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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크루 Oct 11. 2019

글 쓰는 시간은 부족할 수 없다

김민섭의 글쓰기-10/10 '일하면서 글쓰기' 강연 후기



  

패스트파이브 성수점

  어느덧 짧아진 해에 거리는 빠르게 깜깜해졌습니다. 우리 중 많은 사람들에게 퇴근할 즈음인 시각이죠. 드디어 일이 끝났으니, 왠지 오늘은 매일 미루기만 했던 글쓰기에 손을 댈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아,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집으로 가는 길을 생각만 해도 벌써 피곤하기만 합니다.

  바쁜 내가 아름다운 글쓰기를 하고 싶은데 오늘밤은 퇴근길이 푹푹 막힌다― 정말이지, 글을 쓰려면 응앙응앙 우는 흰 당나귀를 타고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아야 할 것 같은데 말이죠.

  지하철은 붐비고, 차들은 기어가는 성수 부근을 지나칩니다. 어두운 길거리에 노르스름한 불빛이 새어나오네요. 북크루는 그곳을 들여다봅니다. 패스트파이브 성수점이었죠. 10월 10일 목요일 저녁 7시 30분, 그곳에서 북크루는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김민섭 작가의 '일하면서 글쓰기-글 쓰는 시간은 부족할 수 없다' 강연 현장


"안녕하세요, 김민섭입니다."

  김민섭 작가는 
『대리사회』, 『훈의 시대』 등 지금까지  총 6권의 책을 냈습니다. 5년 전 처음으로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가 출간되었으니, 공저나 책 형태로 발표되지 않은 글들을 제외하더라도 산술적으로 1년에 최소 책 1권씩은 꼬박꼬박 글을 써온 셈이죠.  그런 그가 '일하면서 글쓰기' 강연의 첫 강사가 되었습니다. 그의 강연 제목은 '글 쓰는 시간은 부족할 수 없다'였죠.


  벌써 북크루 독자 분들의 볼멘소리가 들리네요. 그 사람은 직업이 글 쓰는 거니까 글 쓸 시간이 있는 거겠죠! 나는 다른 일들이 있어서 글을 쓸 수가 없단 말이에요!




두 아이의 가족으로서 팬의 선물을 받은, 아빠 김민섭

 
 아마 김민섭 작가도 우리가 어떤 생각을 할지 뻔히 알았던 모양이에요. 패스트파이브 성수점 1층 공간에 앉아 있는 우리는 어느덧 인간 김민섭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갑니다.


  사실 그에게는 작가 외에도 여러 직업이 있어왔고, 지금도 여전히 여러 직업이 있습니다. 김민섭은 시간강사였고, 맥도날드 노동자였으며, 대리운전 기사였습니다. 또한 그가 지금도 도맡아야 하는 일은 오직 글쓰기 한 가지가 아닙니다. 그는 북크루의 대표이자, 출판사 정미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출판 기획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두 아이의 아빠이기도 하죠. 이런데도 글을 쓸 수 있다니, 무슨 말일까요?







김민섭 작가가 말하는 글과 글 쓰는 이의 삶

  김민섭 작가는 이야기합니다. "글과, 글 쓰는 이의 삶은, 결코 분리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말입니다. 그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세상에는 '멋있어 보이는', 예컨대 칸트나 헤겔 같은 글감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제재로는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글을 써왔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같은 제재로 글을 쓴 그들보다 내가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다고 자신하기도 어렵습니다.

  이때 그는 자신의 경험 한 가지를 우리에게 공유해줍니다. 대리운전 기사로 일하던 어느 날, 그에게 한 문장이 왔습니다. 이 사회는 거대한 '타인의 운전석'이다. 바로 이 순간으로부터 "타인의 공간에서 통제되는 행동과 언어들"을 다루는 르포르타주 『대리사회』가 탄생했습니다.






김민섭, '개인의 몸에 쌓이는 언어'를 이야기하다

  김민섭 작가는 연이어 말합니다. "노동하는, 타인과 관계  맺는, 자신의 자리에서 버티어 내는" 개인의 몸에는 언어가 쌓인다고요. 그리고 그것은 자신만이 길어올릴 수 있는 언어라고요. 글 쓸 때의 우리는 일상 속 자신과 전혀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그야말로 나의 일상과 일치하는 사람이 되어 자신의 몸에 새겨진 말을 글로 적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그가 말하는 '글 쓰는 시간은 부족할 수 없다'의 의미였습니다.




밖에서 바라본 '글 쓰는 시간은 부족할 수 없다'

  김민섭 작가의 강연은 9시 반을 훌쩍 넘겨 계속되었습니다. 한 손님의 질문이 떠오릅니다. 자신은 글쓰기를 할 때 답을 제시하지 못하는 글을 쓰게 되는 것이 고민이라고 하셨던 손님이었죠.


  이에 대한 김민섭 작가의 대답도 기억납니다. "꼭 답을 찾으려 하지 마세요.  좋은 글은 나의 물음표에서 출발해서 그 물음표를 전하고, 타인이 자신만의 물음표를 만들 수 있는 글이니까요."

  바깥으로부터 김민섭 작가와 그의 손님들이 있는 공간을 바라보았습니다. 따스해 보였습니다. 그때 즈음 저는, 저 사람들은 서로에게 물음을 전하며 자신의 말을 길어올리려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던 듯합니다.




  많은 손님들이 김민섭 작가와 함께 사진 촬영을 하고, 책에 사인을 받기도 하며 김민섭 작가의 '일하면서 글쓰기-글 쓰는 시간은 부족할 수 없다'는 막을 내렸습니다. 글쓰기를 일상과 전혀 별개의, 때로는 고고하기까지 한 무언가로 생각하는 습관이 우리의 '일하면서 글쓰기'를 막고 있지 않았나 생각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일하면서 글쓰기' 강연 장소의 불빛



  김민섭 작가의 강연은 끝난 게 아쉬울 정도로 즐거우면서 유익하고, 포근하기까지 한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누가 말했던가요?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라고요. (누가 한 말인지 아시는 분들은 댓글을 달아주세요.) 브런치와 패스트파이브, 그리고 북크루의 '일하면서 글쓰기'는 다시 돌아옵니다. 다음 주 우리에게 '일하면서 글쓰기'를 가르쳐줄 작가는 고수리 작가입니다.




https://brunch.co.kr/@bookcrew/3

 
 다음 주 목요일인 10월 17일, 패스트파이브 성수점에서 또 노르스름하고 따뜻한 불을 켜놓고 고수리 작가와 함께 북크루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게요. 거리가 어둑하고 글이 쓰고 싶어지는 시간, 저녁 7시 반에 또 만나요.
















김민섭 작가가 전하는 글쓰기 팁:

'글쓰기 계'를 만들어라.

왜? 꾸준히 써야 하니까. 그리고 사람들은 혼자 쓸 때보다, 남들에게 보여줄 글을 쓸 때 더 잘 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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