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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의 인생관을 엿볼 수 있는 작품

─ 1937년 作, 동시 <반딧불>

by 마테호른


그믐밤에 뜨는 달은 초승달이다. 초승달은 음력 초사흗날에 뜨는 눈썹 모양의 달로 오른쪽으로 활처럼 가느다랗게 휘어져 있다. 그런데 초승달을 자세히 살펴보면 왼쪽으로 희미하게 둥근 달이 전체적으로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달이 가늘수록 그 모습은 더욱더 선명하게 보인다. 달이 밝게 보이는 부분은 햇빛을 받는 부분이며, 어둡게 보이는 부분은 해를 등지고 있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초승달을 둥글게 보이게 하는 빛은 과연 어디서 온 것일까.


윤동주는 그것을 ‘반딧불’이라고 표현했다. 보름달이 부서진 흔적이라는 것이다.


가자, 가자, 가자,
숲으로 가자.
달쪼각을 주으러
숲으로 가자.

그믐밤 반딧불은
부서진 달쪼각

가자, 가자, 가자,
숲으로 가자.
달쪼각을 주으러
숲으로 가자.

─ 1937년 作, <반딧불>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수록된 이 작품은 읽을수록 그 서정적 동심이 물씬 느껴진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기원했던 시인의 소망처럼 해맑은 시어의 가녀린 행렬이랄까.


어쩌면 윤동주는 그런 반딧불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나아가 자기 한 몸을 불태워 세상을 밝게 비추는 순례자의 삶을 꿈꾸었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그렇게 치열한 삶을 살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반딧불>은 윤동주의 인생관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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