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대의 마음을 정확히 읽는 법
간혹 상대가 진실을 말하고 있지 않는다고 느낄 때가 있다. 한번 그런 생각이 들면 상대의 말에 더는 집중하지 못할뿐더러 대화 내용 역시 불신하게 된다. 이럴 때 상대의 보이지 않는 말, 즉 속마음을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반대로 내가 미처 표현하지 못한 말을 상대가 알아줬으면 할 때도 있다. 물론 감쪽같이 상대를 조종하고 싶을 때도 있다. 이런 경우, 어떻게 하면 내 뜻대로 마음을 전하거나 감출 수 있을까.
커뮤니케이션의 9할은 ‘심리전’이다. 잘 다듬어진 한 번의 손짓과 표정, 침묵은 어떤 논리 정연한 말보다 상대의 마음에 강하게 내리꽂힌다. 실례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로 유명한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게티즈버그 연설은 272개 단어로 이뤄진 2분 분량이었지만 역사상 최고의 명연설 중 하나로 꼽히며, 2011년 애리조나 총기 난사 사건 추모 연설 당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51초 침묵은 어떤 말보다도 더 깊고 묵직한 감동을 줬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상대의 마음을 정확하게 읽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프로파일러와 연쇄살인범의 피 말리는 심리 싸움이 시작되었다. 범행을 부인하는 범인과 자백을 유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프로파일러. 그런데 프로파일러가 어느 순간부터 아이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범행을 자백하고 참회하는 아버지와 그것을 부인하는 아버지 중 아이가 보기에는 어느 쪽이 나을까요?”
결국, 범인은 그 한 마디에 무너지고 말았다.
범죄심리학에서 ‘에멘탈 효과’라고 하는 이 심리 기법은 상대의 약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공략함으로써 원하는 것을 얻는 방법으로, 상대의 마음을 읽고 던지는 말에는 누구도 당해낼 수 없음을 말해준다.
상대를 한순간에 사로잡아 대화의 목적을 이루는 기술은 이 밖에도 다양하다. 스타일이 전혀 다른 사람들이 친하게 지내는 이유(격차 효과), 아부 잘하는 사람은 ‘No’로 시작하는 이유, 화난 고객에게 뜨거운 커피를 대접하는 심리(사전주입), 매장을 처음 방문한 손님은 한동안 가만 내버려둬야 하는 이유(요크스 다드슨 법칙), TV 드라마처럼 당신의 존재를 기다리게 하는 기술(자이가르닉 효과) 등등.
사람과 사람이 만나 관계를 맺을 때 입을 통해 나오는 말의 영향력은 고작 7%뿐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나머지 93%는 상대의 목소리와 전체적인 분위기, 표정과 몸짓과 같은 비언어적 표현이 결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대로 된 커뮤니케이션을 하려면 눈에 보이는 7%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93% 영역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미국 UC버클리대학교 심리학과 마이클 크라우스 교수와 대거 켈트너 교수 연구팀은 몸짓과 재산의 상관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대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한 가지 실험을 했다.
그들은 서로 처음 보는 학생 100명을 2명씩 짝지어 1분간 대화하게 한 후 어떤 몸짓을 보이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부유한 집안 학생들은 가난한 집안 학생보다 ‘예의 없는’ 태도를 자주 보였다. 그들은 몇 초간 옷을 매만지거나, 주변 물건들을 함부로 만지작거렸고, 거기에 낙서를 하기도 했다. 그만큼 대화에 집중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반면, 가난한 집안 학생들은 수시로 웃고, 눈을 크게 뜨거나, 고개를 끄덕이는 등 상대의 말에 즉각 반응했다.
연구팀은 그 차이를 예절 교육이 아닌 ‘동물적 본성’으로 설명했다. 인간을 비롯한 동물사회에서는 지위가 높일수록 상대가 자신의 자리를 넘보지 못하도록 신호를 보내는데, 맹수가 물리적인 힘을 과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부자들 역시 무의식적으로 ‘나는 완벽해’, ‘나는 당신 같은 사람따윈 필요 없어’와 같은 몸짓을 한다는 것이다.
이런 몸짓은 서로를 대하는 감정과 진심을 읽는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된다. 어디 몸짓뿐인가. 면접을 기다리면서 옷매무시를 가다듬고, 한 번이라도 눈을 맞추려고 하는 행동에서도 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이렇듯 대화 속에 숨겨진 메시지를 포괄하는 커뮤니케이션은 가고자 하는 목적지를 찾아 구불구불 이어지는 골목길을 탐험하는 것과 같다. 그런 점에서 보이는 대화가 목적지까지 태워주는 택시라면, 보이지 않는 대화는 목적지까지 나 있는 골목길이라고 할 수 있다. 택시를 타고 목적지 근처까지 왔다고 해도 물어물어 골목길을 밟아 나가지 않으면 자신이 가야 할 곳에 절대 이를 수 없다. 마찬가지로 보이는 대화가 아무리 열심히 오간다고 한들 보이지 않는 대화 없이는 상대의 마음에 절대 가 닿을 수 없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눈에 보이지 않는 93%의 영역을 읽을 줄 알아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