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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이 Jan 16. 2023

2023년 세모문 신년회

작년 22년도 상반기에 좋은 기회가 되어 정지우 작가님과 함께 '세상의 모든 문화'라는 뉴스레터를 함께 발간했었다. '도축장에서 일합니다.'라는 소재로 생소한 나의 직업을 간접적으로 알리면서, 신박한 에피소드를 그려보려고 했었다. 내 나름대로의 큰 도전이었기에 6개월간 마감에 쫓기며 울며불며 글을 썼고 이후엔 여러 가지 이유로 하차를 결정했다. 시원섭섭한 일이었지만, 돌이켜보면 나 스스로가 대견하면서도 더 열심히 해볼걸, 그만두지 말걸 하는 후회도 남는 게 사실이다. 다행히도, 또 감사하게도 작가님은 역대 세모문(세상의 모든 문화 줄임말)의 역대 작가 단톡방을 만들어 대담회를 개최하였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굉장히 소심하고 내향적인 성격 소유자로서, 참석의사를 밝히는 큰 용기를 내고 나서도 버스 안에서 잠도 못 들며 '나 왜 가고 있지.'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어차피 참석해 봤자 나를 알아볼 사람도 없을 거고 아는 사람도 없어서 구석에 짱 박혀서 사람들이 말하는 것만 엿듣다 올 것 같았다. 그래서 작년에도 바로 전날에 못 간다고 없는 이유를 대며 취소했었는데, 올해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함께 강의를 들었던 언니들, 함께 뉴스레터를 발간했던 좋은 글을 쓰는 작가님들을 꼭 만나고 싶었다.


대전에서 10시 버스를 타고 서울에 도착해 대담회 시간보다 1시간 반이나 일찍 도착했지만, 선뜻 들어가지 못하고 앞에서 알짱대며 미루고 미뤘다. 심호흡을 100번이나 하고 나서야 작가님들 앞에 겨우 설 수 있었는데, 단 0.1초 만에 '잘 왔다-'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반짝이는 눈빛으로 인사를 건네며 격한 환영을 해주었다. 글로 만나던 분들이라, 줌으로 얼굴을 봤던 분들이라 말하지 않아도 어떤 사람들인지 알 수 있었고 내심 반가웠다. 특히, 서로의 글을 피드백해 주며 내적 친밀감이 많이 쌓였던 언니들은 보자마자 손을 마주 잡고 온몸으로 껴안으며 흡사 10년 만에 만난 절친한 친구처럼 반가워했다. 다른 작가님들도 내가 '오이 작가'라고 소개하니 도축장 글 아니냐며, 단박에 알아주셨고 너무 좋았는데 왜 이제 안 쓰냐며, 갑자기 나의 글쓰기 의욕을 불러일으켜버렸다.


정지우 작가님과 인연이 된 건 21년 봄이었다. 작가님께는 죄송하지만, 처음 글쓰기 강의를 신청할 때 작가님을 알지 못했다. 어떤 사람인지도 어떤 글을 쓰는 작가인지도 모르고 글쓰기 강좌 참여인원 모집글을 우연한 계기로 접하게 되었었다. 그 당시 나는 한창 인스타를 키워나갈 때라 여기저기 커뮤니티에 소속되어 있었는데, 동생 친구가 회사를 그만두고 인스타 팔로우 3천 명 대로 운영하는 커뮤니티가 그중에 하나였다. 독서모임을 개최하며 스마트스토어로 독서 관련 상품을 직접 제작하고 판매한다는 것이 참 매력적이라 그녀가 운영하는 독서모임 오픈채팅방에 익명으로 참여했었다. 그리고 그녀가 좋은 정보라며 작가님의 글쓰기 강좌 참여 링크를 올려주었다. 이런 강의도 있구나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신청을 했던 것 같다. 며칠 뒤 10명 내외를 모집하려 했으나 100명 가까운 사람들이 제각각의 사연으로 참여의사를 밝혔다는 메일이 왔다. 


작가님도 제 나름대로 고민을 많이 했다는 게 느껴질 정도로 긴 장문의 메일이 왔다. 그의 글은 본 적이 없지만, 진중하고 정성스럽게 써 내려간 글을 흘기며 봐도 참 착하고 심성이 따뜻한 사람이라는 게 바로 느껴졌다. 작가님은 송구한 마음으로 신청자들에게 연령대와 자기소개, 참여한 동기 등 간단한 답변을 요청했다. 


사실, 이게 뭐길래 그 많은 사람들이 신청을 한 거지?라는 의문 40%, 나는 글을 쓸 생각은 없지만, 지금 나의 글쓰기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한데?라는 궁금증 30%, 내가 신청하면 10대 1의 경쟁을 뚫을 수 있는 건가? 하는 오기 30%로 자기소개서를 마구 써 내려갔다. 그때의 글은 제일 아래 첨부해 두도록 하겠다. 그렇게 나는 어떤 이유인지 모른 채로 1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수강생이 되었다. 이후 3개월간 같은 팀이 된 8명의 언니, 1명의 오빠와 1명의 동생과 함께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를 쓰고 공감하며 즐거움과 아픔을 나누었다. 어쩌면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터닝포인트였다.


항상 작가님과 무언가를 함께할 수 있게 되면 참 감사하고 영광스럽다는 기분이다. 벌써 15권이나 책을 출간하신 대작가님이다. 본인 말씀으론 베스트셀러나 히트 친 작품은 없다고 하지만, 이미 매일매일 글을 쓴다는 것, 그 끈기 자체가 작가님의 무기고 성공한 성품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글쓰기 수업을 들었던 사람들을 끝까지 책임진다. 21년도부터 함께 글을 쓰자며, 연말마다 글쓰기 a/s 강의를 제공하고, 분기별로 작가들을 모아 북토크 등의 이벤트를 무료로 개최한다. 연 1회 정도는 대면 모임을 만들어 서로 안면을 트고 인맥을 쌓고 좋은 인연이 될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 이 연대가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가장 대단한 건 수강생들과 공동저자로 2권의 책을 출간했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킹 오브 재능기부'로 작가지망생들에게 신적인 존재이지 싶다. 심하게 극찬을 하는 것 같지만, 이 작가님이 담긴 글을 읽고 말하는 모습을 보면 단숨에 이해가 될 거다. 그 모습이 온화한 얼굴에 다 쓰여있으니 말이다.


사람들은 끼리끼리라고 했던가, 세모문 대담회 작가님들도 모두가 따뜻한 사람이었다.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진심을 이야기하는 정다운 자리였다. 행복했다. 글이라는 것 하나로 만들어진 새로운 관계였다. 5시간이라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 증발했다. 떠나기 아쉬운 자리였다. 뭣도 아닌 그저 '글'이라는 걸 쓰니까 새로운 기회가 자꾸만 생긴다. 이 연대가 생긴 이유처럼, 이 연대가 지속되려면 모두가 계속해서 글을 써야 한다. 작가님의 의도대로 모두가 계속해서 글을 쓰지 싶다. 동기부여 확실했던 대담회 후기. 







당시, 나의 자기소개글

  사실 책이 빠지진 1년 남짓. 수능 언어영역조차 5, 6등급에 육박했을 만큼 저는 문학, 그리고 글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남들 다 읽는 책 그리고 어른들이 말하는 '책 좀 읽어라.'는 말에 등 떠밀려 읽어보려 해도 왜 읽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재미가 너무 없었습니다. 글, 작가, 책 이런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지까지(?) 대단하다 못해 조금 부풀려 신과 같아 보였습니다. 그런데 작년 이맘쯤, 재미로 아이패드를 사고 이북에 접하게 되었습니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라는 김하나 작가님의 에세이를 보는데 바로 그 '제'가 순식간에 다 읽어버렸습니다. 저는 저 스스로 난독증인가 의심할 정도로 책에 대한 집중력이 없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웬걸, 너무 재밌는 겁니다. 그때부터 저한테 일어나리라고 상상도 못 해본 독서가 제 안에서 일어났습니다. 작가님들은 어떻게 그렇게 문장을 깔끔하고 맛깔나게 쓰는지요. 재밌는 책들을 읽다 보니 막연하게 '언젠가 나도 써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여전히 어려운 책은 읽다가 잠이 듭니다. 하지만 자꾸만 도전정신을 불러일으키네요. 그리고 여전히 글이란 걸 써본 적도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관심도 없던 독서에 이렇게나 빠졌는걸요. 잘 읽고 잘 써보고 싶어 신청했습니다. 저한테는 국어 국문 문학으로 소질이 없습니다. 이런 작가님의 강의는 작가 지망생들에게 어울리겠죠. 그래도 못하는 걸 도전해보고 싶어 지원해 보았습니다. 사실 무섭습니다. 얼마나 잘 쓰는 분들이 함께 강의를 들을까. 하지만 이렇게 도전하면서 한 단계 제가 발전한 모습을 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저에게는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에 기회가 안 되더라도 다음에는 꼭 들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날이 추운데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작가님~!


참 못났다. 물음표 표시는 왜 저렇게 많은지, 스스로도 쓰면서 왜 쓰고 있는지 의문이었던 거다. 저런 글에도 기회를 준 작가님에게 또 한 번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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