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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이 Jan 03. 2022

두 손 가득 채워진 물을 움켜쥐고 싶어졌다

이번엔 지키고 싶은 사람

두 손을 고이 모아 잔잔한 물을 가득 떠보았다. 흔들림 없는 물은 고요했고 바람 한 자락 불지 않아 내 마음은 평화롭고 평안했다. 그를 만나는 것이 그랬다. 이번엔 그런 줄 알았다. 누가 건드려도 휘청거리거나 넘어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런 나의 단단한 모습을 그가 좋아했다.


같이 드라마를 보고 있을 때면 그가 좋아하는 드라마인데도, 박진감 넘쳐서 손에 땀이 나는데도, 내가 드라마에 정신이 팔려 화면만 보고 있는데도, 그의 시선은 나에게 향해있었다. 고된 업무를 끝내고 그의 집에 네발로 기어 들어갔을 때도 그는 나를 위해 분주하게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있었고, 식탁에 가만히 앉아 졸고 있는데도 다정하게 안아주었다. 밥만 먹고 침대에 누워 잠든 나를 가만히 내려다보며 왜 이렇게 예쁘냐며 속삭였다. 헤어질 때면 집에 금방 갈 수 있는데도 춥다며 매번 핫팩을 양손에 하나씩 쥐어주었고 자기가 하고 있던 목도리로 나를 꽁꽁 싸매 주었다. 목이 좀 죄여 내가 오늘 뭘 잘못한 게 있었는지 잠시 생각하게 만들었지만, 나의 긴 머리카락 한 올 한 올 정리해 주는 그를 보니 그저 손길이 조금 거칠었던 것뿐이라 몰래 안도했다.  


그와 연애를 시작한  고작  .   가득 담은 물을 도망가지 못하도록, 흘러나가지 못하도록 움켜쥐고 싶어졌다. 그의 사랑이 느껴질수록, 그와 점점  가까워질수록, 그가 점점 좋아질수록 나는 무섭다. 나의 잔잔했던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 에게 이  흔들림이 전해질까 두렵다.


움켜쥘수록 지킬 수 있는 것이 있고 없는 것이 있다. 이번엔 꼭 지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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