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성웅성, 바깥이 웬일인지 시끄러웠다.
"꾸에에에엑!'
이게 무슨 소리야? 하며 사무실에 직원들이 뛰쳐나갔을 법 했지만, 다들 익숙한 일인지 편안하게 앉아 업무를 봤다. 미동도 하지 않았다.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밖으로 나선 사람은 나뿐이었다. 주차장을 사이에 두고 도축장과 우리 사무실 붙어있었는데, 돼지 한 마리가 주차장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그쪽 막아!"
아무래도 농장에서 막 도착한 돼지를 싣은 트럭에서, 계류장이라고 도축하기 전에 잠시 머무는 곳으로 이동하다가 한 마리가 탈출한 듯했다. 도축할 즈음(출하시기)이 된 돼지는 완전히 성장한 어른 돼지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꽤 크다. 머리와 내장을 뺀 돼지(도체)는 무게가 83~92kg 안에 들어야 1+등급이 될 수 있다. 그럼 살아있을 때 무게(생체중)은 110~120kg은 돼야 한다는 말이다. 힘도 아주 장사다.
성인 남자 둘이서 탈출한 돼지를 잡기위해 전전긍긍 하고 있었는데, 한 명은 자기 몸보다 큰 철판을 들고 구석으로 몰았고, 다른 한명은 온 몸으로 몰았다. 돼지 등에 올라타기도 하고 꼬리를 잡아당기기도 했다. 100kg는 거뜬히 넘는 돼지는 꿈쩍도 안하는 게 당연했다. 궁지에 몰린 돼지는 갑자기 내달리기도 했는데, 그런 육중한 몸뚱이도 들이받히면 한군데 부러지는건 일도 아니었다. 탈출한 돼지를 잡아야하는데, 도망가야 했다. 위험수당을 준다해도 못 할 것 같았다.
사실, 도축장에서 소나 돼지가 탈출하는 일은 간간이 벌어지는 일이다. 소돼지 전부 문제지만, 아무래도 덩치가 더 큰 소는 정말 큰 문제다. 가끔 소 뒷발에 차여 여럿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도 들려오니 말이다. 소는 보통 400kg~1t까지 편차가 크지만, 대게 700kg 안팎이다. 평소엔 온순하다지만, 온순해서 겁을 먹고 놀라 도망가는 소한테 치이면 정말 큰일난다. 가장 최근에 들었던 소 탈출 사건에서는 소가 이리저리 뛰어다녀 주차되어 있는 차 여러 대가 망가졌다고 했다.
소나 돼지 친구들도 그곳이 도축장임을 알고 도망가겠지 싶다. 도축라인으로 들어가기를 거부하고 계류장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면, 뭔진 몰라도 곧 죽을거라는 사실을 아는 것 같다. 그래서 도축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면 절대 일할 수 없다. 살아있는 소돼지는 도축되어 걸려있는 고기와 다른 거라고, 별개라로 생각해야 한다.
그렇게 탈출한 돼지는 귀여웠다. 뽈뽈 거리며 하이힐 신은듯이 총총 걸어다니던 돼지는 즐겁게 산책을 마쳤을 것이다. 그랬다고 믿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