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숨을 쉰 횟수가 아니라,
숨 막힐 정도로 벅찬 순간을 얼마나 많이 가졌는가로 평가된다.
__ 마야 안젤루(미국의 시인, 작가, 배우)
“당신은 그저 숨 쉬며는 사는 것을 삶이라고 부르는가?”
<미국의 원시(American Primitive)>라는 작품으로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 최고의 시인 메리 올리버의 말이다. 《뉴욕 타임스》가 ‘미국 최고의 시인’이라고 인정한 그녀는 “그저 숨 쉬며 사는 것만으로는 제대로 된 삶이라고 할 수 없다”라고 했다. 그만큼 그녀는 삶을 둘러싼 문제에 항상 진지하게 임했고, 단 한 번뿐인 삶을 누구보다 가슴 뛰게 살고자 했다.
대한민국 직장인 절반 이상은 자신이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1,455명을 대상으로 ‘현재의 삶이 행복하다고 느끼는지 여부’에 대해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의 직장인(52.4%)이 ‘행복하지 않다’고 답한 것이다. 그렇다면 직장인의 행복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직장인의 현재 행복 수준을 점수로 매겼더니 평균 59점으로 나타났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70점’(18.2%)이 가장 많았고, ‘80점’(17.8%), ‘50점’(15.6%), ‘60점’(14.6%), ‘40점’(9.7%) 등의 순이었다.
행복하지 않은 이유로는 가장 많은 사람이 경제적인 어려움(51.2%, 복수응답)를 꼽았다. 다음으로 ‘고민해야할 부분이 많아서’(45%), ‘현재 직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서’(35.4%)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돈이 많으면 과연 행복할까. 그렇다면 왜 세계적인 부자들 중에는 자신이 여전히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일까. 이는 돈이 행복의 필요충분조건이 아님을 말해준다. 돈이 꿈과 행복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인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인생을 길게 보고, 무엇이 자신의 행복을 위해 중요한지 현명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행복하려면 가슴 뛰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러자면 ‘내가 누구인지’, ‘무슨 일을 할 때 가장 가슴이 뛰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것을 모르면 올바른 인생 계획을 세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누구도 그것을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이 그것을 모른 채 삶의 전선에 뛰어들곤 한다. 그 결과, 얼마 가지 못해 지치고 헤매기 일쑤다. 운이 좋으면 성공할 수도 있지만, 거기서 얻는 기쁨과 행복은 그다지 크지 않다. 더욱이 그마저 얼마 가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부이다.
《삼국지》에는 수많은 명장이 등장한다. 그중 조자룡은 용맹의 대명사로 이름 높다. 그가 유비의 아들, 유선을 구하기 위해 조조의 백만대군과 혈혈단신으로 맞서 싸운 일은 지금도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린다. 거기서 ‘조자룡 헌 창 쓰듯’ 같은 속담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조조와의 전투에서 조자룡은 ‘후퇴의 공격’이라는 다소 독특한 공격 방식을 취했다. 이 전술의 특징은 후퇴하면서도 공격을 절대 멈추지 않는 데 있었다. 이른바 전진을 위한 일 보 후퇴인 셈이다.
후퇴하는 사람은 자신이 졌다는 심리적 좌절감에 빠지기 쉽다. 그리고 이 좌절감은 빠른 속도로 자신을 무너뜨린다. 하지만 조자룡의 예에서 봤다시피, 전진을 위한 후퇴도 있다. 그러니 잠시 물러섰다고 해서 크게 좌절할 필요는 없다.
‘아포리아(Aporia)’라는 철학 용어가 있다. 그리스어 ‘길이 없는 것’에서 유래한 말로 통로나 수단이 없어 앞으로 나갈 수 없는 상태, 즉 난관에 부딪힌 상태로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아포리아를 만나면 자신을 깊이 성찰하면서 문제의 해법을 찾았다고 한다. 또한, 노를 더 빨리 젓기보다는 잠깐 노를 내려놓은 후 다른 사람의 지혜를 배웠다. 한 걸음 물러나서 생각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반외팔목(盤外八目)’이라는 바둑 격언도 있다. ‘바둑을 직접 두는 사람보다 옆에서 구경하는 사람이 여덟 집 이상 유리하다’라는 뜻이다. 욕심과 집착 등으로 인해 눈앞에 있는 이익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바둑을 두는 사람들은 실제로 이런 경험을 자주 한다고 한다. 즉, 전체 판세를 읽지 못하고 작은 것에 집착해서 판을 그르치거나 악수를 두는 것이다.
우리 삶 역시 마찬가지다. 위기에 처했을수록, 막다른 골목에 몰렸을수록 현재 상황에 집착하지 말고 한 걸음 물러서서 전체 판세를 살펴야 한다. 그래야만 두루 살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꿈의 마지노선을 정해야 한다. 즉, 꿈에서 한 걸음 물러나는 지점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완전한 포기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실현되지 않은 꿈의 자리를 잠시 비워두는 것일 뿐이다. 고대 그리스인의 ‘아포리아(Aporia)’나 ‘반외팔목(盤外八目)’의 예에서 보듯, 때로는 하던 일에서 한 걸음 물러서서 보면 뭐가 잘못되었는지,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반드시 이루고 싶은’ 열정이 더 충만해질 수도 있다. 자기 일보다는 다른 사람의 일에서 실수를 잘 찾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그렇다고 해서 꿈에 대한 관심과 열정 역시 저버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꾸준히 관심을 두고, 자신을 계속해서 업그레이드하며 권토중래를 기약해야 한다. 그것이 가슴 뛰는 삶을 사는 비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