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38년 5월 作, <산울림>
윤동주는 자필로 쓴 두 권의 습작 시집을 남겼다. 첫 번째 습작 시집인 《나의 습작기의 시 아닌 시》와 두 번째 시작(詩作) 노트인 《창(窓)》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에는 스물다섯 이전까지 시인의 꿈을 키우던 문학 습작기의 작품이 담겨 있다.
《나의 습작기의 시 아닌 시》가 연희전문학교 입학 전, 즉 중학 시절까지 쓴 작품을 담고 있다면, 《창(窓)》은 연희전문학교 입학 후에 쓴 시 53편, 산문 4편의 작품이 담겨 있다. 윤동주 문학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윤동주의 문단 데뷔작은 과연 뭘까.
1939년, 연희전문학교 문과 2학년이 된 윤동주는 그 해 3월호 <소년>에 ‘윤동주(尹童舟)’라는 이름으로 <산울림>이란 동시를 발표했다. 말했다시피, ‘윤동주(尹童舟)’는 동시를 발표할 때 쓰던 그의 필명이다. 이 <산울림>이 바로 윤동주의 문단 데뷔작이다. 시가 아닌 동시로 문단에 정식으로 데뷔했다는 점이 다소 의외이기는 하지만, 고요하고 외로운 산속의 정경을 이보다 절묘하게 묘사한 작품은 없다는 점에서 시인의 뛰어난 감성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까치가 울어서
산울림
아무도 못 들은
산울림
까치가 들었다
산울림
저 혼자 들었다
산울림
─ 1938년 5월 作, <산울림>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수록된 이 작품은 윤동주가 쓴 마지막 동시이기도 하다.
아무도 없는 산에서 까치 한 마리가 울어 산울림이 생겼고, 그 까치만이 자신의 울음이 산울림이 되어 울리는 것을 들었다는 2연으로 된 짧은 작품으로, 적막한 산중의 모습을 오롯이 담고 있다. 생각건대, 고요하고 쓸쓸한 분위기는 당시 시대 상황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까치 역시 윤동주 자신을 대변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시대의 어둠과 절망을 무너뜨리는 데 자신을 희생하겠다는 윤동주의 순례자적인 자세가 엿보이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까치의 울림을 더 많은 사람이 듣고, 더 많은 까치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그가 이 시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바람이 온전히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윤동주의 바람은 이루어졌을까. 오늘따라 그의 따뜻한 미소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