고, 일찍 죽은 누나가 그리웠을까. 그의 작품을 보면 누나를 향한 그리움이 가득하다.


누나!
이 겨울에도
눈이 가득히 왔습니다.

흰 봉투에
눈을 한줌 넣고
글씨도 쓰지 말고
우표도 부치지 말고
말쑥하게 그대로
편지를 부칠까요.

누나 가신 나라엔
눈이 아니 온다기에.

─ 1936년 12월 作, <편지>


얼굴도 알지 못하는 누나를 향한 그리움이 가득 묻어나는 이 작품은 겨울에 내리는 눈을 보며 눈이 오지 않는 곳으로 간 누나를 떠올리며, 편지로라도 눈을 담아 보내고 싶은 시인의 따뜻한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나 있다.

누구나 좋은 것을 대할 때면 가장 먼저 떠오르고, 맛있는 것을 먹을 때면 자신이 먼저 먹는 것이 못내 미안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윤동주에게 있어 그 사람은 아마 어린 시절 유명을 달리한 누나가 아니었나 싶다.


윤동주 역시 우리에게 그런 존재가 아닐까 싶다. 이에 이 작품 그대로, 첫눈 내리는 날 하늘에 있는 시인에게 눈을 한 줌 담은 말쑥한 편지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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