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아주 멜랑꼴리 합니다
브런치 작가로 승인된 지 일주일 만에 제 글이 다음 메인화면에 떴습니다. 그대로 조회수 뽕을 맞고 주말 버프까지 받아 조회수가 3000~6000까지 찍혔습니다. 제목은 '작은 가슴은 브래지어 못 입나요?'.
지금까지 총 14500 정도 조회수가 찍혔고, 여전히 다른 글보다 훨씬 많은 조회수를 받고 있습니다. 물론, 다른 분들의 '진짜 떡상'만큼 조회수가 폭발한 정도는 아니지요. 어떤 분들은 이 조회수를 보면 코웃음을 칠 겁니다. 하지만 이 글에 대해 저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조회수 폭발이 일어났을 때, 남자 친구에게 말을 했습니다. 그런데 싫어할 것 같아 말을 못 하겠더라고요. 가슴과 여성 속옷 이야기니까 괜히 잘못을 한 것 같이 주눅이 들었습니다. 관심받고 싶어서 쓴 글 같고요. 절대 그런 의도가 아니었지만요. 그래도 보여줘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가 글의 제목을 보자마자 한 말은 "백원이 페미야? 페미니스트면 미리 말해줘."였습니다.
페미라니요? '내가 몸집이 작아서 나에게 맞는 속옷이 없다. 그런데도 입고 싶어서 고군분투 중이다.'라는 글인데 여성 권리를 주장하는 글이었나요? 사실 페미니스트의 사전적 의미는 '여성과 남성의 권리 및 기회의 평등을 주장하는 사람'입니다. 단어의 뜻이 변모되어 여성 위주의 단어가 된 것만으로도 납득이 되지 않고 그들이 중 일부는 남혐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와전된 페미니스트적인 글을 읽는 것도 싫어합니다. 그런데 여성이 자신의 가슴과 속옷 이야기를 했다고 이런 평가를 받는 게 맞을까요?
다른 지인에게도 물어봤습니다. 내 글 어떻냐고. 갑자기 떴다고. 너무 당황스러우니 한번 봐달라고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돌아오는 답변은 '가슴 이야기를 썼으니까 떴지'였습니다.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이런 평가가 맞는지 다시금 의문이 들었습니다. 물론 유입 키워드로 '가슴', '속옷'이런 단어들이 통계에 찍힙니다. 하지만 하루에 한 건 있을까 말까 한 미미한 수치였습니다. 정말 다음 '스타일'메인화면에 노출된 것만으로 조회수 뽕을 맞은 건데, 도대체 그 알고리즘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정말 제목이 자극 적여서, 그뿐이었을까요?
그래도 한 분은 이렇게 말씀해주시더군요. '제목도 내용도 괜찮았으니 픽된 거야.'
생각해보니 그렇습니다. 제가 가슴으로 야하게만, 상스럽게 썼으면 다음 스타일 메인화면에 떴을까요? 야설로 떴을 수도 있겠지만, 그 글은 스타일 콘텐츠에 소개가 되었습니다.
저는 저의 평생의 고민거리에 대해 고심하여 쓴 글입니다. 솔직하게 쓰려고 했고 공감하는 여성분들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작성하였습니다. 정말 공감한다는 연락을 받기도 했고요. 그러려고 글을 쓰는 거 아닐까요. 사람들과 공감하고 나누고 서로 위로받고 위안을 삼고. 당연히 관심받고 많은 조회수를 받으면 사람인지라 좋기는 합니다만, 그게 가슴 때문이다, 뜨려고, 주목받고 싶어서 썼다고 하면 기분이 참 멜랑꼴리 해집니다. 아직, 여성의 위치가 여기이라서일까요, 저의 위치가 여기일 뿐이라서 그럴까요. 제가 의사이고 유명한 작가였다면 괜찮았을까요. 그래도 누군가는 인지하고 알렸어야 속옷시장과 사회에 발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에 글을 지우진 않았습니다. 그 대신 더 괜찮고 유명하고 멋진 사람이 되려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