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오프라 윈프리를 일컬어 ‘소통의 여왕’이니 ‘토크쇼의 여왕’이라고 칭하지만, 사실 그녀가 처음부터 토크쇼를 진행했던 것은 아니다. 취재 기자로 활동했던 그녀는 화재 현장에서 한 어떤 행동 때문에 자질 논란에 휩싸였다.
화재 현장에서 가족을 잃고 눈물 흘리던 사람에게 그녀는 ”아무 말 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위로하며 함께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이를 본 방송국 관계자는 그녀가 자제력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프로페셔널하지 못했다며 질책했고, 결국 뉴스에서 하차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하지만 그 일을 계기로 토크쇼로 눈을 돌린 그녀는 세계 최고의 토크쇼 진행자가 되었다.
오프라 윈프리의 이야기에서 보듯, 마음의 상처가 있는 사람을 위로하는 데 동질감을 표현하는 것만큼 좋은 말은 없다.
“어머, 당신도 그랬군요. 저도 그랬어요!”
이 말 속에는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위로와 함께 치유의 힘이 담겨 있다. 이에 듣는 사람을 편안하게 하고 나와 한 편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 한때 뉴스의 취재 기자로 활동했던 오프라 윈프리는 피해자를 위로했다는 이유로 뉴스에서 해고되는 수모를 당했다.
◆ 상대를 감동하게 하는 말과 불편하게 하는 말의 차이
어떤 말은 우리를 감동하게 하지만, 어떤 말은 우리를 매우 불편하게 한다. 과연, 그 차이는 무엇일까.
하버드대학 경영대학원 니틴 노리아(Nitin Nohria) 학장에 의하면, 그 차이는근원적인 욕구를 제대로 파악하느냐, 파악하지 않느냐에 있다고 한다. 즉,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파악해서 정곡을 찌르는 말을 하면 상대가 감동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불편해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얼마나 말을 많이 하냐가 아닌 어떤 말을 하냐가 중요하다. 옳은 말이라도 끝까지 듣기 싫은 말이 있는가 하면, 우스개 삼아 건성으로 이야기하는 것 같아도 가슴에 꽂히며 마음을 뒤흔드는 말도 있기 때문이다.
두 가지 차이를 결정하는 것은 ‘설득의 정도’와 ‘동기부여의 강도’이다.
설득과 동기부여에 관한 인식이 없는 사람은 늘 ‘막히는 말’, 즉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한다. 그 결과, 아무리 말을 많이 해도 의도했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타인의 심리와 감정,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결과, 듣는 사람의 화만 돋는다. 반면, 설득의 핵심과 동기부여의 중요성을 아는 사람은 항상 통하는 말, 즉 ‘상대가 듣고 싶은 말’을 한다. 그런 사람들은 상대의 심리 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반응이 오는 정곡, 즉 핵심을 찌른다. 또한, 상대가 변화의 열정과 의지를 뿜어낼 수 있는 부분을 건드리며 대화를 자연스럽게 주도한다. 그 결과, 단 몇 마디만으로도 자기가 원하는 대로 상대를 움직인다.
▲ 하버드대학 경영대학원 니틴 노리아 학장은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파악해서 정곡을 찔러야만 감동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 상대를 감동하게 하려면 어떻게 말해야 할까
자신이 맡은 일에 항상 성공하는 사람은 “이번에도 성공했군요. 정말 잘했어”라는 칭찬에 크게 감동하지 않는다. 칭찬도 자주 듣다 보면 내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그와 같은 칭찬은 더는 칭찬이 아닌 일상적인 표현에 불과하다. 따라서 우회적인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예컨대, 항상 프레젠테이션에 성공하는 사람에게는 프레젠테이션 자체보다는 그와 관련된 사소하고 작은 일이나 습관을 끄집어내어 칭찬하면 의외로 강한 임팩트를 남기는 것은 물론 상대를 감동하게 할 수 있다.
“이번에도 성공했군. 정말 잘했어." (X)
“제스처 하나하나가 분위기랑 딱 맞아 떨어지던데!” (O)
단, 여기에는 조건이 있다. 꾸준한 관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무엇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정확히 알 수 있다. 또한,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대의 호감을 얻기 위한 잔꾀에 지나지 않음을 상대 역시 눈치 챌 수 있기 때문이다.
◆ 상대를 감동하게 하는 말의 6가지 핵심 원리, VTAAPT
오프라 윈프리나 에이브러햄 링컨,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처럼 상대를 감동하게 하는 말을 잘 하는 사람들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선, 잘 듣는다. 잘 들어야만 상대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은 말을 많이 하기보다는 제스처를 자주 사용한다. 말을 하는 도중 침묵하거나, 그윽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것이 그 예다. 6가지에 이르는 이 핵심 원리를 ‘VTAAPT(View·Target·Area·Attitude·Point·Time)’라고 한다.
1. View ― 잘하는 사람이 아닌 못하는 사람의 가능성에 주목하라
회사 기획실에 근무하면 당연히 ‘기획’을 잘해야 한다. 그런데 정작 칭찬이 필요한 사람은 기획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획을 못 하는 사람이다. 문제는 그런 사람들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그런 사람들은 ‘기획을 못 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획보다 다른 것을 더 잘하는 사람’이라는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 그래야만 ‘그렇다면 저 사람은 무엇을 잘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 속에서 그들을 감동하게 하는 말을 할 수 있다.
2. Target ― 때로는 이성이 아닌 본능을 자극하라
때로는 한 장의 사진이 수많은 말보다 깊은 감동을 전할 때가 있다. 사진은 많은 것을 설명하지 않으며 논리적이지도 않다. 그런데도 우리 생각과 마음을 움직이는 큰 힘을 갖고 있다. 말 역시 마찬가지다. 논리적으로 조목조목 따져서 설명하고 이해시킨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반드시 변하는 것은 아니다. 그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이성’이 아닌 ‘본능’을 자극하는 게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3. Area ― 어설픈 표정과 제스처보다는 진심으로 공감하라
단순히 몇 마디 말만으로는 사람을 움직이고 감동하게 하기란 절대 쉽지 않다. ‘공감’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허사이기 때문이다. 상대를 감동하게 하려면 진심으로 ‘공감’해야 한다. 그것이 깊을수록 상대는 내 편이 되어준다. 나아가 상대의 상황과 처지에 공감할 수 있다면 억지로 간절한 표정을 지을 필요도 없을 뿐만 아니라 무리해서 오버할 필요도 없다.
4. Attitude ― 작은 뉘앙스 하나가 사람 마음을 움직인다
상대를 감동하게 하려면 두 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진심과 겸손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말에 있어서 작은 뉘앙스 하나가 사람 마음을 좌지우지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5. Point ― 동기부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질적인 이익을 제시하라
대부분 사람은 실질적인 이득이 있어야만 움직인다. 따라서 상대를 감동하게 하고 움직이려면 상대가 얻을 수 있는 실질적인 이익을 제시해야 한다. 상세하고 구체적일수록 좋다.
6. Time ― 막연한 미래가 아닌 성공 경험을 통해 희망을 품게 하라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는 사람을 감동하게 하고 움직이기란 절대 쉽지 않다. 그렇다면 그들에게는 과연 어떤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일까. ‘미래’가 아닌 ‘과거’로 눈을 돌려야 한다. 사실 “희망이 있을 거예요”라고 말하는 사람조차도 미래에 희망이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다. 따라서 미래가 아닌 과거에서 희망을 찾게 해야 한다. ‘과거의 성공 경험’을 떠올리게 함으로써 미래에 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게 하는 것이다. “미래에 희망이 있어요”라는 막연한 말보다는 “이전에도 충분히 해냈으니 앞으로도 틀림없이 희망이 있을 거야”라는 말이 훨씬 더 그들을 공감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