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무료

사람을 ‘소모품’으로 보는 사람

by 마테호른

일을 하다 보면

이상하게 오래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다.


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말이나 태도가 너무 분명해서 잊히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누가 봐도 성공한 사람이었다.


그럴듯한 직함이 있었고,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의 돈도 있었다.

겉으로 보면 흠잡을 데 없는 사업가였다.


그런데 어느 날,

그가 아무렇지 않게 이런 말을 했다.


“저는 사람을 잘 믿지 않습니다.”


농담처럼 들렸지만, 표정은 진심이었다.


왜냐고 물었다.

그러자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일한 만큼만 주면 되죠.”


그 말을 듣는 순간, 이상하게 마음이 식었다.


그에게 사람은 함께 가는 동료가 아니라

‘비용’에 가까운 존재였다.

그때부터 그 사람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전화가 와도 바로 받지 않았고,

가능하면 거리를 두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그의 기준에서는 나 역시 언제든 교체 가능한

소모품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말과 행동은 더 또렷하게 보였다.


웃으며 이야기할 때조차

어딘가 계산적인 것처럼 보였다.

마치 머릿속에서 계산기 버튼이 계속 눌리고 있는 것처럼.


그래서인지 그와 함께 있으면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존중받는 사람이 아니라, 사용되고 있는 사람 같은 기분.

조금씩 닳아 없어지는 연필 같은 느낌.


돌아보면 이런 사람은 생각보다 많다.


그들은 믿음 대신 계산으로, 존중 대신 효율로

사람을 대한다.


겉으로는 합리적이고 깔끔해 보인다.

하지만 그런 관계는 오래 가지 않는다.


시작은 빠른만큼 끝도 빠르다.

남는 건 결국 피로와 씁쓸함뿐이다.


그 일을 겪고 나서 기준을 분명히 정했다.

사람을 소모품처럼 다루는 사람과는 가까이하지 않기로.


조금 느리더라도 괜찮다.

덜 화려해도 괜찮다.


서로를 사람으로 대하고,

마음을 존중할 수 있는 관계라면 그걸로 충분하다.


관계는 효율이 아니라 온기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그런 사람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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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광고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했다. 그곳에서 배웠다. 단 한 줄이 사람을 움직인다는 것을. https://www.instagram.com/acornon_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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